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불안 확산…이정선 교육감 후보 “교육청이 직접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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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학습 중 사고 시 교사가 형사책임? 책임 구조 개선 논의 본격화
안전사고 두려움에 교사들 수학여행·소풍 기피...누가 책임져야 하나

[위키트리 광주전남취재본부 노해섭 기자] 현장체험학습을 둘러싼 학교 현장의 불안이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정선 교육감 후보가 “교사에게 모든 책임이 집중되는 구조를 바꾸겠다”며 교육청 책임 강화를 핵심으로 한 대응 방안을 내놓았다.

이정선 교육감 후보
이정선 교육감 후보

최근 잇따른 현장체험학습 사고와 이에 따른 형사책임 논란으로 교사들 사이에서는 수학여행과 소풍, 각종 체험활동 자체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교육적 필요성은 여전히 크지만,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인솔 교사에게 집중되는 현실 속에서 현장체험학습이 더 이상 교육활동이 아니라 위험 부담이 큰 업무로 인식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일선 교사들의 집단적 문제 제기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교조 전남지부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운동에는 전남 지역 교사 1천2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반응이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누적돼 온 우려와 피로감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된다. 최근 교사 사회에서는 현장체험학습을 놓고 “1인실이 아니라 특실을 줘도 안 간다”, “교육활동이 아니라 형사처벌 위험을 떠안는 업무가 됐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한 초등교사의 고충을 담은 영상이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한 것도 이 문제가 교육계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의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고 이후 커진 교사 불안, 현장체험학습 기피로 이어져

이번 논란의 배경에는 최근 속초와 울산 등에서 발생한 현장체험학습 관련 사고가 자리하고 있다. 사고 그 자체도 충격이었지만, 이후 인솔 교사에게 형사책임이 부과되는 과정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심리적 부담은 한층 커졌다.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 안전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지만, 예측하기 어려운 돌발 상황까지 모두 교사의 책임으로 귀결되는 구조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특히 현장체험학습은 학급 단위 이동과 단체 활동, 외부시설 이용, 교통 이동, 응급 상황 대응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교육활동이다. 그만큼 사전 준비와 현장 관리가 중요하지만, 모든 변수에 대해 담임교사나 인솔교사 개인이 사실상 무한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운영될 경우 교육 현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학생들에게 필요한 체험 기회가 줄어들고, 학교는 안전을 이유로 교육활동 자체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문제의식이 커지고 있다.

◆교육청 대책에도 현장선 “업무만 더 늘었다” 불만

이런 가운데 교육당국이 내놓은 대책 역시 현장의 체감도는 높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전남교육청은 퇴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안전보조인력풀 운영 방안 등을 제시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부담 완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안전보조인력을 활용하더라도 신원조회, 계약, 일정 조율, 배치, 관리 등의 업무를 학교와 교사가 상당 부분 떠안게 되면서 오히려 행정 부담이 늘어났다는 불만이 나온 것이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 안전을 위한 인력 보강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그것이 또 다른 행정업무로 전가돼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많다. 지원인력이 있다고 해도 채용과 관리 주체가 학교라면 실무 부담은 여전히 교사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임시방편적 보완책이 아니라, 교육청이 직접 책임지고 관리하는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정선, “교사 책임 전가 구조 바꾸겠다” 공약 제시

이정선 후보는 이러한 문제 인식 속에서 교사 책임 집중 구조를 바꾸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3일 현장체험학습과 관련한 교사들의 불안감이 심화하고 있는 데 대해 “문제 발생 시 교육청이 직접 책임지는 안전 시스템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단순히 사고 대응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교권 보호와 학생 안전을 함께 강화하는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방안에는 교육청 차원의 법률지원단 상시 운영, 교육활동 보호 시스템 강화, 사고 대응 매뉴얼 정비, 교사 심리 회복 지원체계 구축 등이 포함됐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사가 홀로 법적·심리적 부담을 떠안는 구조를 개선하고, 교육청이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담임교사와 학교가 감당해야 했던 행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교육청이 직접 채용하고 관리하는 학생 안전지원 전담인력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 지원이 아니라 책임 주체를 보다 명확히 재설정하겠다는 성격이 강하다. 교사가 학생 인솔과 교육활동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안전 인력 운영과 법률 대응, 위기관리 체계는 교육청이 제도적으로 떠받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법률지원·AI 안전관리·심리회복까지 종합 대응 강조

이 후보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AI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학생 안전 24시간 책임제, 학생 마음건강 통합센터 운영, 교직원 심리 회복 지원체계 확대 등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는 현장체험학습 문제를 단순한 행사 운영상의 부담이 아니라, 학교 안전과 교권 보호, 학생 정서 지원이 맞물린 종합 정책 과제로 바라보겠다는 접근으로 해석된다.

특히 교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은 법적 책임과 민원 부담이다. 사소한 사고나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도 교사가 개인적으로 모든 비난과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는 인식이 퍼질 경우, 현장체험학습은 사실상 지속 가능성을 잃게 된다. 이런 점에서 법률지원단 상시 운영과 명확한 사고 대응 매뉴얼 구축은 교사들의 심리적 안전망 확보와 직결되는 문제로 평가된다.

이정선 후보는 “현장의 교사들이 현장체험학습에서의 사고와 민원, 형사 책임을 두려워하고 있다”며 “교사 개인에게 책임을 몰아주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교육활동이 유지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학생 안전은 더욱 강화하되, 그 책임과 부담은 교육청이 제도적으로 함께 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체험학습은 교실 수업만으로 채우기 어려운 경험과 배움의 장이라는 점에서 교육적 가치가 크다. 그러나 안전사고 우려와 책임 공방이 반복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는 그 의미보다 부담이 먼저 떠오르는 현실이 됐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제기된 이정선 후보의 대책은 결국 학생 안전과 교권 보호를 어떻게 균형 있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해법 제시로 볼 수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선언을 넘어 실제 제도화와 실행 가능성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