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은 이태원 클럽 사태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 뼈 때리는 글 (전문)

2020-05-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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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양구 과학전문기자가 올린 사이다 글
“코로나19: 정은경은 예고했다”라는 글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 이하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 / 이하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이 '이태원 클럽 사태'를 예고하며 성급한 코로나19 대응 기조 완화를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이런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코로나19 대응 기조 완화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양구 과학전문기자는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한 문재인 정부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강양구 기자는 정은경 본부장 등 방역 전문가들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세균 국무총리 등 문재인 정부 행정관료들이 코로나19 대응 기조를 서둘러 완화했다고 지적했다.

강 기자는 "4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5월 중 전면 등교',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검토' 등의 중심에는 정세균 총리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
정세균 국무총리

강양구 기자는 "그 과정에서 방역 전문가는 일관되게 '단계적'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이야기했고 무엇보다도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하기 전에 '지역 사회 감염'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5월 중 전면 등교'는 불가능하고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라고 했다.

강 기자는 "심지어 회의 때 보통 경청하는 정은경 본부장이 (아마도 답답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더라도 클럽 같은 유흥 시설 규제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급하게 했다. 정 본부장은 자칫하면 고삐 풀린 클럽이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동물 같은 감각으로 걱정했던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 기자는 "하지만 이런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이야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용되지 않았다. (분명히 청와대와도 교감이 있었을 테지만) 지금 방역 총책임자는 정세균 총리이고, 정 총리가 이런 방역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쪽(아마도 경제 관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강 기자는 "이렇게 방역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조언을 무시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서 정세균 총리는 더 나아가 '심각 단계를 경계 단계로 내리는 걸 검토해 달라'는 요청까지 3일 했다. 방역 총책임자 정 총리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의 성적표가 나오는 앞으로 1~2주 사이에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테다"라고 말했다.

정은경 본부장은 이태원 클럽 사태에 대해 송구스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은경 본부장은 지난 10일 질병관리본부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방역당국 입장에서 밀폐되고 밀접한 접촉이 일어나는 유흥시설·종교시설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는데 그런 우려가 이태원 클럽의 집단발병으로 나타나 굉장히 송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태원 클럽 코로나19 감염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75명이고 이중 서울에서 49명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은 11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강양구 전문기자 페이스북 글 전문이다.

[코로나19: 정은경은 예고했다]

5월이 지나면 방송국 개편이 줄지어 예고돼 있다. 오랫동안 출연했던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도 진행자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불출마 민주당 의원으로 바뀐다. 그 시점을 계기로 방송 출연을 정리할 생각이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 유행 국면에 소통 과정에서 느꼈던 깊은 좌절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일만 놓고 보자. 어제(9일) 정세균 총리를 놓고서 비판적인 코멘트를 남겼다(댓글 링크). 정 총리와 전문가 등이 함께 참석한 회의 분위기를 전해준 취재원을 보호하고자 자세한 내용은 전하지 않았지만, 4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 “5월 중 전면 등교”, “심각 단계에서 경계 단계로 하향 검토” 등의 중심에는 정 총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방역 전문가는 일관되게 “단계적”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이야기했고, 무엇보다도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하기 전에 ‘지역 사회 감염’의 수준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과학적 데이터”가 있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으며, 더 나아가 “5월 중 전면 등교”는 불가능하고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지어 회의 때 보통 경청하는 정은경 본부장이 (아마도 답답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로 전환하더라도 클럽 같은 유흥 시설 규제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급하게 했다. 정 본부장은 자칫하면 고삐 풀린 클럽이 뇌관이 될 수 있음을 동물 같은 감각으로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이야기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수용되지 않았다. (분명히 청와대와도 교감이 있었을 테지만) 지금 방역 총책임자는 정세균 총리이고, 정 총리가 이런 방역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이야기보다는 다른 쪽(아마도 경제 관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을 가능성이 크다. (“돈이 돌려면 유흥업소 규제는 안 됩니다.” 같은 조언?)

이렇게 방역 전문가와 방역 최전선 책임자의 조언을 무시하고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을 밀어붙인 것도 모자라서, 정세균 총리는 더 나아가 “심각 단계를 경계 단계로 내리는 걸 검토해 달라”는 요청까지 3일(일요일) 했다. 방역 총책임자 정 총리는 생활 속 거리 두기 전환의 성적표가 나오는 앞으로 1~2주 사이에 반드시 그 책임을 져야 할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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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방송에서 하면 곧바로 나오는 반응은 “역시 정부 비판적이시군요!” 심지어 어제 올린 정세균 총리에 대한 비판적인 코멘트는 과학책깨나 읽는다는 모임의 몇몇 사람들이 퍼가서 “관종”이니 “과학적이지 못하다느니” “조국 사태 이후로” ‘맛이’ 갔다느니 하면서 조리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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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요인이 겹쳐서 다행스럽게도 다른 나라보다 현재로서는 방역의 성적표가 좋은 편이지만, 상황은 언제든지 나빠질 수 있다. 이번 주에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집단 감염은 그 좋은 예다. 이런 상황에서는 다양한 각도의 쓴 소리가 당연히 필요하고, 그런 쓴 소리를 제대로 수용할 수 있을 때 ‘정답 없는 방역’은 그때 그때 최선의 길을 더듬거리며 찾아갈 수 있다.

그분들이 반신처럼 숭상하는 문재인 대통령도 “방역은 과하면 과할수록 좋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닥치고” K-방역 예찬이나 하라고? 그럴수록 그 피해는 권력이 입는다. 당장 오늘(10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3주년 기념 연설은 (방역 상황 호전을 전제로) ‘포스트 코로나’ 내용이 예정돼 있었는데, 도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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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정세균 총리는 자신의 판단이 편향되어 있어서 방역 행정에 혼선을 초래한 점을 사과해야 한다. 그래야 최전선의 방역 책임자가 지금 시점에 도움이 되는 조치,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 두기로의 다시 전환’이나 ‘고등학교 3학년을 제외한 다른 학년 등교 유보’ 같은 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home 손기영 기자 sk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