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담배 사려고 이렇게 분장하고 우리 편의점에 방문했습니다"

2021-06-08 08:33

add remove print link

야광봉 들고 주차관리인 척 위장한 고교생
미성년자에 속아 담배 판매시 처벌 안받아

보배드림
보배드림

'아재'로 분장해 담배를 사려는 미성년자의 눈물겨운 분투(?)가 수포로 돌아갔다.

한때 보배드림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등학생들 담배 사는 복장'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언뜻 봐도 40, 50대로 보이는 남성이 야광봉을 든 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려하는 CC(폐쇄회로)TV 화면이 첨부됐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알바)인 글쓴이가 담배를 팔기 직전 혹시나해서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하자, 이 남성은 욕을하며 나갔다고 했다.

글쓴이는 "사장님이 이상해서 따라가 봤더니 건물 화장실에서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들이 나왔다"고 증언했다. 학생인 정체가 들통나는 순간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알바생조차 깜빡 속아넘어갈 만한 역대급 분장술이었던 것. 일부러 야광봉을 들고 인근에서 근무하는 주차관리인인것 처럼 행세하려 한 것으로 추측된다.

글쓴이는 "고등학생 손에 야광봉 든 것 보이냐"고 누리꾼에 반문한 뒤 "준비성 미쳤다. 담배 줬으면 큰일날 뻔했다"라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누리꾼들은 "배 좀 나왔으면 대박", "와 이걸 안 속네", "나중엔 군복 입고 갈 겁니다. 조심하시길" 등의 반응을 보이며 혀를 내둘렀다.

변장에 속아 담배 팔았다면

뉴스1
뉴스1

네이버법률 등에 따르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면 신분이 편의점 사장님이든 알바생이든 처벌받는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다만 이 규정은 고의범, 즉 담배를 사는 상대방이 미성년자임을 알았던 판매자에게만 적용된다. 위 사례처럼 청소년이 처음부터 알바생을 속일 생각을 갖고 있었고 알바생이 실제로 이에 속았다면 면책된다.

문제는 담배를 판매한 업소의 점주가 받게 될 행정처분. 지난해까지만 해도 지방자치단체는 고의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았다는 사실만 드러나면 1년 이내의 범위에서 영업정치 처분을 내렸다.

그러자 위조 신분증으로 담배를 구매해놓고 "미성년자 상대로 담배 판 것 찌르겠다"라며 점주를 되레 협박하는 등 법을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종종 출몰했다.

이런 맹점을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규가 개정되면서 이제는 담배 가게 점주가 청소년의 기망행위나 협박으로 담배를 팔았다면 사정을 참작해 영업정지 처분을 면제받는다. 단 불기소 처분이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을 때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붙는다.

잔꾀로 담배사려는 학생 본인은

현행법상 미성년자의 음주 및 흡연을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하지만 담배 구매를 위해 가짜 신분증을 만들 경우 사문서위조 및 행사죄, 타인 주민등록증을 도용했다면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위 고교생처럼 옷과 소품으로 단순 변장만 한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