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깊숙이 숨어있던 오래된 흑설탕, 먹어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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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없는 설탕, 평생 먹어도 정말 안전할까?

이사 준비를 하거나 주방 싱크대 깊은 곳을 정리하다 보면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설탕 봉지를 발견하곤 한다. 겉면을 아무리 뒤집어봐도 흔히 보이는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 굳어서 돌덩이처럼 딱딱해진 설탕을 보며 "이거 먹고 탈 나는 것 아닐까" 하는 마음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설탕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설탕은 상하지 않는 식품이기 때문이다.

흑설탕 자료사진. / Garna Zarina-shutterstock.com
흑설탕 자료사진. / Garna Zarina-shutterstock.com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을 보면 설탕은 유통기한이나 소비기한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품목이다. 제품 겉면에는 만든 날짜인 제조연월일만 적혀 있다. 보관만 잘하면 이론적으로 평생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설탕이 썩지 않는 비결은 높은 당 함량에 있다. 음식을 상하게 하는 세균이나 곰팡이는 수분이 있어야 번식하는데, 설탕은 주변의 물기를 모두 빨아들이는 성질이 있다. 세균이 설탕에 닿으면 몸속 수분을 모두 빼앗겨 곧바로 죽고 만다.

하얀 설탕과 흑설탕의 차이점

하지만 흑설탕은 하얀 설탕과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하얀 설탕은 단 성분만 순수하게 남긴 상태라 수분이 거의 없다. 반면 흑설탕은 사탕수수즙을 졸여 만든 '당밀'이라는 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하얀 설탕보다 기본적으로 수분과 미네랄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식품 전문가들은 "흑설탕은 유통기한보다 보관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밀 성분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하얀 설탕보다 맛과 향이 더 빠르게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흑설탕을 구매한 뒤 6개월 안에 먹어야 특유의 깊은 풍미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다.

오래 보관한 흑설탕은 상한 것은 아니지만 풍미가 처음보다 약해질 수 있다. 특히 정확한 계량과 식감이 중요한 쿠키, 케이크 같은 제과·제빵 요리에서는 오래된 흑설탕을 쓰면 단맛이나 식감이 일정하게 나오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완성도가 중요한 베이킹을 할 때는 가급적 신선한 설탕을 쓰는 것이 좋다. 대신 오래된 흑설탕은 커피 시럽을 만들거나, 베이컨 글레이즈, 채소를 볶아 단맛을 내는 요리에 활용하면 훌륭한 재료가 된다.

돌처럼 단단하게 굳은 설탕 되살리기

설탕이 덩어리처럼 단단하게 굳은 모습을 보고 변질되었다고 오해해 버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는 상한 것이 아니라 수분이 날아가면서 입자끼리 뭉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특히 흑설탕은 수분을 머금고 있다가 공기가 건조해지면 쉽게 굳는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단단하게 굳은 흑설탕은 몇 가지 방법으로 간단히 되살릴 수 있다. 가장 빠른 방법은 흑설탕을 그릇에 담고 젖은 키친타월을 살짝 덮은 뒤 전자레인지에 잠시 돌리는 것이다. 수분이 다시 공급되면서 부드럽게 풀어진다. 오븐이 있다면 약한 온도로 설정해 천천히 데우는 방법도 있다.

밀폐 용기에 흑설탕을 보관할 때 식빵 한 조각이나 마시멜로를 함께 넣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식빵과 마시멜로가 통 안의 수분을 알맞게 유지해 주어 설탕이 굳는 것을 막아준다.

반드시 버려야 하는 예외적인 상황

굳은 설탕은 다시 쓸 수 있지만, 반대로 아예 물에 젖어 축축하게 방치된 설탕은 위험하다. 설탕이 젖은 상태로 오래 두면 세균이 번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설탕 봉지나 용기 안에서 시큼하거나 이상한 냄새가 나는 경우, 눈으로 봤을 때 축축하게 젖은 부분이나 곰팡이가 피어 있는 경우, 벌레가 들어간 경우에는 아까워하지 말고 버려야 안전하다.

흑설탕을 평생 안전하게 먹기 위한 핵심은 결국 밀폐다.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 용기에 담아 습기가 없고 그늘진 서늘한 곳에 두어야 한다. 만약 아주 오랫동안 보관해야 한다면 지퍼백이나 밀폐 용기에 담아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방 구석에서 굳은 흑설탕을 발견했다면 무작정 버리기 전에 냄새와 수분 상태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