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마다 하나씩" 인형뽑기방 열풍

2016-12-29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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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위키트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번화가 '라페스타 거리'에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이하 위키트리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있는 번화가 '라페스타 거리'에 최근 눈에 띄는 변화가 생겼다. 상가 건물마다 '인형뽑기방'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것이다. 인형뽑기방만 3군데나 있는 건물도 있다. 인형뽑기방은 인형뽑기 기계와 지폐교환기 등을 들여놓은 게임장을 말한다.

지난 18일 라페스타 도로변에 위치한 A 뽑기방엔 33㎡(10평) 남짓한 공간에 인형뽑기 기계 10여대가 들어차 있었다. 보통 작은 인형들은 1000원에 두 번, 큰 인형들은 한 번 뽑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환한 조명이 달린 기계들마다 포켓몬, 햄토리, 리락쿠마 등 다양한 캐릭터 인형들이 들어 있었다. 일부는 아슬아슬하게 입구에 걸쳐 있어 스치기만 해도 뽑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 커플이 들어와 3, 4번 시도하더니 결국 피카츄 인형 하나를 뽑았다.

인형뽑기방 내부

다른 커플은 이미 가방에 인형을 한 가득 담은 상태였다. "돈을 얼마나 썼나"라고 물었더니 "인형값의 몇 배는 썼다"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친구와 함께 인형뽑기방을 찾았다는 정다운(30) 씨는 "요즘 인형뽑기가 인기라 주변에서도 많이들 한다. 오늘 이 인형들을 뽑는 데 몇만 원은 썼다"고 말했다.

정다운 씨가 뽑은 인형들

"그럼 손해 아니냐"는 말에 "그건 알지만 인형을 뽑을 때의 '손맛' 때문에 계속하게 된다. 조금만 더 하면 꼭 뽑힐 것 같은 중독성도 있고, 뽑힐 땐 진짜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말했다.

인형 뽑기에 몇만 원 단위의 큰(?) 투자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천 원, 이천 원 정도 돈으로 소박한 재미를 누리기 위해 인형뽑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운이 좋아 뽑으면 좋고, 못 뽑아도 아까울 것 없다는 심리다.

친구들과 함께 인형 뽑기방을 찾은 김찬혁(18) 군은 "주말에 친구들이랑 만나면 인형뽑기방에 들르는 게 일상이다. 인형뽑기 스킬이 따로 있어 하다 보면 점점 실력이 는다. 지금은 이천 원 정도면 인형 한두 개는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유튜브 등 온라인상에서는 인형뽑기에 대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봉의 위치를 조작해 상품을 밀어내서 뽑는 뽑기 기계부터 집게로 인형을 들어올려 뽑는 일명 삼발이 뽑기 기계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계에 대한 '인형뽑기 노하우'도 찾아볼 수 있다.

'인형뽑기'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약 10만 7000 개의 관련 콘텐츠가 뜬다 / 유튜브 화면 캡처

일산 라페스타 도로변에 있는 A 뽑기방 주인은 "예전에 가게 밖에 두던 인형뽑기 기계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 단속이 시작되면서 실내에 기계를 들여놓는 '뽑기방'들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지방에서 먼저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구 동성로에는 뽑기방만 4~50개 정도가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고시(2016-8호)에 따르면, 올해부터 뽑기 기계들은 건물 내에 설치돼야 한다. 성인물품이나 전자담배와 같은 청소년 유해 물품이 든 외부의 불법 뽑기 기계들로부터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가게 위치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하루에 한 뽑기방에서 100만 원 이상은 번다. 뽑기방을 여러 개 운영하는 경우에는 한 달에 최대 몇천만 원까지도 버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다"며 "초기 자금(상가 임대료, 뽑기 기계비) 외에 추가로 드는 비용이 거의 없고, 관리가 쉽다는 게 장점"이라고 답했다.

인형뽑기방은 상주 관리인이 필요없다. 주인이나 알바생이 기계 점검과 청소를 위해 잠시 들르는 식으로 운영된다. 대신 CCTV가 달려 있다. CCTV로 기물 훼손이나 밤 10시 이후 청소년 출입 금지 상황을 관리한다.

사람들로 꽉 찬 인형뽑기방

게임물관리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전국에 등록된 뽑기방은 약 500곳이다. 올해 2월 21곳에서 약 25배가 늘었다. 폭발적인 성장세다.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이장영 교수는 "예전에는 주로 어린 학생들이 인형뽑기 게임을 했지만, 지금은 성인들도 즐기는 놀이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인형뽑기가 이렇게 유행하게 된 배경에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고, 실패해도 부담 없이 또 한 번 도전해 볼 수 있다는 심리가 깔려있다. 어린 시절 했던 놀이에 대한 '향수'도 인형뽑기방 인기 요인 중 하나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인형뽑기 게임을 즐기는 커플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