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아픔, 세계의 언어로 되살아나다~한강 노벨상 1주년, 번역가들 5·18 현장을 걷다
2025-12-0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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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소년이 온다’의 배경, 전 세계 번역가들과 함께 순례…민주주의에서 인문학으로, 도시의 미래를 묻다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소설 '소년이 온다' 속 처절했던 1980년 5월의 광주가, 그 이야기를 세계의 언어로 되살려낸 번역가들의 발걸음 아래 다시 한번 숨 쉬게 된다.
광주 출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1주년을 맞아, 그의 작품을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 옮긴 주역들이 광주에 모여 문학의 길을 따라 역사의 현장을 직접 걷는다. 이는 단순한 기념행사를 넘어, 광주의 아픔이 어떻게 세계 보편의 문학으로 승화되었는지를 확인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민주주의’에서 ‘인문학’으로 확장하려는 담대한 선언이다.
#소설 속 그 길, 세계의 언어로 걷다
오는 10일, 한강 작가의 작품을 세계에 알린 ‘문학의 조산사’들이 특별한 순례에 나선다. 영어 번역가 마야 웨스트, 프랑스어 피에르 비지우 등 4명의 번역가들은 소설의 주 무대였던 옛 전남도청과 5·18민주광장, 옛 적십자병원 등 피로 얼룩진 역사의 현장을 직접 걸으며 작품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강의 문학과 번역 과정의 고뇌를 공유하는 시간은, 문학이 어떻게 한 도시의 기억을 세계인의 가슴에 새기는지를 생생하게 증명할 것이다.
#1년의 성찰,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평
노벨상 수상 이후 지난 1년은 한국문학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소설가 이기호, 작가 이슬아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강 이후’의 한국문학이 나아갈 길을 시민들과 함께 모색한다. 한강 작가의 모교인 효동초등학교 후배들의 축하공연으로 시작될 1주년 기념행사는,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문학 전체의 자산이 된 이번 수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축제의 장이 될 전망이다.
#민주주의를 넘어 ‘인문도시’로
이번 국제포럼의 핵심은 미래를 향해 있다. 광주시는 한강 작가의 수상을, 도시의 브랜드를 ‘민주·인권’에서 ‘인문·문학’으로 확장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삼고 있다. 포럼에서는 한강 이후의 한국문학을 이끌어갈 지역 작가들의 역할과, 광주가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문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인 비전이 심도 있게 논의된다. 이는 5·18의 정신적 유산을 어떻게 창조적인 문화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에 대한 광주의 진지한 고민을 보여준다.
#아시아 문학의 힘, 세계를 향한 역동성
논의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체로 확장된다. 포럼의 마지막 세션에서는 아시아 문학이 가진 고유한 힘과 역동성을 재조명하고,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 지형 속에서 아시아 문학이 나아갈 길을 탐색한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이, 아시아 문학 전체의 연대와 부흥을 이끄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예상된다. 이번 포럼이 단순한 1주년 기념을 넘어, 광주가 세계적인 인문도시로 나아가는 이정표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