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유통결산] 코로나로 급변하는 시장… 온·오프라인 유통가 실적 희비

2020-12-3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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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 연이은 휴점으로 타격
온라인쇼핑 거래액 31%↑… 이커머스, 코로나19 확산에 반사익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왼쪽부터) 롯데백화점,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유통업계 지형도에 변화가 생겼다. 대면 접촉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전통적인 유통 강자로 통했던 백화점의 위상이 떨어지고, 비대면 소비가 가능한 이커머스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영향력을 과시했다.

코로나 앞엔 장사 없다... 연이은 휴점으로 타격

코로나19 장기화로 유통 대기업 3사인 롯데·신세계·현대가 큰 타격을 받았다. 감염 우려로 외출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점포를 방문하는 고객이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코로나 확진자가 매장을 다녀가면 즉시 건물을 폐쇄하고 소독과 방역을 실시한 까닭에 정상영업을 못하는 날이 많았다.

실제로 롯데백화점 본점은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후 사흘간 임시 휴점에 들어갔고, 이 외에도 10곳 이상의 점포가 같은 이유로 잠시 문을 닫아야 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올해만 총 8번의 조기 폐점과 매장 부분 휴업을 했다. 백화점 하루 평균 매출이 수십억원에서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휴점으로 인한 손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고스란히 매출로 직결됐다. 올 3분기 롯데백화점 누적 매출액은 1조8920억원, 영업이익은 15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 16.4%, 55.4%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 누적 매출액은 1조2733억원, 영업이익 9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 7.4%, 52.3% 감소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조2476억원, 1168억원으로 11.4%, 52.5% 줄었다.

인력 감축과 점포 매각으로 자금 확보 안간힘

유통업계는 운영 효율성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가장 먼저 부실 점포 폐점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백화점 5곳, 마트 16곳, 슈퍼 75곳, 롭스 25곳 등 연내 실적이 부진한 121개 매장을 폐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랜드는 올해 송도 NC커넬워크, 대구 동아아울렛본점, 2001아울렛 수원남문점, 동아마트 수성점 등이 문을 닫았다. 뉴코아아울렛 모란점과 안산점도 올해까지만 운영한 뒤 영업을 종료한다. 내년에도 비효율 점포를 중심으로 추가 폐점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홈플러스는 유동성 마련을 위해 급여를 삭감하고 일부 점포 매각을 진행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안산점을 시작으로 대전 탄방점, 대전 둔산점, 대구점 등 4개 매장을 매각했다.

이들은 매장 축소와 함께 인원 감축도 단행했다.

롯데그룹은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임원 수를 20% 감축했다. 600명에 달했던 임원은 100명 넘게 줄어들었다.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는 지난달 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간부급 직원 70명씩 총 140명이다.

이달 초 신세계그룹도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신세계백화점 임원의 20%가 퇴임했고, 특히 본부장급 임원의 70% 이상을 교체해 조직 전반에 큰 변화를 줬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SSG닷컴 대표까지 겸직하게 됐다.

현대백화점은 경영 트렌드 변화에 보다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젊은 피를 앞세웠다. 그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60대 경영진은 물러가고 대표이사를 보다 젊은 50대로만 구성하는 파격적인 세대교체를 실시했다.

쿠팡 배달차량과 마켓컬리 배달차량
쿠팡 배달차량과 마켓컬리 배달차량

◆ 비대면 소비 증가에 이커머스 시장 방긋 웃었다

반면 코로나19 확산으로 수혜를 누린 업체도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가량 증가한 42조411억원으로 집계됐다.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올해 거래액은 지난해 거래액 135조원을 뛰어넘는 160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 온라인 쇼핑몰 쿠팡과 마켓컬리는 가장 바쁜 한해를 보냈다.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 전례 없을 정도로 밀려드는 주문 폭주에 앱 접속 장애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 7조원을 넘겨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쿠팡은 올해 역시 40% 이상의 성장세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의 영향력도 대폭 확대됐다. 코로나19 사태가 온라인 성장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SSG닷컴의 3분기 누적 매출액은 955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4% 증가했다. 3분기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늘어난 9803억원을 기록했다. 관련업계는 내년 상반기 역시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유통업계 마지막 고비... 내년 전망은?

내년 초 코로나19 백신접종을 시작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만큼 유통업계도 숨통이 다소나마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당초 예상보다 개선 시점은 늦춰졌지만, 낮은 기저를 감안하면 내년 유통업체들의 이익 개선 가시성은 높다고 판단한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21년으로 넘어가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유통업종의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따른 매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작아지고 있으며, 이미 2020년의 실적기저는 극도로 낮다. 코로나19 3차 확산이 유통업종의 마지막 고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영업상황은 신규 확진자가 1000명 수준에 달하면서 매출 감소폭이 확대됐다. 4분기 실적에 대한 눈높이는 다소 낮춰야 할 것"이라며 "다만 지나간 2020년의 부진보다는 2021년 개선 기대감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 당초 예상보다 개선 시점이 조금 늦춰졌을 뿐, 낮은 기저를 감안하면 내년 유통업체들의 매출 및 이익 개선 가시성은 여전히 높다"고 판단했다.

home 이지은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