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년 묵은 여순의 한(恨), 드디어 국가가 닦는다~전남트라우마치유센터 국비 확보
2025-12-07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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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하반기 개소 목표…희생자·유족 1만 2천 명 상담·치유 지원 본격화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국가폭력의 깊은 상흔으로 수십 년간 고통받아 온 여순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눈물을, 마침내 국가가 직접 닦아주게 됐다.
전라남도는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 전남센터’ 설치를 위한 국비 6억 원을 확보하고, 2026년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이는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이후, 국가 책임하에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치유를 지원하는 첫 번째 제도적 실행이라는 점에서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국립트라우마치유센터는 여순사건과 같은 국가폭력으로 인해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그 가족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건강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돕는 전문 기관이다. 현재 광주(5·18)와 제주(4·3)에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전남센터 역시 동일한 모델로 운영될 예정이다.
#유족들의 오랜 염원, 마침내 결실
이번 국비 확보는, 그동안 전라남도와 여순항쟁유족총연합회가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온전한 회복을 위해 전남 동부권에 치유센터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건의하고 노력해 온 결과다. 7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가슴에 묻어두어야 했던 희생자와 유족들의 한(恨)을, 이제라도 국가가 책임지고 보듬어야 한다는 절박한 외침이 마침내 응답을 받은 것이다.
#상담부터 예술치유까지…1만 2천 명 맞춤형 지원
전남센터는 치유가 필요한 희생자와 유족 약 1만 2천여 명을 대상으로, 다각적이고 전문적인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개인·집단 심리상담 및 심리교육 ▲미술·음악·원예·여행 등을 활용한 예술치유 ▲물리치료 및 한방치료 ▲신체 재활 프로그램 등,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신체적 아픔까지 아우르는 통합적인 치료·지원 서비스가 운영된다.
전라남도는 앞으로 도비를 추가로 확보하고, 유족 및 관련 전문가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센터 장소 선정과 세부 프로그램 개발 등을 신속하게 추진해, 하루빨리 센터의 문을 열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트라우마 치유 사업이 다소 늦게 시작된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고 건강한 일상으로 회복하시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이어 “단 한 분의 유족이라도 소외되지 않고 필요한 치료와 지원을 받으실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세심하게 챙기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