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속력 질주" H&M-발망 콜라보 매장 상황

2015-11-0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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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5일 오전, H&M이 노숙 행렬까지 벌어지게 했던 H&M-발망

이하 위키트리

5일 오전, H&M이 노숙 행렬까지 벌어지게 했던 H&M-발망(BALMAIN) 콜렉션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날 8시 오픈 한 시간 전인 오전 7시에 H&M 명동눈스퀘어점을 찾았다. 매장 앞 대기 장소는 이전보다 정돈된 상태였으나 오랜 기다림에 사람들은 매우 피곤해보였다. 지난달 30일부터 이 자리를 지킨 사람도 있었다.

가장 먼저 대기를 시작한 1그룹에 속한 이(학생 19)씨는 "1일부터 기다렸다"며 "경기도 양주에서 왔다"고 밝혔다. 그의 양손에는 캠핑용 의자와 세면도구 등이 든 가방이 들려 있었다. 이 씨는 "잠은 계속 여기서(매장 앞)에서 잤다"며 "씻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 서로 번갈아 다녀오면서 해결했다"고 했다.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아 오랜 대기 시간도 감수하고 콜렉션 제품을 기다리고 있다는 그는 "골고루 살 예정이다. 일단 바지를 꼭 사고 싶다"고 했다.

1그룹에 속한 고객 2명이 매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다

대기 현장에는 이 씨와 같이 긴 시간 노숙까지 감수했던 사람부터 전날 새벽에 도착한 사람까지 있었다. 지난 2일 밤 9시쯤에 왔다는 두 여성은 4번째 그룹이었다.

경기도 평택에 사는 박 씨(27/여)는 전날인 4일 새벽 3시쯤 이곳에 도착했고 200번대 초반 번호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죽 재킷, 피코트 등을 사러왔다"며 구체적으로 사고 싶은 제품을 언급했다.

'H&M-발망 콜라보레이션' 여성 의류 코너

H&M-발망 콜렉션 제품은 H&M매장 3층 한 쪽에 마련돼 있었다. 남성 코너와 여성 코너로 분류돼 있었으며 손님을 맞이하기 직전, 매장 안은 더욱 조용하게 느껴졌다.

이번 콜렉션에는 여성 의류 44점, 액세서리 25점, 남성 의류 31점, 액세서리 9점이 마련돼 있었다. "왜 명동눈스퀘어점과 압구정점에 대기자들이 유난히 몰렸냐"는 질문에 H&M 관계자는 "남성 의류까지 판매하는 매장이 두 곳뿐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H&M-발망 콜라보레이션' 남성 의류 코너

우리나라에서는 H&M 서울 명동눈스퀘어점, 압구정점, 롯데잠실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에서만 H&M-발망 콜렉션 제품을 판매한다. 명동눈스퀘어점과 압구정점에선 여성, 남성 제품을 함께 판매하며 나머지 2곳에는 여성 의류만 준비됐다.

남성 제품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듯 명동눈스퀘어점 대기자 1그룹에도 과반수 이상이 남자였다.

이번 콜렉션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옷은 비즈 드레스, 실크 블렌드 벨벳 드레스 등이었다. 실크 블렌드 벨벳 드레스(아래 사진 맨 오른쪽)는 영화 '도리화가' 관련 인터뷰에서 수지 씨가 입어 화제가 됐었다.

남성 제품에서는 엠브로이더리 레더 재킷, 숄칼라 울 블레이저, 레더 부츠가 가장 주목 받았다.

카키색 코트도 지난 4일 블락비 멤버 지코가 입고 있는 사진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코 인스타그램

7시 30분이 지나 일부 대기자들은 매장 안으로 이동해 대기했다. 안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쇼핑법이 정해져 있었다.

H&M측은 그룹별로 팔찌를 나눠줬으며 팔찌는 14가지 색상으로 나뉘었다. 한 그룹당 30명이었고 각 그룹은 10분 동안 매장에서 콜렉션 제품을 쇼핑할 수 있었다. 이후 5분간 정돈 시간을 갖고 다음 그룹이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한 사람당 제품별로 1개만 살 수 있었다.

예정 시간 8시보다 5분 일찍 1그룹이 쇼핑을 시작했다. 노숙까지 감수하며 기다렸던 사람들은 시작과 동시에 콜렉션 제품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옷을 골라 집었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큰 소리를 내는 고객들도 있었다.

잠시후 치열한 경쟁을 마치고 이 씨가 첫번째로 매장을 빠져나왔다.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최대한) 빨리 나왔다"며 "130만 원 정도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더 많이 사고 싶었다. 사실 600~800만 원을 예상했다"며 "살 수 있는 여유가 없더라"고 했다. 그는 "서로 몸싸움을 하거나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 씨는 앞서 구매하고 싶다고 밝혔던 바지도 구매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 사이즈나 사려고 했는데도 못 산 제품도 있다"며 "(매장에 나와있는 제품이 다 떨어져) 직원에게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H&M 명동눈스퀘어 측은 준비된 콜렉션 제품 전체 수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 씨에 이어 쇼핑을 마친 1그룹 사람들이 매장을 나오기 시작했다.

H&M이 정한 마지막 그룹 쇼핑 시간은 오전 10시 15분에서 10시 25분이다. H&M 측은 오전 중에 콜렉션 제품이 매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H&M이 협업한 발망은 프랑스 고급 브랜드로 청바지 하나에 수백만 원이며 재킷은 천만 원대다. 발망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는 올리비에 루스텡(Olivier Rousteing)이며 올해 30살이다. 그는 이번 콜라보레이션에 대해 "발망의 패션 세계를 소개하고 고객들이 꿈에 그리던 옷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H&M-발망 콜라보레이션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가 있는데, 일부 구매 고객이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되팔고 있기 때문이다.

중고 제품 거래 카페 '중고나라'에는 이미 이날 오전 자신이 구매한 제품들을 팔겠다는 글이 여러 개 올라와 있다. 구매가에 7~8만 원을 더해 값을 부르거나 구매가의 2배를 올린 사람도 있었다. 이번 콜라보레이션 제품 중 최고가는 54만 9000원이다.

* 사진=위키트리 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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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강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