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대 노환' 위안부 피해 할머니, 청와대 방문 못하자 대통령이 한 일

2018-01-04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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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는 노환 등 건강이 나빠져 청와대 오찬 참석이 어렵게 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병문안을 간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페이스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 병문안을 간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페이스북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1) 할머니가 건강상의 이유로 청와대 오찬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이 소식을 접한 문재인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직접 찾아가 쾌유를 기원했다.

4일 문 대통령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정부가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뜻을 밝히고, 할머니들 의견을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김복동 할머니는 노환 등 건강이 나빠져 청와대 오찬 참석이 어렵게 됐다. 그러자 문재인 대통령은 행사 전인 이날 오전, 김 할머니가 입원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김 할머니를 만나 "할머니들 모두 청와대에 모시려 생각했는데 오늘에야 모시게 됐다"며 "김복동 할머니께서 못 오신다고 해서 이렇게 찾아뵙게 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 정부 합의가 잘못됐고 해결된 것도 아니라고 말씀을 드렸는데, 과거 정부가 공식적으로 합의한 것도 사실이니 양국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 하는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며 "오늘 할머니들 말씀을 듣기 위해 청와대에 모셨는데 할머니들께서 건강하게 싸워주셔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할머니들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 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정부가 최선을 다할테니 마음을 편히 가지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복동 할머니는 "총알이 쏟아지는 곳에서도 살아났는데 이까짓 것을 이기지 못하겠는가"라며 "일본의 위로금을 돌려보내 줘야 한다. 법적 사죄와 배상을 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야 우리가 일하기 쉽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이어 "정부를 믿고 기다려야 하는데 우리도 나이가 많으니 대통령께서 이 문제가 해결되도록 힘을 써달라"며 "내가 이렇게 누워있으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김복동 할머니에게 손목시계와 김정숙 여사가 보낸 목도리와 장갑을 선물로 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4일 청와대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지난 정부에서 일본과 체결한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할머니들께서도 모진 고통을 당하셨는데 해방으로 나라를 찾았으면 할머니들 아픔을 보듬어 드리고 한도 풀어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오히려 할머니들 의견을 듣지 않고 할머니들 뜻에 어긋나는 합의를 한 것에 대해 죄송하고 대통령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위안부 할머니들을 각별하게 예우했다.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 의전 차량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으로 보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시고 왔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탄 차량을 에스코트하기도 했다. 행사를 마치고 할머니들이 돌아갈 때도 같은 방법으로 예우했다.

4일 청와대에서 열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초청 오찬 사진이다.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이하 청와대 페이스북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