박찬욱에게 힐링 영상이 뭔지 물었더니 윤 전 대통령 이름이 나왔다

2025-12-0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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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 다룬 유튜브 영상' 꼽아

박찬욱 감독 / 뉴스1
박찬욱 감독 / 뉴스1

박찬욱 감독이 올해 가장 자주 시청한 콘텐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꼽았다.

미국 뉴욕매거진이 1일(현지시각) 공개한 '2025 컬처라티 50' 특집에서 박 감독은 요즘 계속 찾아보게 되는 힐링 영상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윤 전 대통령의 부패 의혹과 관련된 유튜브 영상"이라고 답했다.

뉴욕매거진이 올해 처음 선보인 연례 특집인 '컬처라티 50'은 파커 포지(배우), 롤라 퉁(배우) 등 올해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이끈 문화 창작자 50명을 선정해 그들이 올 한해 시청하고 읽고 들은 콘텐츠를 조사했다.

박 감독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인 진보 성향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2002년 민주노동당에 입당했으며, 2008년에는 진보신당을 공개 지지했다. 2017년 대선에서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12·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봉준호·변영주·장준환 감독, 배우 문소리 등 영화인 3000여명과 함께 긴급성명서에 이름을 올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다.

박찬욱 감독 / 뉴스1
박찬욱 감독 / 뉴스1

박 감독은 올해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1997년 소설 '도끼'를 원작으로 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내놨다. 이 작품은 실직한 제지공장 직원이 새 일자리를 얻기 위해 경쟁자들을 제거하려는 이야기를 다룬 액션 코미디 스릴러다. 뉴욕매거진은 거의 30년 전에 나온 미국 자본주의에 대한 풍자가 어느 나라를 배경으로 하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절하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평가했다.

박 감독은 올해 가장 좋아한 영화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한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를 꼽았다. 그는 "1980년대 한국에서 대학생이었던 사람으로서 스크린에서 실패한 혁명가를 보는 것이 개인적으로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는 실패한 혁명가인 밥 퍼거슨이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중 딸이 과거 숙적이었던 군 장교에게 납치되며 다시 격렬한 싸움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다룬다. 밥은 딸을 구하기 위해 흩어졌던 옛 혁명가 동료들을 찾아내지만, 지나온 세월만큼 복잡하고 지독하게 얽힌 현실 속에서 힘든 추격전을 벌인다. 영화는 액션과 블랙코미디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가족을 지키려는 혁명가의 끝나지 않는 투쟁을 강렬하게 보여준다.

박 감독은 최고의 TV 쇼로는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을 선정했다. 13세 소년이 동급생 살해 혐의로 체포되며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청소년기의 복잡한 감정과 사회적 문제를 그려낸 이 작품은 각 에피소드가 원테이크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박 감독은 올해 읽은 책으로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창백한 불꽃'을 들었다. ‘창백한 불꽃’은 999행짜리 서사시와 이에 대한 광기 어린 편집자 킨보트의 주석으로 이뤄진 혁신적인 형식의 소설이다. 시와 주석이 충돌하며 킨보트가 주장하는 '젬블라 왕국'의 망상적인 이야기와 시인 쉐이드의 현실이 교차하는 복잡한 미로 속에서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무너진다.

박 감독은 음악 부문에서는 피아니스트 스뱌토슬라프 리흐테르의 베토벤 소나타 연주를 꼽았고, 여름의 노래로는 듀크 엘링턴 밴드의 1956년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 라이브 앨범을 선정했다.

박 감독은 "올 여름을 베니스에서 보내면서 주로 그곳에서 이 음악을 들었다"며 "프로모션 투어 중 뉴포트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수많은 전설적인 녹음이 이뤄진 장소에 있다는 것이 깊은 감동을 줬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공연으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라벨 연주회를 들었고, 연극 부문에서는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헤다 가블러'가 주연 이영애의 섬세한 연기 덕분에 기억에 남는다고 평가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한 작품으로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1957년 영화 '동경의 황혼'을 꼽았다. 박 감독은 "비극을 전면에 내세운 오즈 영화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ome 채석원 기자 jdtimes@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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