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문제다”...강아지 공장에서 버려질 뻔한 '시각장애견' 입양한 남성의 분노

2021-02-1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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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 공장에서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시각장애견
시각장애견을 입양하며 느낀 심경 변화 밝힌 글쓴이

지난 8일, 온라인 커뮤니티 시보드에 시각장애견을 입양한 한 남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글쓴이는 “작년 11월에 데려와서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글을 올리곤 했는데 결국 키우게 됐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눈이 안 보이는 강아지의 입양을 두고 고민했던 글쓴이는 “키우는 데 크게 문제없을 거다”라는 수의사의 말에 결국 입양을 결심했다. “그렇게 만나게 되는 것도 진짜 인연이고 불쌍하기도 하니 잘 키워보라”는 어머니의 조언도 한몫했다.

그렇게 글쓴이와 시각장애견은 한 가족이 됐다.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시보드’
이하 온라인 커뮤니티, ‘시보드’

시각장애견과 함께하게 된 글쓴이는 “자신이 예상했것 보다 눈이 안 보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강아지가 똥을 누고 자꾸 그것을 밟고 다녔던 것. 글쓴이는 퇴근 후 강아지가 밟고 다닌 똥을 치우는 게 일상이 됐다.

그는 “한두 달 동안은 시각장애견을 돌보게 된 것을 엄청 후회했다”며 “스트레스받는 날은 혼도 많이 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글쓴이는 곧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게 됐다. 훈육이라기보다 반려견에게 자신의 감정을 배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혼내고 후회하고, 미안해하기를 반복하던 중, 어느 날 글쓴이에게 마음의 변화가 찾아왔다.

그는 “어느 순간 감정이 이상해지면서 마음이 달라졌다”며 “그 후론 혼도 안내고 강아지가 말썽을 피워도 사랑스럽게 보였다”고 말했다.

글쓴이의 마음이 달라지자 함께하는 반려견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자신이 싼 똥을 밟고 다녀 글쓴이를 힘들게 하는 날도 점차 줄었다.

이후 글쓴이는 직접 수제 간식도 만들어 먹이며 강아지를 사랑으로 돌봤다.

행복한 나날을 보내던 중 글쓴이에게 큰 걱정이 하나 생겼다. 바로 반려견의 눈 초점이 좌우로 흔들리는 안구진탕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강아지가 눈 초점이 좌우로 흔들리는 안구진탕이 있는데 심해지면 평행감각에 문제 생긴다고 한다. 여기서 멈췄으면 좋겠다”며 “선천적으로 실명된 것도 뇌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데 아마 어미 견이 영양 부족일 가능성이 컸을 거라더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끝으로 그는 “강아지 공장에서 데려온 아이인데 하여튼 인간이 문제다”라며 “공장주의 욕심으로 이렇게 (병을 안고) 태어났겠지”라며 분노를 표했다.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애완견 번식장 모습 / 연합뉴스
'강아지 공장'으로 불리는 애완견 번식장 모습 / 연합뉴스

이어 “그 공장주는 이 아이가 눈에 문제가 있으니 분양이 안 돼서 처리하려고 했던 것 같다”며 “어쩌다 전혀 상관도 없는 내가 키우게 됐지만, 건강히 자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시보드’
온라인 커뮤니티, ‘시보드’
home 안지현 기자 jihyu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