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출연에 눈총 받던 이동국...K리그 사상 첫 70-70클럽 가입

2017-09-18 21:40

add remove print link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뉴스1
뉴스1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지금은 '슈퍼맨이 돌아왔다'라는 TV 프로그램과 그 속에서 스타가 된 아들 '대박이(이시안)' 덕분에 인기가 더 높아졌지만, 사실 이동국이 '예능'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는 곱지 않은 시선이 제법 많이 섞여 있었다.

그때가 2015년 여름이었다. 방송사에서 접촉하고, 출연 여부를 조율하고, 실제로 촬영하는 것들은 전파를 타는 시점보다 일찍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15년 시즌 초반부터는 어느 정도 신경을 썼다는 뜻이다. 이례적인 일이었다.

단발 프로그램도 아니고, 현역 프로선수가 매주 방영되는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출연한다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었다. 나오면 안 된다는 법이야 없지만 나오기가 쉽지 않고 나온다한들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게 우리네 풍토다. 저 멀리 강호동(씨름)이든 근래의 서장훈(농구)이나 안정환(축구) 모두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뒤 연예계에 뛰어든 케이스다.

때문에 이동국이 '슈퍼맨'이 된다고 했을 때, 일각에서는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가 있었다. 그때 이미 서른여섯이었으니 필드를 떠나도 비난 받을 나이는 아니었다. 다만, 과연 '병행'을 하면서 제대로 된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그것이 과연 후배들이나 팬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길지도 물음표가 따랐다. 그런데 기우였다.

K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 이동국이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북의 이동국은 17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골2도움 맹활약을 펼치며 4-0 대승을 견인했다.

이동국의 통산 득점은 197골이 됐고 2개의 도움을 추가한 어시스트는 71개가 됐다. 이로써 그는 1983년 시작된 프로 축구사에 단 1명도 오르지 못한 '70-70클럽(70골-70도움)' 가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돌아보면 프로그램에 출연한 뒤로도 그의 페이스는 이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동국은 2015년 13골5도움을 올렸다. 김신욱(당시 울산/18골) 아드리아노(당시 서울) 황의조(당시 성남/이상 15골)에 이어 득점랭킹 4위였다. 도움도 5개를 기록했다. 그해 전북현대는 리그 챔피언에 등극했고, 이동국에게는 MVP의 영예가 돌아갔다.

2016년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이동국은 12골을 터뜨렸는데, 호화군단이라 불리는 전북 내에서 이동국보다 많이 득점한 이는 로페즈(13골)뿐이었다. 안에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빛났다. 이동국은 ACL 무대에서만 5골을 터뜨리며 전북이 2006년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를 제패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17년은 시련의 시간이었다. 2009년 전북에 터 잡은 이후 항상 중심에 있던 그가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부상이 길어졌던 탓이고 그 사이 김신욱과 에두가 잘했다. 이동국은 "솔직히, 올해가 정말 마지막인 것인지 하루에도 몇 번씩 생각했다. 이 팀에 더 이상 내 자리가 없는 것은 아닌지, 진로에 대한 고민을 심각하게 했었다"는 고백을 전한 적도 있다.

어지간한 멘탈의 소유자였다면 그쯤에서 마무리를 생각했을 수도 있다. "이미 이룬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상할 것 없는 선수다. 하지만 이동국은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축구화를 벗을 때까지 욕심을 내야하는 것"이라는 마음가짐의 소유자인 이동국은 그렇게 해서 또 굵은 발자국을 찍을 수 있었다. 더 이상은 힘들 것이라 여겼던 대표팀 재승선 역시 '이쯤이면 됐다'가 아니라 '더 간절하게'라는 자세가 가져온 결실이다.

70-70 클럽을 가입한 날, 축하한다는 메시지에 이동국은 감사함을 표하며 "200호골은 꼭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넣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한 목표를 이루자 다음 목표를 바라보고 있었다. 1979년생 이동국이 왜 아직도 K리그 최고의 골잡이로 활약할 수 있는지, 나이가 무색한 수퍼맨으로 필드를 날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home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