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팅게임 절대강자 ‘배틀그라운드’가 최근 주춤하는 이유

2020-03-12 16:58

add remove print link

폭발적이던 기세 주춤
핵문제 개선 안 된 탓

출시 직후부터 꾸준히 FPS(First-person shooter: 1인칭 슈팅게임) 부문 패권을 쥐고 있던 ‘배틀그라운드’의 기세가 주춤하고 있다. 게임 내 ‘핵’ 문제가 개선되지 않는 점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

펍지(PUBG)가 2017년 출시한 ‘배틀그라운드’는 저물어가던 PC게임 시장을 되살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펍지는 2018년 ‘배틀그라운드’를 통해 매출액 1조493억원, 영업이익 35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289%, 영업이익은 474%나 늘었다. 지난해에만 ‘배틀그라운드’는 약 10억2800만달러의 매출고를 올렸다. 흥행이 이어지자 배급사 카카오게임즈는 아프리카TV를 통해 ‘배틀그라운드’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고, LG전자는 게이밍 제품을 홍보하려고 ‘배틀그라운드’ 경기 중계에까지 나섰다.

‘배틀그라운드’는 2018년 24개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해 리그 오브 레전드(10개)를 제쳤다. 상금 역시 14억20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2018년 대회 및 상금 규모가 전년보다 각각 1100%, 373% 상승했다. 유료 게임 중 FPS 장르 게임이 잇따라 출시됐으나 ‘배틀그라운드’는 매출 1위를 이어가는 등 FPS 절대강자의 면모를 과시했다.

대회, 상금 규모(2018년)는 전년 대비 각각 1100%, 373% 상승했다. /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대회, 상금 규모(2018년)는 전년 대비 각각 1100%, 373% 상승했다. / 2019 대한민국 게임백서

그러나 이런 판도가 깨지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12개 채널에서 유통된 정보량을 조사한 결과, ‘서든어택’의 1~2월 정보량(26만3360건)이 ‘배틀그라운드’(19만7081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

PC방 점유율에서도 ‘서든어택’의 추격이 이어졌다. 게임 전문 조사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 4일 ‘서든어택’은 PC방 점유율 8.52%를 기록, ‘배틀그라운드’(8.03%)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서든어택’이 ‘배틀그라운드’ 순위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후 ‘배틀그라운드’가 ‘서든어택’을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했으나 점유율 차이는 1% 미만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배틀그라운드’ 하락세의 원인을 다양한 플랫폼 진출에서 찾고 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펍지가 모바일 시장에 집중하며 PC 게임 시장엔 상대적으로 소홀해 사용자 관심도가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펍지는 PC 게임 시장 흥행 이후 중국 텐센트와 합작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어 국내 양대 마켓(구글 플레이, 애플 앱스토어)에서 이용량 1위를 기록하는 등 영역을 넓혀갔다. 또 콘솔 시장에도 진출해 엑스박스 원 버전을 출시 이틀 만에 100만장이나 팔아치웠다.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도 북미, 유럽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 다운로드 순위에서 각각 1, 2위를 달성해 흥행 신화를 썼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 연합뉴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 연합뉴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플랫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은 PC 부문이다. 전체 비중의 80%를 웃돌기 때문에 모바일, 콘솔 등 다른 플랫폼의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핵’으로 불리는 PC 게임 내 부정 프로그램이 ‘배틀그라운드’ 하락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 관계자는 “‘핵’ 프로그램 제재에 대한 회사 측의 미온적인 태도로 ‘배틀그라운드’ 유저의 불만이 쌓였다”고 말했다.

2018년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이동섭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은 “‘배틀그라운드’ 유저 4명 중 1명이 ‘핵’을 쓰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장병규 크래프톤(전 블루홀) 의장에게 ‘핵’ 근절에 힘써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장 의장은 “‘핵’을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핵’을 막는 것이 곧 최선의 이익을 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한국인만 사용하는 카카오 서버에선 ‘핵’ 관리가 용이하다. 그러나 ‘배틀그라운드’ 유저들은 대부분 글로벌 스팀 서버를 이용한다. 글로벌 유저가 몰리기 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FPS는 그 특성상 ‘핵’ 문제를 항상 수반하지만 ‘배틀그라운드’의 경우 스팀, 카카오로 서버가 나뉘다 보니 더욱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펍지 관계자는 “전담 조직에서 ‘핵’을 적발 및 방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