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집 800만 넘자…절반이 ‘이렇게’ 답했다

2025-12-09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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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절반 가까이 “자주·가끔 외롭다” 답해

1인 가구가 800만을 넘어선 가운데 전체 가구의 36% 이상이 홀로 사는 형태로 재편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식당가에서 시민들이 혼밥 식사를 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한 식당가에서 시민들이 혼밥 식사를 하고 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 / 뉴스1

국가데이터처가 9일 발표한 ‘2025 통계로 보는 1인 가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804만 5000가구로 집계됐다. 전체 가구의 36.1%에 해당하며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비중이다.

1인 가구 비중은 2019년 30.2%로 처음 30%를 넘긴 뒤 2020년 31.7% 2021년 33.4% 2022년 34.5% 2023년 35.5%로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해 왔다. 1인 가구가 특정 세대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기본 구조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 통계에서 확인된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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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늘었나

1인 가구 확대는 늦어지는 결혼과 기대수명 증가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혼인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청년층이 결혼 전 단계에서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졌고 기대수명이 늘면서 배우자를 먼저 떠나보낸 뒤 단독 생활을 이어가는 노년층도 함께 늘었다. 한쪽 끝의 선택적 독립과 다른 쪽 끝의 비의도적 고립이 같은 통계 안에서 동시에 커지고 있다는 점이 지금의 1인 가구 구조를 설명한다.

◈ 누가 혼자 사나

연령대별 비중은 70세 이상이 19.8%로 가장 높았다. 29세 이하가 17.8%로 뒤를 이었고 60대 17.6% 30대 17.4% 순이었다. 청년층과 고령층이 양쪽에서 두터워지는 U자형 분포가 이어지는 셈이다.

성별로 보면 여성 1인 가구는 60세 이상 고령층이 47.7%로 절반에 가까웠다. 남성 1인 가구는 39세 이하가 39.6%로 비중이 높았다. 남성은 초혼 연령이 상대적으로 높아 청년층 단독가구가 많고 여성은 기대수명이 길어 노년층 단독가구가 누적되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전체 규모는 남성 가구주 402만 6000가구 여성 가구주 401만 9000가구로 남성이 7000가구가량 많았다.

◈ 어디에 몰렸나

지역별로는 수도권 집중이 뚜렷했다. 1인 가구 10가구 중 4가구인 42.7%가 서울과 경기에 거주했다. 시도별 가구 수는 경기가 177만 5000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 1인 가구 가운데 서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6%였으며 부산 6.8% 경남 6.2%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각 지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서울의 1인 가구 비중이 39.9%로 가장 높았고 대전 39.8% 강원 39.4% 충북 39.1% 경북 38.9% 순이었다. 서울은 젊은 1인 가구 유입이 집중돼 비중이 높지만 경기는 1인 가구 수는 많아도 전체 가구 규모가 커 비중은 31.7% 수준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1인 가구가 많은 지역’과 ‘1인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이 완전히 같지 않다는 점이 이번 통계의 특징이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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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은 어떻게 마련했나

주거 형태를 보면 1인 가구의 거처는 단독주택이 39.0%로 가장 많았고 아파트가 35.9%로 뒤를 이었다. 연립 다세대는 11.7%였다. 전체 가구와 비교하면 단독주택이나 주택 이외 거처의 비중이 더 높아 1인 가구 주거가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층위에 놓일 가능성을 시사한다.

주택 소유율은 32.0%로 전체 가구 56.9%에 비해 크게 낮았다. 다만 연령대가 높을수록 소유율도 올라 70세 이상이 50.9%로 가장 높았고 60대 43.7% 50대 38.6% 순이었다. 젊은 1인 가구는 ‘세입자 중심’ 고령 1인 가구는 ‘자가 보유 중심’으로 갈리는 구조가 읽힌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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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과 돈의 현실

지난해 10월 기준 1인 가구 중 취업 가구는 510만 가구로 1년 전보다 42만 6000가구 늘었다. 연령대별로는 50~64세가 26.2%로 가장 많았고 30대 24.4% 15~29세 18.6% 순이었다. 산업별로는 사업 개인 공공서비스업이 42.3%로 가장 컸고 도소매 숙박음식점업 18.1% 광 제조업 14.2%가 뒤를 이었다.

직업별로는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가 24.8%로 가장 많아 전체 취업자보다 전문가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38.2시간으로 전체 취업자 평균 38.9시간보다 0.7시간 짧았고 전년 대비로는 0.3시간 줄었다.

소득과 자산 격차는 여전히 컸다. 지난해 1인 가구 연간 소득은 3423만 원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지만 전체 가구 평균 7427만 원의 46.1% 수준에 그쳤다. ‘벌이는 늘지만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는 셈이다.

자산은 평균 2억 2302만 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39.3%에 머물렀고 부채는 4019만 원으로 전체 평균 대비 42.2% 수준이었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168만 9000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의 58.4% 수준이었다. 지출 비중은 주거 수도 광열이 18.4%로 가장 높았고 음식 숙박이 18.2%로 비슷했다. 소비 총액은 작아도 주거비와 식비 같은 필수지출 비중이 높아 체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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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로움과 취약성

건강과 복지 지표에서도 1인 가구의 취약성이 확인됐다. 1인 가구의 월평균 보건지출은 12만 2000원으로 전체 가구 평균 22만 5000원의 절반 수준이었다. 지출은 외래 의료서비스와 의약품에 집중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1인 가구는 139만 7000가구로 수급 대상 가구의 74.2%를 차지했다. 혼자 사는 생활이 빈곤 위험과 가까이 맞닿아 있다는 의미다.

사회적 관계망에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2025년 기준 1인 가구의 48.9%가 평소 자주 또는 가끔 외롭다고 답했다. 전체 평균보다 10.7%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도움받을 사람이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도 1인 가구의 응답은 전반적으로 낮았다. 1인 가구 중 “몸이 아플 때 도와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68.9%였고 “돈을 빌려야 할 때 도움받을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45.6%였다.

“우울할 때 기대거나 상담할 사람이 있다”는 응답도 73.5%로 모두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전반적인 인간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중 역시 51.1%로 전체 인구 평균 55.5%에 미치지 못했다. 1인 가구가 가장 흔한 생활 형태가 됐지만 위급하거나 힘든 순간에 의지할 관계망은 상대적으로 더 얇다는 의미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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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 측면에서는 혼자 사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생활의 결도 달라졌다. 1인 가구의 주말 주된 여가활동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이 75.7%로 가장 많았고 휴식 73.2%가 뒤를 이었다.

평일 하루 평균 여가시간은 4.5시간 주말은 6.4시간으로 전체 인구보다 길었지만 여가를 ‘개인의 즐거움’과 ‘마음의 안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했다.

국가데이터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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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 이상 1인 가구가 노후를 보내고 싶은 방식으로는 취미활동이 44.7%로 가장 많았고 여행 관광활동 26.3% 소득 창출활동 13.5% 순으로 조사됐다. 혼자 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일상과 노후 모두에서 ‘자기 삶의 방식’을 찾으려는 욕구가 커지는 흐름으로 읽힌다.

1인 가구 800만 시대는 이미 현실이 됐다. 이제는 숫자의 증가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는 주거 불안과 자산 격차 그리고 외로움과 고립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가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혼자 사는 것이 선택이든 불가피한 결과든 사회가 그 무게를 개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는 단계로 들어섰다는 메시지가 이번 통계에 담겼다.

통계로 보는 1인가구 / 국가데이터처 제공
통계로 보는 1인가구 / 국가데이터처 제공
home 정혁진 기자 hyjin27@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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