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코앞인데… 경기복 바꾼 빙상연맹

2017-03-29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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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스톡 미국 간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샤니 데이비스(Shani Davis)는 2014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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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간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샤니 데이비스(Shani Davis)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렸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메달은커녕 순위권에도 못 드는 부진한 성적이었다.

2014 ISU 월드컵에 출전한 샤니 데이비스 / 네덜란드 = 로이터 뉴스1

당시 샤니 데이비스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은 올림픽 직전 부랴부랴 바뀐 새 경기복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데이비스는 당시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리 경기복을 받아 실전에 나섰어야 했다"며 "입어보고 뭐가 문제인지 논의하고 고치는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동료 선수 브라이언 핸슨(Brian Hansen) 역시 "새 경기복을 입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10개월 앞두고 최근 경기복 주관사를 교체하기로 했다. 연맹은 지난 24일 스포츠 브랜드 ‘휠라’에 우선 협상 결렬을 최종 통보했다.

‘휠라’ 측은 "올림픽이 10개월 남은 시점에서 지난 5년간 경기복을 책임진 ‘휠라’와 우선 협상 결렬이라는 건 사실상 재계약을 안 하겠다는 뜻"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휠라’ 측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집중해야 할 시기에 경기복을 바꾸면 선수들 성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샤니 데이비스 전철을 한국 대표팀이 평창에서 밟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연맹이 ‘휠라’ 측에 전달한 우선 협상 결렬 이유는 일부 선수들로부터의 불만이다. 휠라 측은 “빙상 연맹이 일명 ‘이승훈 사건’과 ‘최민정 사건’ 등을 사례로 들며 경기복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승훈(29•대한항공) 선수는 지난 2015년 11월 15일(현지시각) 캐나다에서 열린 ISU 스피드 스케이팅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기권했다. 당시 입고 있던 경기복 지퍼 부분이 찢어졌기 때문이다.

경기복을 입고 빙상 위를 달리는 이승훈 선수 / 이하 뉴스1

당시 SBS 보도에 따르면 대한빙상경기연맹은 경기복에 대해 새롭게 바뀐 국제빙상경기연맹 규정을 뒤늦게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매체에 따르면 연맹은 대회를 15일 앞두고 바뀐 규정에 맞는 경기복을 새롭게 발주했다. 이승훈 선수는 미리 옷을 입어보는 ‘적응 훈련’도 못 한 채 출전해야 했다. 문제는 옷 사이즈가 이 선수에게 안맞았던 점이다.

국내 빙상계 지도자 A씨는 SBS 인터뷰에서 “(빙상 연맹이) 너무 늦게 파악하는 잘못 때문에 이승훈은 몸에 맞지도 않는 경기복을 입어야 했고, 그 때문에 경기 직전에 지퍼 부분이 찢어지며 결국 기권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휠라’ 측은 '최민정 사건'에 대해서도 억울한 입장이다. 최민정(18•성남시청) 선수는 지난 2월 삿포로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여자 쇼트트랙 경기 도중 넘어져 경기복이 찢어졌다.

2017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 중인 최민정 선수(맨 오른쪽)

‘휠라’ 관계자는 "최민정 선수는 부상 위험을 줄이는 방탄 소재 경기복을 입었다"며 "일반 소재였으면 더 크게 다쳤을지도 모를 일인데, 이걸 제조사 책임이라고 하는 건 연맹 측의 억측"이라고 설명했다.

‘휠라’ 관계자는 "세계적인 빙상 유니폼 업체 ‘스포츠 컨펙스’와 독점 계약을 하고 평창 올림픽 경기복을 개발하고 있었다. 2년 동안 50억 원을 투자했고 이미 80% 이상 제작 공정 진행된 상태"라고 밝혔다.

‘휠라’ 측 주장에 대해 연맹은 "오직 선수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뿐"이라고 일축했다. 연맹 측 홍보 담당자는 "선수들이 가장 만족하는 경기복을 찾겠다는 취지"라며 "선수들이 입어보고 느낀 결과를 종합해 경기복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평창 올림픽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연맹 측은 "스피드 스케이팅의 경우 9월부터 빙상훈련을 하므로 큰 무리 없을 거로 보인다"고 말했지만 샤니 데이비스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타당한 답변이었는지 의문을 자아낸다.

비단 이번 경기복 사태뿐만 아니다. 러시아로 귀화한 쇼트트랙 안현수 선수 아버지는 안 선수의 귀화 배경에 빙상연맹과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이 있다고 밝혔다.

2013년에는 대한빙상연맹이 대회 규정을 모른 채 선수들을 대회에 내보냈다가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례도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계올림픽을 불과 10개월 남겨 둔 상황에서 경기복 교체가 성급한 판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내년 평창올림픽에서 성과를 내기 어렵진 않을까 불안감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빙상’ 분야는 국내 동계스포츠에서 ‘효자 종목’으로 꼽혔다. 이번 빙상연맹의 결정이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인 우리 국가대표 빙상 선수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는지 지켜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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