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근무요원 한 명이 시청을 발칵 뒤집었다… '그것'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2021-06-22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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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고소까지 당하며 전주시 공무원 비리 폭로한 공익
초과수당 부정 수령 인정된 공무원 2명, 곧 경징계 처분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주민센터 전경. /네이버지도, 셔터스톡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 주민센터 전경. /네이버지도, 셔터스톡

전주시의 한 공익요원이 관할 주민센터 공무원들의 부정 수급을 폭로한 지 1년 만에 해당자 일부가 징계를 받게 됐다.

반면 무고·명예훼손죄로 고소당한 해당 공익요원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21일 한겨레에 따르면 최근 징계위원회를 연 전주시는 검찰 수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여의동주민센터에서 근무한 공무원 2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했다. 또 다른 직원 8명에게는 주의 및 훈계 조치를 내렸다.

전주시는 △초과근무수당 부정수령 △사회복무요원에게 금지된 개인정보 관련 업무와 현금 출납 관련 업무 지시 △업무 목적 외 관용차 사용 등을 이들의 징계 사유로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징계 종류와 수위는 다음 주 열리는 전라북도 징계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전주시 여의동주민센터에서 공익요원으로 근무한 A씨는 당해 6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 주민센터 직원들의 비위를 주장하는 글을 게재했다.

A씨는 이를 통해 주민센터 공무원들이 △관용차 불법이용 △손소독제·마스크 빼돌림 △모유수유실 부적절 사용 △코로나 예방포스터 및 소식지 무단폐기 △근무시간 내 술 파티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기부음식 부적절 사용 △허위 초과수당 청구 등 15가지나 되는 비위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A씨는 이 같은 폭로 두 달 전 주민센터 직원들이 관내 출장을 신청한 후 산책하러 나가거나, 저녁을 먹고 와서 퇴근 지문 인증을 하는 모습을 보고, 한 주민센터 직원의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내역의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갈등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덕진구청 행정지원과 직원들은 '시장님께 알려진다', '동장님이 징계를 받아 강등당할 수 있다' '9급 시보들이 정식 임용이 안 될 수 있다'라며 A씨에게 청구 취하를 종용했고, A씨는 이에 마지못해 응했다.

A씨는 이후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직원 뒷조사하는 공익요원이랑 같이 근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다 같이 음식을 먹을 때 배제를 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A씨는 덕진구청과 전주시청을 직접 찾아가 감사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정보공개를 재청구했고, 전주시는 그제야 감사에 착수했다.

A씨가 정보공개 청구로 받아낸 2019년 6월~2020년 5월 여의동주민센터 직원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지급내역에 따르면 대부분의 직원이 동일한 액수(2020년 기준, 직급별 월 43만~60만여원)의 초과근무수당 상한액을 받아 갔다.

출장여비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주민센터 직원들은 '상시출장 공무원'에 해당해 월 15번 이상 출장을 다녀오면 최대 15만원을 받는데, 지난해 1~4월 직원 16명은 월평균 16회 관내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건수가 '당면업무' '현안업무' '현장업무' 등으로만 기재돼 있었다. 한 직원은 '당면업무 추진' 목적만으로 6개월 동안 82차례 출장을 신청했고, 또 다른 직원은 79번 출장 가운데 '현장점검 등'이 76차례에 달했다.

한 동장은 "주민센터에 업무가 많아 출장이 잦을 수밖에 없다"고 반박하며 A씨를 무고·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도, 초과근무수당·출장여비 관련 내용은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A씨는 전체 복무기간의 절반이 넘는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후 부모가 사는 전주를 떠나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

지난달 전주지검은 A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은 "신고 내용이 그 정황을 다소 과장했다고 볼 여지는 있지만,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처분 이유를 밝혔다.

home 방정훈 기자 bluemoon@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