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가려졌던 팔레스타인 여성 13인의 인터뷰를 엮은 최초의 인권보고서가 발간됐다

2020-12-14 22:15

add remove print link

사단법인 아디, 국내 최초로 팔레스타인 인권보고서 발표
현지 기록활동가들, 팔레스타인 여성 13명 심층 인터뷰한 기록 담아

국내 최초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보고서가 나왔다. 사단법인 아디(이하 아디)는 지난 9일 ‘팔레스타인 인권보고서-아무도 그녀들에게 묻지 않았다’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팔레스타인 나블루스주에 위치한 4개 마을 출신인 13명 여성들의 사연으로 이뤄졌다. ‘'팔레스타인 여성지원센터'의 현지 기록활동가들이 20대부터 60대까지의 다양한 연령대의 증언자 13명을 심층 인터뷰한 내용이 담겼다.

증언자들은 이스라엘 점령 하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에 대해 증언했고, 아디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증언 내용에 대한 추가 설명과 자료를 보강해 최종 보고서를 완성했다. 국내에서 팔레스타인 여성들의 이야기를 현지 여성 활동가들이 직접 엮은 인권보고서가 발간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하 사단법인 아디
이하 사단법인 아디

보고서에 등장하는 13편의 이야기 속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 발생한 주요 역사적 사건들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담겨있다.

특히 증언자들은 국내에도 알려진 '3차 중동전쟁', '인티파다(민중항쟁)', '순교', '구금'과 같은 이스라엘 점령하에서 발생한 당시의 폭력적이었던 상황을 묘사하며 증언했다. 또한 '조혼', '가정폭력', '차별과 빈곤'과 같은 여성의 사회적 위치와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증언했다.

베이트푸리크(Beit Furik)마을 출신의 에스마(가명) 씨는 2차 팔레스타인인들의 반 이스라엘 독립투쟁을 말하는 인티파다 기간 중 소중한 친구의 '순교'를 경험했다. 에스마 씨는 “그녀의 친구는 분쟁이 극에 치달았던 유년 시절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거의 유일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녀는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친구뿐만 아니라 삼촌과 집마저 빼앗겼다.

에스마가 표현한 그녀의 어린 시절 공간
에스마가 표현한 그녀의 어린 시절 공간

아씨라 마을 출신의 자밀라(가명) 씨에게도 이스라엘 점령군의 폭력은 깊은 상처를 남겼다. 그녀는 2차 인티파다 기간 동안 두 아들을 이스라엘의 감옥으로 보내야만 했다. 그녀의 큰아들이 수감되었을 때 그녀는 "패배하고, 부서지고,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자밀라 씨는 아들을 면회하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이스라엘의 검문소를 "굴욕과 죽음을 위한 점령지 검문소"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발라타난민캠프 출신의 아니타(가명) 씨는 열네 살에 그녀의 남편과 약혼 후 이듬해 결혼했다. 그녀는 "결혼이 요구하는 책임감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이었던 아니타씨의 남편이 마약 복용 및 유통 혐의로 직장을 잃게 되자 이들 가족은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게 됐다.

아씨라 마을의 파티마(가명) 씨는 인터뷰 과정에서 "(말하기) 힘든 이야기지만 한국에서 누군가 관심을 갖고 들어준다는 사실에 힘이 난다"며 "우리는 우리와 다음 세대를 위해 증언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증언자 아니타(가명) 씨가 그린 자신의 집과 마을의 모습
증언자 아니타(가명) 씨가 그린 자신의 집과 마을의 모습

아디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팔레스타인 인권보고서를 발표해 왔다. 이에 아디 관계자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내 여성 인권 실태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현지 여성들의 목소리는 소외됐다"며 "국내에서 팔레스타인 여성은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보고서를 통해 팔레스타인 여성의 삶이 우리의 삶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독자들이 그들의 삶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아디의 2020년 '팔레스타인 인권보고서-아무도 그녀들에게 묻지 않았다'는 아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home 김정윤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