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혼후관계주의자'입니다”
2019-09-07 23:20
add remove print link
“쉽게 공감 받지 못하는 제 가치관을 털어놓아 볼까 해요”
이성친구는 물론 동성친구에게도 공감 받지 못한다고 밝힌 '혼후관계주의' 여학생
'혼후관계'를 지향한다는 글이 눈길을 끈다.
지난 9월 고려대학교 페이스북 대나무숲 페이지에는 "어디서도 쉽게 공감 받지 못하는 제 가치관을 털어놓아볼까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을 쓴 여학생은 "저는 사실 혼후관계주의자다"라며 "흔히 '혼전순결'이라고 불리지만 이 단어는 결혼 전 관계를 가지면 순결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어 '혼후관계주의'라는 표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여학생은 "제가 이 사실을 고백하면 대개 '너 무성욕자야?', '요즘에도 그런 사람이 있어?' 같은 부정적인 반응이 돌아온다. 지금까지 한번도 '그럴 수도 있겠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했다.
그녀는 이 문제로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적도 있다고 밝혔다.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여학생은 남자에게 자신이 혼후관계주의임을 미리 말했다. 남자는 처음에는 괜찮다고 했지만 결국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도저히 안되겠다며 이별을 통보했다. 심지어 "니 부모님이 너를 좀 잘못 가르치신 것 같다"는 말까지 건넸다.
여학생에게 더 큰 상처를 준 것은 동성친구들 반응이었다. 이별 얘기를 들은 친구들은 "나 같아도 내 여자친구가 혼전순결이면 헤어지자고 할 것 같다", "그냥 좀 해주지, 왜 안 해줬나?"라고 핀잔을 줬다. 여학생은 자신이 잘못된 사람인 것 같아 괴로웠다.
그녀는 "제가 혼후관계주의를 선택한 것은 무성욕자거나 성관계를 나쁘게 생각해서가 아니다. 부모님이 고리타분하신 것도 아니다"라며 "준비되지 않은 임신, 몰카 등 성관계로 인해 파생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방지하고 싶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가끔은 자신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나름대로 지금까지 연애 경험과 제 성격을 토대로 선택한 일이기 때문에 적어도 저 자신에 한해서는 적합한 가치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에게는 "각자만의 다양한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 일반적이지 않다고 해서 혼후관계주의 자체를 너무 나쁘고 이상하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