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이라고 놀림받아...” 지인이 밝힌 옥상 추락사 중학생 사연

2018-11-16 16:50

add remove print link

인천 연수동 아파트 옥상에서 집단폭행 당한 후 추락해 숨진 A군
지인 B씨 청와대 청원 올려...“다문화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셔터스톡

또래 학생들의 집단폭행을 피하다 옥상에서 추락한 중학생이 다문화가정 자녀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피해학생 A군 지인은 초등학교 때부터 A군이 다문화가정 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을 많이 당했다며 다문화가정 차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호소했다.

A군은 지난 13일 오후 6시 40분쯤 인천 연수구 한 15층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해 숨졌다.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A군을 집단폭행했던 가해 학생 4명을 지난 14일 긴급체포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A군 시신을 부검한 결과 몸 여러 곳에서 멍 자국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A군 집단폭행한 가해 학생 / 이하 뉴스1
A군 집단폭행한 가해 학생 / 이하 뉴스1

인천 연수경찰서는 A군이 집단폭행을 피하려다 아파트 옥상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고 가해 학생 4명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가해 학생들이 고의로 추락을 유발했을 가능성에 대해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지만 구체적으로 입증할 증거가 없다"라고 밝혔다.

한 네티즌은 지난 1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엄정한 수사와 가해 학생들 엄벌을 요구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청원인은 "(가해 학생들이) '우리가 갖고 있는 물건을 돌려주겠다'라며 A군을 불러내서 아파트 옥상으로 함께 올라갔다. 그 옥상에서 주먹과 발로 1시간 동안 (A군에게) 폭행을 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A군이 초등학교 때부터 일부 아이들 괴롭힘으로 인해 힘들어했다. 지금 가해자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있었던 또래다. 다문화가정에서 힘들고 외롭게 살던 아이였는데 죽기 직전까지도 엄청난 고통으로 힘들어했을 아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찢어진다"라고 썼다.

A군 지인이라고 밝힌 B씨는 위키트리에 "A군이 초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부터 최근 2달 전까지 알고 지냈다"라며 "학업에 충실하지는 못했지만 활발하고 표현성이 좋은 장점을 가진 착한 아이"라고 전했다.

그는 "상담 초기 A군이 학교 다니기 싫다며 여러가지 어려움을 호소했다"라며 "러시아 엄마랑 사는 외국인, 러시아 사람이라고 놀림을 당하며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 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안타까워했다.

A군은 러시아 국적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다문화 한부모가정이다. 한국인인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연락두절돼 지금까지 행방을 알 수 없다. B씨는 "(사건 이후) A군 어머니는 많이 슬퍼하시지만 지인들 도움 받으며 이겨내고 계신 듯 하다"라고 전했다.

B씨는 A군과 공식 상담이 종결된 후에도 같이 교회를 다니며 가까이에서 지켜봤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A군은 주일 예배도 거의 빠지지 않았으며, 몇 년 후에는 다문화가정 친구들을 데려오기도 할 만큼 교회활동에 적극적이었다.

B씨는 "어린이 예배를 마치고 나면 항상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먹이고 집에 데려다 주는 일상을 보냈다. 갑작스런 A군 죽음이 믿어지지 않으며 내 일처럼 여겨져 너무 마음이 아프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A군 죽음이 억울한 죽음이 되지 않도록 심층 진단이 이루어져서 다문화복지정책 방향과 청소년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마련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home 박혜연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