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테러 재수사' 김태완군 숨진당일 엄마 글

2013-12-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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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MBC 2580' 방송화면 캡처]경찰이 지난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

[사진='MBC 2580' 방송화면 캡처]

경찰이 지난 1999년 발생한 '대구 어린이 황산테러' 사건 재수사 계획을 밝힌 가운데, 피해자 어머니가 남겼던 '병상일지'가 SNS에서 확산되고 있습니다.

대구지검은 희생자 유족이 제출한 청원서류를 대구 동부서에 넘겨 제기된 의혹을 토대로 철저히 수사하도록 지휘할 방침이라고 지난 3일 밝혔습니다.

내년(2014년) 5월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이 사건은 지난 1999년 5월 발생한 사건인데요. 당시 6살이었던 김태완 군이 대구시 동구 효목동 집 부근 골목길에서 학습지 과외를 받으러 집을 나서다 누군가가 뿌린 황산에 얼굴을 비롯한 전신의 40~45%에 3도 화상을 입고, 두 눈을 잃은 채,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다 사망한 사건입니다.

김 군은 사망 직전 범인을 '치킨집 아저씨'라고 지목했는데요. 지목당한 이가 '자신은 무고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해 영구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다음은 사건 당시 김 군의 어머니가 남긴 49일간의 병상일지 중 김 군이 숨진 1999년 7월 8일 자(어머니 기록일 2001년 2월 8일) 일지입니다.

2001년 2월 8일

“엄마, 나 갈래, 갈래, 갈래.”

“태완아 어디 간다고?”

엄마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다. 아이가 어딜 간다는 걸까?

아이는 하루 사이에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다. 복수가 차올라 무섭게 부어 오른 배가 몹시 아프다고 한다.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이 떨며 덥다고도 하고 춥다고도 한다. 체온이 35도까지 내렸다, 갑자기 40도를 웃돌고…. 소변과 대변이 그냥 흘러나온다. 소변도 대변도 아닌 투명한 액체가….

“엄마, 응가 나왔다 쉬 나왔다 한다. 참을라고 하는데 저절로 나온다.”

20여일을 물 한 모금 제대로 먹지 못한 아이의 몸에선 빛깔 고운 젤리 모양의 끈적한 액체가 자꾸만 나왔다. 아이는 전에 없이 고통스러워한다. 가슴이 답답하다 한다. 아니 마음이 답답하다고 했다.

앉아 있고 싶다고 해 아이를 일으켜 보았지만 아이는 견디질 못한다. 창 밖에 어둠이 지고 있었다.

“태완아, 엄마 한 번만 더 업어보자.”

아이는 힘없이 고갯짓을 한다. 이렇게 고통에 가득한 모습을 엄마는 볼 수가 없다. 아빠가 아이를 일으킨다. 아빠가 주춤거린다. 아빠도 힘이 많이 빠졌으리라. 엄마 등에 업힌 아이의 머리가 몹시도 무겁게 느껴진다.

그렇게 있던 아이가 내려달란다. 아이를 잠시 앉혔다 뉘는데, 아빠 혼자의 힘으론 아이 머리를 지탱하지 못했다. 축 늘어진 머리. 엄마는 두려운 마음이 든다.

“엄마, 3층 이모보고 싶다. 빨리 오라고 해.”

“응, 조금만 기다려. 이모야한테 전화 걸어줄게.”

“이모야, 빨리 온나. 내 이모야 보고 싶다.”

아이는 자꾸만 재촉한다. 체내 산소율이 떨어지고 있었다. 아이는 산소호흡을 해야만 하는데. 아이의 모든 상태가 급격히 떨어진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한다.

소아과 의사가 들어오고 산소호흡을 인공호흡으로 바꾸기 위한 조치가 시작됐다. 소아과 선생님은 아빠를 불러 뭐라고 속삭인다. 아빠는 엄마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내보낸다.

“밖에 나가 있어.”

엄마는 병실 문 밖에서 떨고 서 있다. 여지껏 견뎌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태완이가 이겨주리라….

의료진의 발빠른 움직임이 계속되더니 소아과 중환자실로 옮겨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의 붕대 감은 얼굴엔 핏물이 배어 나온다.

이동침대 옆에서 아빠가 아이에게 말한다. “태완아, 아빠 여기 있다.” 아이가 아빠의 손을 꼬옥 잡았다. 아빠는 지금도 그 아이의 마지막 따뜻한 손길이 느껴진단다.

소아과 중환자실. 아이의 입과 코에서 뿜어나오는 붉은 피가 아이 온몸을 적신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엄마는 ‘눈부시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사망 시간 오전 8시.

돌아나온 엄마는 복도 끝자락에 멍하니 앉았다. 아이를 치료해 주시던 의사선생님이 빠른 걸음으로 아이에게 가고 있었다. 뒤따라선 엄마는 “우리 태완이 이쁘게 치료해 주세요” 한다.

영안실로 내려간 아이…. 밖엔 비가 오시고 있었다.

home 박민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