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의 집 방명록' 속 노총각·노처녀 커플된 사연

2015-09-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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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통인시장이 나오기 전 서촌 초입 골목으로 들어가면

이하 위키트리

3호선 경복궁역에서 내려 통인시장이 나오기 전 서촌 초입 골목으로 들어가면 시끌시끌한 경복궁역 입구 쪽 거리와 달리 다른 세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골목을 따라 올라가면 서촌만이 가진 옛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그 골목길 한편에 '이상의 집'이 있다.

이상의 집

서울시 종로구 통인동 154-10번지에 위치한 '이상의 집'은 이상(김해경) 작가가 3살부터 23살까지 살았던 집 '터'의 일부에 자리한 문화공간이다. 이 가옥은 이상 작가와 관련된 기록이 남아 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화요일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매주 일요일과 월요일, 설날과 추석 연휴에는 휴무다. 누구나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무료로 개방하고 있다.

이상의 집은 서촌을 찾은 사람들이 한 박자 쉬어가기 위해 머무는 곳이다.

처음 이상의 집을 발견한 사람들은 집 앞에 서서 유리창 너머 집 안 풍경을 한참 바라본다. 멀리서 집안 풍경을 바라보면 한 쪽에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이 글과 그림을 남기는 '방명록'에는 서촌 나들이를 하면서 느낀 감정뿐 아니라 이들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담겨 있다. 그 흔적을 하나씩 따라가 보자.

1. 서촌에서 우연한 만남, '사랑'을 맺어주다

이상의 집 방명록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페이지가 있다.

방명록 속 '승우'란 이름의 방문객은 이상의 집에서 우연히 초등학교 동창을 만났다. 그곳에서 만난 노총각, 노처녀는 커플이 됐다. 방문객 승우 씨가 방명록에 남긴 한 문장이 인상적이다.

"이 날을 위해 노총각, 노처녀 소릴 들었는가 봅니다!"

운명은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이상의 집 방명록에서 가장 많이 찾아볼 수 있는 글과 그림은 사랑을 속삭이는 커플 이야기다.

커플들이 쓴 방명록에는 눈에 띄는 그림이 있다. '하트 모양'이다. 이곳을 찾은 커플들에게 이상의 집 방명록은 사랑을 다시 확인하게 해주는 매개체가 된다.

사랑을 확인한 커플이 있는 가하면 한 페이지에는 이별 후 혼자가 돼 이곳을 다시 찾아온 방문객 글도 있었다.

2. 낯선 사람이 나를 그렸다

'이상의 집'에 앉아 있으면, 예술을 하는 방문객이 자신을 뮤즈로 그림을 그리고 음악을 만들지도 모른다.

김민재(27·남) 씨는 이상의 집 방명록에서 '자신'을 봤다. 의자에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방명록에 그려졌다.

민재 씨는 "제가 앉아 있었을 때 절 보고 있던 아저씨가 한 분 계셨는데, 그분이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며 "누군가가 나의 모습을 그려줬다는 것이 기분 좋기도 하고 신기하다"고 이야기했다.

일상 속 이벤트 같은 에피소드들이 이상의 집에서 생겨난다.

방명록에서 만난 방문객들의 그림이다. 이들은 자신의 시각에 본 '이상의 집'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3. 아이의 눈에 방명록은 '한 장의 도화지'

'이상의 집' 방명록에는 아이들의 순수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지난달 15일 이곳을 찾은 한 아이는 광복절에 대한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아이의 눈에 비친 8월 15일은 '태극기', '거북선', '대한독립 만세'였다. 왜 거북선을 그린 건 지 궁금해 졌다.

방명록에 그려진 아이들 그림이다.

4. 태어날 아기에게

인상 깊었던 방명록이 있다. 태어날 아이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산모'의 방명록이다. 그 안에는 태어날 아이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마음이 담겨 있다.

5. '이상' 그를 생각하며...

'이상의 집' 한쪽에는 이상의 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그의 책을 읽고, 이상을 생각하며 방명록에 글을 남겼다.

방문객들이 이상 작가를 생각하며 남긴 방명록 내용이다.

이상 <날개>

1936년에 발표된 이상 작가의 단편소설이다. 그가 1933년 요양차 황해도 배천온천에 갔을 때 알게 된 금홍과의 2년 남짓한 동거생활에서 얻어진 작품이다.

한국 현대 문학의 최초의 심리주의 소설로 일컬어지고 있다.

이상 <오감도>

1934년 7월 24일부터 8월 8일까지 조선중앙일보에 연재한 연작시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독자들은 '무슨 개수작이냐'며 항의 투서가 수십 장 씩 날아들었다고 한다. 그만큼 파격적인 작품으로, 종래의 시의 고정관념을 크게 무너뜨린 작품이다.

오감도 제1호에 등장하는 13인의 아해는 최후의 만찬에 합석한 예수의 13제자를 상징한다는 풀이도 있고, 무수를 표시하여 '13'으로 했다는 설명이 있으나 평자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다른 견해를 낳을 수도 있다.

서촌을 찾은 사람들에게 '이상의 집'은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고 있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은 선물 받은 추억을 '방명록'에 새기고 돌아간다.

서촌을 들를 기회가 생긴다면 잊지 말고 이상의 집 '방명록'을 살펴보자. 노트 한 권에 미처 알지 못했던 다른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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