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장애인경사로가 많이 가파른가요?"

2015-09-18 17:19

add remove print link

서울 중구에 위치한 어느 건물 1층 식당 경사로. 사진을 클릭하면 가상현실로 가파른 경사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어느 건물 1층 식당 경사로. 사진을 클릭하면 가상현실로 가파른 경사로를 확인할 수 있다. / 이하 위키트리

"사장님, 휠체어 이용하는 장애인은 이 식당 어떻게 들어와요? 경사로가 너무 급하던데."

"그래요? 그럼 같이 온 사람들이 도와주셔야죠."

"그럼 혼자는 못 오는 건가요?"

"장애인 분들은 보통 혼자 안 오시던데"

서울 중구에 위치한 상가 건물 1층 식당에 가려고 했을 뿐이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친구와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적당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계단 옆에 마련된 장애인경사로는 도저히 장애인 '편의시설'로 보이지 않았다.

근처 패스트푸드점도 마찬가지였다.

장애인은 이곳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묻자, 직원은 "글쎄요. (제가 일하는 동안은) 장애인 분들이 오신 적이 없어서요"라 답했다. 이어 "저 경사로가 가파른가요? 만약 혼자 오시기 힘드시면 도와드리겠습니다"라 덧붙였다.

공통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저 경사로가 가파른가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1997년 제정, 1998년 시행)은 '1:12' 규칙을 명시하고 있다. 휠체어 사용 장애인이 다른 사람 도움 없이 혼자 오를 수 있는 최소한의 기울기를 위한 '높이:밑변' 비율이다. 각도로 약 5도다. 건물 여건상 이 비율을 지키기 어려우면 최대 1:8까지 허용하고 있다.

장애인경사로는 높이 1에 밑변 12 비율을 지켜야 한다는 게 현행 법률이다

각도기를 들고 직접 재봤다.

서울 중구에 있는 상가 건물 장애인경사로. 약 20도 경사다.

서울 중구에 있는 다른 상가 건물 장애인경사로. 약 15도에 이른다.

서울 양천구에 있는 은행 건물 장애인경사로. 역시 10도를 웃돈다.

눈으로 봐도 '가파르다' 싶은 경사로는 크게는 20도를 훌쩍 웃돌 만큼 정말 가팔랐다.

이 법률은 규모가 300m²(약 91평) 이상인 일반 편의시설이나 점포는 장애인 출입을 돕는 편의시설을 갖추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건물 상황에 따라 최대 1:8 비율 장애인경사로를 만들기 어렵다면 리프트, 도우미 호출벨 등 보조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어길 경우에는 벌금 100~200만원을 내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위탁운영하는 장애인편의센터 황아름 주임은 "현행 법률 공표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상당수가 이런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법률을 소급 적용할 수 없어 제재할 수도 없다"며 "장애인 개인이 건물주에 불편함을 호소해 편의시설이 생기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건물주 의지가 관건"이라 말했다.

이런 상황이다보니 모범적인 장애인경사로를 확인할 수 있는 건물은 대체로 공공기관 중심이다. 새로 지은 건물들 중에는 건물 위치 여건에 따라 여러 번 경사로를 꺾은 곳도 눈에 띈다. 완만한 경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서울 양천구 공공기관에서 확인한 모범 장애인경사로 각도는 5도 미만이었다.

서울 중구에 있는 일반 상가 건물이다. 장애인경사로를 확보하기 위해 건물 앞 바닥을 완만하게 높였다.

황아름 주임은 "제대로 만들지 않은 장애인경사로는 편의시설이라 부를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그 경사로를 이용하는 비장애인에게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장애인 편의시설이 장애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비장애인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제대로 만들지 못한 장애인경사로는 오히려 위험할 뿐이다" (황아름 장애인편의시설 주임)

home story@wikitree.co.kr

NewsC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