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이 모기가 미워서 쓴 시 '얄미운 모기'

2014-08-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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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 이미지=위키피디아] 한여름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

[다산 정약용 / 이미지=위키피디아]

한여름 불볕더위가 이어지며 모기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다산 정약용 선생이 쓴 시가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쓴 시 '증문'(憎蚊 얄미운 모기)에는 '맹호가 울 밑에서 으르렁대도 코 골며 잘 수 있지만 모기 소리 귓가에 들려오면 간담이 서늘하단다', '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이미 가고 없어' 등 모기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자세하게 묘사됐습니다.

'얄미운 모기' 전문입니다.

다산 정약용 증문 (憎蚊 얄미운 모기)

맹호가 울밑에서 으르렁대도 / 猛虎咆籬根

나는 코골며 잠잘 수 있고 / 我能齁齁眠

긴 뱀이 처마 끝에 걸려있어도 / 脩蛇掛屋角

누워서 꿈틀대는 꼴 볼 수 있지만 / 且臥看蜿蜒

모기 한 마리 왱하고 귓가에 들려오면 / 一蚊譻然聲到耳

기가 질려 속이 타고 간담이 서늘하단다 / 氣怯膽落腸內煎

부리 박아 피를 빨면 그것으로 족해야지 / 揷觜吮血斯足矣

어이하여 뼈에까지 독기를 불어넣느냐 / 吹毒次骨又胡然

베 이불을 덮어쓰고 이마만 내놓으면 / 布衾密包但露頂

어느새 울퉁불퉁 혹이 돋아 부처머리처럼 돼버리고/須臾瘣癗萬顆如佛巓

제 뺨을 제가 쳐도 헛치기 일쑤이며 / 頰雖自批亦虛發

넓적다리 급히 만져도 그는 이미 가고 없어 / 髀將急拊先已遷

싸워봐야 소용없고 잠만 공연히 못 자기에 / 力戰無功不成寐

여름밤이 지루하기 일년과 맞먹는다네 / 漫漫夏夜長如年

몸통도 그리 작고 종자도 천한 네가 / 汝質至眇族至賤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 / 何爲逢人輒流涎

밤으로 다니는 것 도둑 배우는 일이요 / 夜行眞學盜

제가 무슨 현자라고 혈식을 한단 말가 / 血食豈由賢

생각하면 그 옛날 대유사에서 교서할 때는 / 憶曾校書大酉舍

집 앞에 창송과 백학이 줄서 있고 / 蒼松白鶴羅堂前

유월에도 파리마저 꼼짝을 못했기에 / 六月飛蠅凍不起

대자리에서 편히 쉬며 매미소리 들었는데 / 偃息綠?聞寒蟬

지금은 흙바닥에 볏짚 깔고 사는 신세 / 如今土床薦藁鞂?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 / 蚊由我召非汝愆

한편 '증문'은 모기를 소재로 세태를 꼬집은 작품입니다.

호랑이와 뱀 같은 거대 권력의 횡포에는 화를 내지 못하지만 모기같이 말단 관리 횡포에는 크게 분노하는 모습을 통해 자신의 소시민적인 모습을 자책하는 내용인데요.

또 '모기야 모기야 얄미운 모기야, 어찌해서 사람만 보면 침을 그리 흘리느냐'라는 부분은 여름밤 시종일관 물어대는 모기를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 탐관오리에 빗대 꾸짖은 것입니다.

다산은 '내가 너를 부른 거지 네 탓이 아니로다'라며 결국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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