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작업복이 바로 정장”~박병규 광산구청장, ‘정장·타이’ 관행에 ‘소신 일침’

2025-12-0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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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권위주의와 결별 선언…“진정한 품위는 옷이 아닌 태도, 시민 참여 막는 장벽 허물어야”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일하는 사람의 일상의 옷이야말로 가장 존중받아야 할 ‘정장’입니다. 복장 규정 하나 때문에 시민이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우리가 반드시 성찰해야 할 구태입니다.”

박병규 광주시 광산구청장
박병규 광주시 광산구청장

박병규 광주시 광산구청장이, 공공행사에서 관행적으로 요구되는 ‘정장과 타이’라는 드레스코드에 대해, “시민의 현실을 외면하는 낡은 권위주의”라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진정한 품위는 옷이 아닌 태도에서 나오며, 민주주의는 시민의 참여를 가로막는 사소한 장벽을 허무는 데서 시작된다는 그의 ‘소신 발언’이 지역 사회에 신선한 울림을 주고 있다.

#‘정장과 타이’…불편한 드레스코드

박병규 구청장은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급하게 잡힌 한 행사의 ‘정장과 타이’라는 드레스코드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토로하며 글을 시작했다.

그는 “언뜻 예의를 갖추자는 의미로 보일 수 있지만, 지난 1년간 ‘낡은 관행을 정리하자’고 강조해온 저의 기조와는 맞지 않았다”며, “형식을 앞세우고 권위를 외양으로 재현하는 태도는, 우리가 지향해온 방향과 분명히 어긋나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작업복이 그들의 정장이다”

박 구청장은 이러한 지침이, 현실을 살아가는 시민들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장을 갖추기 어려운 경제적 상황의 시민도 있고, 생계를 위해 현장에서 일하다가 급히 공적 행사에 참여해야 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들에게는 작업복, 일상의 옷이 바로 그들의 ‘정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 옷을 벗고 다시 정장과 타이를 갖춰 입으라는 요구는, 단순히 불편함을 넘어 참여 자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된다”며, “복장 하나 때문에 공적 공간에서 배제되는 현실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알베르 카뮈 인용…“품위는 옷이 아닌 태도”

박 구청장은, “예의란 특정 복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이라고 정의하며, 철학자 알베르 카뮈의 말을 인용해 자신의 철학을 뒷받침했다.

“진정한 품위는 옷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온다.” 그는 “우리가 바꾸어야 할 것은 겉모습의 통일이 아니라, 시민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과 마음”이라며, “민주주의는 웅장한 선언이 아니라, 바로 이런 일상의 태도에서 증명된다”고 강조했다.

박병규 구청장은 “일상의 언어와 방식부터 민주주의여야 한다”며, “누구나 자신의 삶의 옷차림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행정문화이고, 민주주의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첫걸음”이라고 글을 맺었다.

‘사람’을 행정의 최우선에 두겠다는 그의 확고한 철학이, 낡은 관행의 벽을 허물고, 더 많은 시민에게 열린 ‘진정한 민주주의 광장’을 열어젖힐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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