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추모헌시 암기해 낭독한 한지민 (영상)

2018-06-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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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색 의상을 입고 단상에 오른 한지민 씨는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시를 읽어내려갔다.

유튜브, SBS 뉴스

배우 한지민 씨가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모헌시를 낭독했다.

6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에서는 '제63회 현충일 추념식'이 열렸다. 올해 열린 현충일 추념식은 '428030,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당신을 기억합니다'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428030이라는 숫자는 현충원부터 호국원, 민주묘지, 신암선열공원까지 총 10개 국립묘지 안장자들을 모두 합한 숫자다.

이날 추념식에는 국가유공자와 유족, 시민 등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추념식에 헌시 낭독자로 선 배우 한지민 씨는 이해인 수녀의 추모시 '우리 모두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를 낭독했다.

검은색 의상을 입고 단상에 오른 한지민 씨는 차분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시를 읽어내려갔다. 특히 한지민 씨는 손에 든 종이를 거의 보지 않고 정면을 보며 시를 낭독했다.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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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씨가 추념식에서 낭독한 추모헌시 전문이다.

나라와 민족 위해 목숨 바친

수많은 님들을 기억하며

우리 마음의 뜰에도

장미와 찔레꽃이 피어나는 계절

경건히 두 손 모아 향을 피워 올리고

못다한 이야기를 기도로 바치는 오늘은 6월6일

몸으로 죽었으나 혼으로 살아있는 님들과

우리가 더욱 사랑으로 하나 되는 날입니다

바쁜 것을 핑계로 더러는 무심하고

숨 가쁘게 달려온 시간 속에도

님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결코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가 순하게 태어났고

언젠가는 묻혀야 할 어머니 땅

작지만 정겹고 아름다운 이 땅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겠습니까

어떻게 사랑해야 하겠습니까

침묵의 소리로 말씀하여 주십시오

깊고 간절한 그리움 끝에

하늘과 땅을 잇는 바람으로 오시렵니까

오랜 기다림 끝에 남과 북을 이어주는

평화의 빛으로 오시렵니까

설악산과 금강산이 마주보며 웃고

한강과 대동강이 사이좋게 흐르는

한반도의 봄을 꿈꾸는 우리와 함께

이미 죽어서도 아직 살아있는

님들의 환한 미소가 태극기 속에 펄럭입니다

뜨거운 눈물이 차가운 비석을 적시는 감동을

님들과 함께 나누는 오늘입니다

피 보다 진한 그리움으로 다시 불러보는 이름

세월이 가도 시들지 않는 사랑으로

겨레의 가슴 속에 푸른 별로 뜨는 님들이여

우리의 영원한 기다림이시여

힘들 때 힘이 되는 위로자시여

우리가 잘 했을 땐 함께 웃어주고

잘 못 했을 땐 눈물 흘리며

잠든 혼을 흔들어 깨우는

지혜로운 스승이시여

미움을 사랑으로 녹이는

불이 되라 하십니까. 우리에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노래가 되라 하십니까. 우리에게

새로운 역사의 길 위에서 이제 우리는

다시 사랑하고 다시 희망하며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되겠습니다

'모두가 당신 덕분입니다'라고

서로 먼저 고백하고

서로 먼저 배려하는

사랑의 사람이 되겠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아름다운 이 땅에서

내가 먼저 길이 되는 지혜로

내가 먼저 문이 되는 겸손으로

깨어 사는 애국자가 되겠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디딤돌이 되겠습니다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일상의 싸움터에서도

끝까지 견뎌내는 승리의 용사가 되겠습니다

분단과 분열의 어둠을 걷어내고

조금씩 더 희망으로 물들어가는 이 초록빛 나라에서

우리 모두 존재 자체로 초록빛 평화가 되게 하소서

선이 승리하는 기쁨을 맛보며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어제처럼 오늘도 오늘처럼 내일도

늘 우리 곁에 함께 계셔주십시오

새롭게 사랑합니다

새롭게 존경합니다

그리고 새롭게 감사합니다.

home 윤희정 기자 hj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