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세우려고 땅 팠는데 진짜 '금'이 쏟아졌다… 서울 마포에 있는 이 아파트다

2020-10-2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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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당시 서울 아파트 재건축 공사장서 금맥 발견
채산성은 있었지만 공기 맞추려 부득이 개발 포기

쌍용황금아파트 / 다음 로드뷰
쌍용황금아파트 / 다음 로드뷰

서울 마포대교 북단 BBS불교방송 뒤쪽에는 '쌍용황금아파트'라는 중소형 아파트 단지가 있다. 한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망채산 지역으로, 과거 이승만 대통령의 별장이 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 이름에 '황금'이 들어간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IMF 극복을 위한 금모으기 운동이 한창이던 1998년 3월,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금맥이 발견됐다.

노다지가 묻힌 곳은 재개발중인 서울 마포구 마포동 253번지 망채산 일대 7000여평이었다. 4000여평은 당시 쌍용건설이 재건축조합 아파트를 짓고 있었고, 나머지 3000여평은 국방부와 일반인 소유였다.

쌍용건설과 재건축조합이 기초공사를 위한 터파기 공사를 하자 반짝이는 돌덩이들이 무더기로 쏟아졌다. 광물감정원에 성분분석을 의뢰한 결과 이 돌들의 톤당 금함유량이 14.5g, 은함유량은 39.5g이라는 감정이 나왔다.

국내 최대의 금광산이었던 충북 음성군 무극광산의 금함유량(톤당 15g)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금함유량이 톤당 10g이 넘으면 일단 채산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개발되지는 못했다. 땅 소유자인 재건축조합 측이 입주 예정일이 이미 정해져 있어 공기를 지연할 수 없다는 이유로 매장량 측정과 광산 개발을 포기했다.

금맥을 찾고 파내는 것보다, 아파트를 빨리 짓는 것이 경제성 면에서 낫다는 점이 작용한 거다. 금맥이 아파트부지에서 국방부와 일반사유지 밑으로 뻗어있어 개발에 걸림돌이 되는 것도 문제였다.

조합 측은 눈물을 머금고 기초공사를 위해 금돌덩어리 현장을 시멘트로 덮도록 했다.

대신 아파트명에 황금을 넣어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금 발견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아파트 이름을 쌍용황금아파트로 달았다.

아파트는 예정대로 1999년 11월 입주를 했다. 총 6개 동, 339세대 규모다.

당시 입주민들은 '금덩이 위에 앉은 사람들'이라고 불렸는데 말이 씨가 된 걸까. 쌍용황금아파트는 2020년 현재도 최고가를 경신하며 꾸준히 반짝이고 있다.

KB부동산 리브온에 따르면 전용면적 59.9(18평)㎡형이 7억9000만원~8억7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84.9(26평)㎡형은 8억9000만원~9억8000만원, 114.8(35평)㎡형은 9억2000만원~10악5000만원에 시세가 잡혀 있다. 2001년 26평의 아파트가 1억5500만 원에 거래된 이후 매년 상승한 거다.

단지는 마포역 역세권에 놓여 있다. 20년이 넘었지만 한강과 가까워 입지가 훌륭하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평가다.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글과 관련 없는 픽사베이 자료사진입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