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때 미군 첩보요원으로 활동한 16살 소녀가 있습니다”

2021-06-2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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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팔 모두 두 번 부러지고 갈빗대도 부러졌어요”
미군 첩보 요원으로 활동한 심용해 할머니

한국전쟁 당시 목숨을 걸고 인민군 기밀을 수집한 16살 소녀가 있다. 심용해(86) 할머니가 그 주인공이다.

중앙일보는 25일 6.25 발발 71주년을 맞아 심용해 할머니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심 할머니의 증언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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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할머니 나이는 고작 열 여섯이었다. 하지만 유엔군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부모님께 말씀도 드리지 않고 몰래 집을 나와 미군 부대를 찾아갔다. 전쟁통에 억울하게 사람들이 많이 죽는 것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 한 명이라도 죽이고 죽자, 안 그러면 너무 억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재봉틀로 커다란 미군 군복을 고쳐 입었다. 미군은 할머니와 다른 민간인들을 모아 '에이전트(agent, 요원)'로 불렀다. 요원들은 일주일 동안 지도 읽는 방법만 훈련받고 전장에 투입됐다.

유튜브 '중앙일보'
유튜브 '중앙일보'

할머니 업무는 인민군이 있는 마을에 들어가 부대와 탄약고, 전차 위치 등을 알아오는 것이었다. 당시 사진기는 물론 이렇다 할 노트도 없었기에 할머니는 스스로 '인간 지도'가 돼야 했다. 지리를 모두 외운 것이다. 환경도 열악했다. 신분이 들통날 수 있기 때문에 식량 등 보급품은 주어지지 않았다. 할머니는 산나물을 뜯어먹고 빗물을 신발에 받아 마셨다. 도망을 치다 양팔 모두 두 번 부러지고 갈빗대도 부러졌다.

할머니는 중공군 포로 생활도 했다. 중공군에게 잡힌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인민군은 포로를 살려두지 않고 대부분 죽였기 때문이다. 할머니는 며칠 동안 중공군에 끌려 다니다 경계를 서던 병사가 강행군에 지쳐 쓰러진 틈을 타 탈출했다. 그 와중에도 중공군 방공호 위치를 외워 미군 부대에 전달했다. 그러나 할머니의 헌신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할머니와 같은 비정규 특수부대를 '켈로부대'로 부르는데 정규군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 지급, 훈장 수여 등이 어렵기 때문이다.

할머니의 억울한 사연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튜브, 중앙일보
home 권상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