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시대’ 게임 업계, 가장 중요한 건…

2020-07-13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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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잇단 IP 소송전 치러… 중소 게임 개발사 IP 피해 사례 다수
코로나19 정국 속 게임 기업 각광… IP 보호 이슈 좀 더 경각심 가져야

왼쪽부터 넥슨 '카트라이더',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웹젠 '뮤' 관련 사진이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나 웹젠 '뮤' 등은 중국에서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김성현 기자
왼쪽부터 넥슨 '카트라이더', 위메이드 '미르의 전설', 웹젠 '뮤' 관련 사진이다. 넥슨 '던전앤파이터'나 웹젠 '뮤' 등은 중국에서 특히 큰 인기를 얻고 있다. / 김성현 기자

지식재산권(IP)이란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뜻한다. 세부적으로 유·무형 자산에 대한 저작권과 산업재산권으로 나뉘는데, 게임 IP는 저작권으로 분류된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IP도 저작권으로 분류한다. PC·모바일·콘솔을 아우르는 잘 키운 ‘카트라이더’ 하나가 열 게임보다 낫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게임 산업 수출액은 69억8183만달러(약 8조4000억원)를 기록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67.2%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넥슨, 웹젠, 위메이드 등의 ‘K-게임’ IP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꽃길’만 걷는 것은 아니다. 최근 위메이드는 ‘미르의 전설’ 저작권 문제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여러 중국 IT 업체들이 ‘미르’ IP를 사용했음에도 위메이드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아 제기한 소송이었다. 이 같은 사례는 부지기수다. 넥슨도 ‘카트라이더’ IP를 표절한 중국 게임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한 사례가 있다.

중소 게임사는 위메이드, 넥슨과 달리 IP 피해에 속수무책 당하는 실정이다. 특허청이 업계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IP 피해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45%가 피해를 봤다고 답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소송을 해봤자 현지에서 내국인에게 후하게 판결하는 경향이 있어 승산이 없다'(32%), ‘소송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적극적인 대응을 못했다’(25%)고 했다.

왼쪽부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정헌 넥슨 대표, 이승원 넷마블 대표 사진. 이들은 지난 5월 간담회를 갖고 업계 동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저작권 보호 이슈는 나오지 않았다. / 뉴스1
왼쪽부터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정헌 넥슨 대표, 이승원 넷마블 대표 사진. 이들은 지난 5월 간담회를 갖고 업계 동향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저작권 보호 이슈는 나오지 않았다. / 뉴스1

저작권 보호를 위해 우리는 무얼 하고 있을까.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5월 게임 업계 관계자들과 만난 간담회 자리에서 “IT·게임 산업은 온라인 경제의 중추”라며 “산업 증진을 위해 현장 의견을 반영한 정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로 최근 홍역을 치렀던 위메이드의 부재 때문일까. 이날 간담회에선 콘텐츠 보호와 IP 이슈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3N, 펄어비스 관계자들은 코로나19 여파로 게임 개발 및 서비스 지연 등이 속출함에 따라 주 52시간제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할 뿐이었다.

전문가들은 IP 보호에 대해 먼저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정부의 공격적인 보호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부의 법적 울타리도 중요하지만 국내 IT·게임 기업들도 IP 보호 이슈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한 매체에서 “지식재산을 스스로 만들고 보호하지 않는 기업은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라고 밝혔다.

IT·게임 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언택트 문화 확산이 네이버를 국내 코스피 시장 3위로, 카카오(8위) 시가총액을 30조원 이상으로 만들었다. 엔씨소프트도 호시탐탐 ‘톱10’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최근 자사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쓴 글에도 저작권이 있다며, 이를 허락 없이 사용한 회사에 소송을 내는 등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최근 자사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쓴 글에도 저작권이 있다며, 이를 허락 없이 사용한 회사에 소송을 내는 등 저작권 보호에 힘쓰고 있다.

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수출 금지 정책, 자국우선주의 팽배 등의 ‘역세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바이 아메리칸’, 즉 미국산 제품 구매를 연신 외치고 ‘G2’ 중국도 자국 콘텐츠 문화 산업 보호에 나서는 모양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저작권 보호는 더욱 중요한 이슈로 부각될 전망이다.

미국 블리자드나 라이엇 게임즈는 자사 게임 저작권 이슈엔 핏대를 세우는 등 발 벗고 나선다. 국내 ‘게임 베끼기’로 유명한 중국 게임사들도 저작권 문제에 민감하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 텐센트는 최근 자사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 쓴 글에도 저작권이 있다며, 이를 허락 없이 사용한 회사에 소송을 냈다. 중국법원은 텐센트의 손을 들어줬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우리는 무얼 하고 있나. 이 순간에도 국내 게임 베끼기는 성행 중이다. 중소 게임사들은 자사 게임이 침해당하고 있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곧 도래한다. 저작권 이슈에서 원·피고를 모두 경험한 3N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home 김성현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