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 열면 사람 다니는 도로가 떡하니… 새로 지은 서울의 황당 아파트 (사진)
2021-05-28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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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고덕강일 7단지' 1층 설계 논란
똑같은 임대료 내는데, 왜 1층만 차별?

"경비실이나 기계실인 줄 알았습니다…도둑이나 안들면 좋겠네요"
지난해 11월 서울 강동구 강일동 ‘고덕강일 7단지'(현 강동리버스트7단지) 아파트 입주자에 당첨돼 현장을 찾은 A씨는 지어진 집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급한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2개동에 1025가구로 조성된 임대주택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화성산업이 시공을 맡았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버스로 20분쯤 떨어진 5호선 상일동역이어서 교통이 썩 좋지는 않다. 하지만 임대료는 가장 비싼 주택형이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만원. 지난해 하반기 서울 집값과 전세금이 급등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저렴해 입주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입주를 한달 여 앞두고 현장을 방문한 이 아파트 1층 입주예정자들은 황당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
요즘 신축 아파트에선 외부인 출입을 막기 위해 동(棟)마다 공동현관을 설치하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거나 카드키 등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도록 한다. 고덕강일7단지도 이런 구조로 지어졌다.
문제는 1층만 전혀 다르게 설계된 것. 1층은 도로와 인도 개방형 구조다. 즉 1층 거주자가 현관문을 열면 바로 앞에서 차가 돌아다니고 사람이 지나다닌다.
2층부터는 카드키를 기준으로 외부인 출입을 통제해 입주민과 철저히 분리된다. 반면 외부인 출입을 막기위해 동마다 설치된 공동현관이 1층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도로를 지나는 외부인이 마음만 먹으면 1층까지 쉽게 진입할 수 있다.
무작위로 호수나 층수가 배정됐기에 1층 당첨자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이 아파트는 전용면적별 임대료가 ▲29㎡ 보증금 1760만원, 월세 17만4800원 ▲39㎡ 3353만원, 월세 23만8100원 ▲49㎡ 4989만원, 월세 30만5400원이다. 층수에 따라 임대료 차이는 없다.
동일한 면적이면 동일한 임대료를 내는데, 이들은 비나 눈이 많이 올 경우 침수 피해는 물론이고 택배 분실·도둑 등 범죄에 취약한 상황이다. 그나마 방범용 CC(폐쇄회로)TV는 공동현관 출입구에만 설치돼 1층 집은 CCTV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이런 탓에 1층 입주 예정 41세대 중 약 25%에 해당하는 11세대는 계약을 포기했다.
SH공사 측은 "자체 주관한 설계 공모에서 당선작으로 뽑힌 설계를 적용한 것”이라며 “설계 콘셉트 자체가 아파트와 주변 환경이 조화를 이루는 ‘열린 단지’여서 1층을 개방형으로 지었다”고 했다.

SH공사의 '헛발질'은 주위에 비슷한 시기 당첨자를 발표한 ‘고덕강일 14단지' (현 강동리엔파크14단지) 공공분양 아파트에서도 불거졌다.
단지는 서울 강동구 상일동 일대에 짓는 943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이 중 411가구가 일반분양됐고, 나머지는 행복·임대주택으로 구성된 ‘소셜믹스’ 아파트다. 올해 2월 입주민을 맞았다.
분양가는 인근 강일동 ‘강일리버파크’ 동일 주택형 시세의 73% 수준으로 책정돼 역시 청약 경쟁이 치열했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4억9458만원, 전용 49㎡가 4억669만원이었다. 1층은 다른 가구에 비해 2000만~3000만원 정도 가격이 낮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1층의 설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 아파트라면 주차장이나 필로티 구조가 있어야 할 부분에 1층 아파트가 만들어졌다. 지면과 집이 한 뼘도 떨어지지 않아 빗물과 눈이 흘러 넘칠 수 있고, 벌레 등에도 취약하다. 1층 아파트 바로 앞에는 나무가 심겨 있어 햇빛을 받기도 힘든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