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안 하고 뭐 했냐?” 네티즌 비판에 현직 소방관이 쓴 글

2017-12-2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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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큰 화재에 모든 차량이 투입돼야 하지만 차를 끌고 갈 사람이 없어 끌고 가지도 못합니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21일 오후 충북 제천시 하소동 피트니스센터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현직 소방관이 네티즌의 도 넘은 비난에 입을 열었다.

22일 커뮤니티 사이트 '오늘의 유머'에 "소방공무원이 본 이번 제천 화재사건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게시자는 자신을 충청북도가 아닌 다른 도(道) 소속 소방공무원이라고 소개했다.

게시자는 지난 21일 충북 제천시에서 일어난 대형 화재 사건 관련 뉴스에 일부 네티즌들이 단 댓글을 지적했다. 그는 "'소방공무원 몇백 명이 가서 사람들 구출 안 하고 뭐 했냐', '초기대응이 잘못되어서 일을 키웠다' 등 몇몇 댓글들을 보고 맘이 아파서 글을 씁니다"라고 운을 뗐다.

게시자는 도 소속 공무원의 열악한 근무 여건을 지적했다. 그는 "충청북도 제천시는 광역시 소속 소방본부가 아닌 도 소속 소방본부입니다. 특별시, 광역시 소속 소방본부와 도 소속 소방본부의 가장 눈에 띄는 큰 차이가 뭔지 아십니까? 바로 소방공무원 숫자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충청북도가 자신이 소속된 도와 마찬가지로 소방공무원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게시자는 "차량 대비 인원이 턱없이 부족하여, 저런 큰 화재에 모든 차량이 투입되어야 마땅하지만 차를 끌고 갈 사람이 없어 끌고 가지도 못합니다"라고 말했다.

게시자는 화재 진압을 원활히 할 수 있는 법적 인력 기준이 펌프차 1대당 경방 요원(불을 끄는 대원) 4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있는 센터는 차가 13대인데 사람이 10명입니다. 대형화재가 일어나면 전 인원, 전 장비가 출동해야 하지만 일부분 밖에 출동을 하지 못 합니다"라고 덧붙였다.

게시자는 화재 현장에서도 경방 요원 부족으로 진압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과 같은 화재현장에서는 경방 요원 혼자서 진압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라면서 "혼자서 65mm 수관(큰 수관) 압력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건장한 성인 3명, 최소 2명은 있어야 압력을 조금 낮추어서 그 압력을 견딜 수가 있습니다. 40mm 수관으로 혼자서 화재 진압이 가능할까요?"라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대 역시 법적 기준은 한 팀당 6~8명이지만 도 소속 구조대의 경우 한팀에 3~4명이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게시자는 "소방이 능력이 없다기보다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라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의 필요성을 환기했다.

충청북도소방본부 측은 22일 위키트리와 통화에서 "충청북도 소방공무원 인원은 1689명, 행정 차량까지 포함한 소방차량 수는 461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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