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원격설치도”... 악성코드 숨긴 북한 프로그램 국내 납품

2018-09-0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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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이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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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방현덕 기자 = 북한이 개발한 안면인식 보안 프로그램을 국내에 납품하고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대북사업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북한의 안면인식 프로그램이 납품되는 과정에서 북한이 심어놓은 악성코드가 국내 민간업체 등에 그대로 전파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양중진 부장검사)는 5일 안면인식 기술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와 이 회사 부회장 이모씨를 국가보안법상 회합·통신·자진지원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

김씨 등은 자신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한 것처럼 속여 국내에 판매하고 북한에 86만 달러(약 9억6천만원) 상당의 개발비를 건네는 한편 군사기밀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도와 중국 베이징 등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한 김씨 등은 2007년께 북한 IT 조직을 접촉하고 이들로부터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넘겨받았다.

김씨 등은 북한이 개발한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깔린 사실을 확인한 직원들의 보고를 묵살한 채 프로그램 설치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 회사의 프로그램은 안면인식 보안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민간업체뿐 아니라 공공기관에도 납품됐다.

북한 IT 조직이 김씨의 업체 전산망에 원격으로 접속해 안면인식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안당국은 이같은 사실을 김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유력한 정황 증거로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원격 접속으로 프로그램을 까는 동안에는 해당 전산망이 북한 IT 전문가들에게 완전히 장악된 셈"이라며 "북한이 악성코드를 이용해 정보를 빼내거나 해킹으로 전산망을 마비시킬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방위사업청이 발주한 해안복합감시시스템·GOP과학화경계시스템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남한 내 군사보안 장비의 제원 등을 북한에 넘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산하 기구인 서울지역대학총학생회연합(서총련)에서 투쟁 국장을 지낸 인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장기간 내사를 거쳐 지난달 11일 이씨를 구속하고 검찰에 송치했다.

반면 김씨 측은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조작된 증거를 첨부했다며 검찰이 김씨를 석방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서에 첨부한 수사보고서에 김씨가 보내지 않은 문자메시지를 그의 증거인멸 시도라고 기재한 사실이 구속 이후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씨 측은 경찰 수사팀 전원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고발했으며,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남우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검찰은 문자메시지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그의 혐의가 엄중한 만큼 구속 필요성이 크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변호인 측과 법리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은 그 사실관계(문자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영장 발부가 적정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른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속된 김씨의 공범의 경우 구속 적부심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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