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 60알 먹여 다운증후군 아들 살해한 노모의 안타까운 사연

2021-06-14 10:40

add remove print link

“이번 생에 (내) 아들로 태어나서 평생을 고생...”
어머니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선택

중국에서 아들을 살해한 어머니의 기막힌 사연이 알려져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한 중국 노모의 기구한 사연을 보도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중국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에서는 다운증후군을 앓는 47세 아들에게 수면제 60알을 먹여 살해한 88세 노모 A씨의 재판이 열렸다.

지적장애 아들 수면제 60알 먹여 살해…中 울린 80대 노모 중국에서 다운증후군을 앓는 40대 지적장애 아들을 살해한 80대 노모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A씨는 지난 2017년 다운증후군을 앓던 47세 아들 B씨에게 수면제 60알을 먹여 살해한 혐의다. 법정에 선 A씨는 "2017년에 아들 밥을 짓던 중 계단에서 미
중앙일보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이하 셔터스톡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입니다 / 이하 셔터스톡

A씨는 결혼 후 6년 만에 어렵게 아들을 얻었다. 아들은 혼자 걷지 못했고 발달도 느렸다. 15살이 되어서야 겨우 '엄마'라는 단어를 말했다. 검사 결과 아들은 다운증후군이었다.

하지만 부부는 좌절하지 않았다. 아들이 어른이 되자 고가의 예물과 신혼집을 준비하고 신붓감도 구하러 다녔다. 하지만 다운증후군 남성과 결혼하겠다는 여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30세 이후 아들의 병세는 더욱 깊어졌다. 뇌가 위축되고 종아리 근육은 약해졌다. 지능은 더 떨어졌고 혼자 걷지도 못했다. A씨는 아들에게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들 몸을 소독했다.

절망스러운 날들이 이어졌다. 2017년, 어머니 A씨는 아들 먹을 밥을 짓다 계단 아래로 떨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이후 A씨는 걱정에 빠졌다. 아들을 함께 돌보던 남편도 먼저 세상을 뜨고 없었다. 노모는 자신의 몸보다 이렇게 죽는다면 누가 아들을 대신 돌볼 지 더 걱정이 됐다.

그해 5월 9일, A씨는 어머니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노모는 아들에게 수면제 60알을 먹였다. 47세 아들은 고통스러워하다 노모 앞에서 숨을 거뒀다. A씨는 아들의 죽음을 확인한 후 경찰서로 가 자수했다.

A씨는 재판 중 줄곧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최후변론에서 "이번 생에 (내) 아들로 태어나서 평생을 고생하게 만든 것이 미안하고, 고맙다"고 심경을 밝혔다. 지켜보던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고 그 누구도 어머니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4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친족 살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선처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고의 살인죄는 인정하지만, 살해 동기, 그가 자수했다는 사실, 고령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