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체제, 변화보다 안정 선택

2014-04-1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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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

[ 북한은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고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 사진=연합뉴스 ]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 구성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권력구도는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가 김정은 정권 들어 처음 치러진 대의원 선거를 통해 구성된 명실공히 '김정은 정권의 첫 국회' 출범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통치시스템을 유지했다.

무엇보다 헌법상 최고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년 전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을 제1위원장을 수뇌로 하는 통치기구체계를 고수했다.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주요 권력기구 체계는 물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총리 등 국가기구 책임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재선출로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연 1998년 9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회의에서 주석제를 폐지하고 대대적인 권력기구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북한이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어린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의식한 듯 이듬해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김정일을 국방위원장 및 노동당 총비서로 못박는 헌법 개정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등 기본적인 정치시스템을 구축해 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은 또 지난 2년여간 당 대표자회와 당 중앙위 전원회의, 당중앙 군사위원회와 정치국 회의 등을 통해 단행한 수차례 인사로 김정은 체제를 이끌어갈 간부 진용을 기본적으로 구축했다.

작년 말 40년간 북한 권부의 2인자로 활약해온 장성택을 숙청하고도 권부에서는 장성택의 핵심 심복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고위간부는 자리를 유지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미 김정은 체제에 들어와서 당·정·군 인사 개편이 마무리된데다 대외적으로 불안정 대신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함으로써 김정은 체제의 안전성과 지속성을 강조했다"고 평했다.

권력 핵심부에 별다른 변화가 없는 속에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장성택 대신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자리를 꿰차고 김정은 제1위원장 다음가는 권력 실세로 우뚝 서 주목된다.

최룡해는 김정은 정권 출범과 더불어 군 총정치국장, 당중앙 군사위 부위원장, 정치국 상무위원 등 요직을 거의 꿰찼다.

그러나 그동안 총정치국장 위상에 걸맞은 국방위 부위원장을 맡지 못하고 위원에 머물렀다.

과거 김정일 체제에서 조명록 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 제1부위원장이었던 것과 달리 최룡해는 장성택에게 밀려 위원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장성택 숙청을 주도하고 그가 꿰차고 있던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최룡해는 명실공히 김정은 체제의 2인자임을 과시한 셈이다.

이와 함께 김정일 가계의 '집사'였던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외무상으로 임명된 것도 눈길을 끈다.

외교사령탑 자리에 젊은 김정은 체제 이미지와 달리 올해 79세의 리수용이 기용된 것은 이례적으로 보이지만 오랜기간 해외생활로 마당발인 그의 외교적 수완과 다양한 대외 인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러한 장점을 동원해 인권문제 등 대외적으로 고립과 제재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오랫동안 리철이란 가명으로 스위스 대사를 지내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했지만 북한에 휴대전화를 도입한 이집트 오라스콤의 투자 유치를 주도하는 등 외국자본의 유치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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