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제명 다 못하고 지는 낙엽

2021-08-09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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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명 다 못하고 지는 낙엽

박기복 영화감독
박기복 영화감독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立秋)가 지났다. 무더위는 기세를 꺾일 줄 모르고 역병은 지루하고 긴장은 축 처진다.

대선 경선 시즌은 그들만의 리그로 자화자찬으로 들끓는다. 야당은 깜냥도 안 되는 후보들이 깝죽거리며 시야를 흐리게 한다. 동네 계모임만도 못한 지리 멸렬에 오합지졸이다. 관객은 눈을 돌리고 흥행은 실패했다. 주연들의 거짓말에 신물이 나고 감동을 줄 만한 매력적인 콘셉트도 없다. 거짓과 배신으로 얼룩진 후보의 행보에 관심을 가질 리 없다. 더욱이 그런 후보의 세 치 혀로 내뱉는 공약을 듣는다는 것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민주주의 기초는 정직과 깨끗함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닉슨, 이명박, 박근혜의 공통된 키워드는 ‘거짓말’이다. 거짓말로 인해 그들은 불행한 말로를 걸었다. 지금 민주당 대선 경선은 거짓말 진실게임으로 난타전이 벌어지고 있다. 누가 누가 거짓말을 더 잘하는지 번갈아 가며 술래가 되어 거짓말을 찾아내고 있다.

날조와 왜곡과 물타기 등 온갖 술수를 부려가며 거짓이 거짓을 덮고 새로운 거짓이 진실인 양 양산되고 있다. 선거 캠프의 정치 거간꾼들은 역대 선거에서 관행처럼 해왔던 전략 그대로 생떼와 어깃장을 놓으며 아니면 말고 식의 추악한 선거전략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모양새다.

가히 거짓말 세상이 되어 버렸다. 이러다간 헌법 1조 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가 ‘대한민국은 거짓말 공화국이다’로 개정헌법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큼 수치스러운 거짓말이 아무런 죄책감 없는 불감증의 일상언어가 되어 버렸다. 거짓말 잘하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나라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공포다. 해외토픽을 뛰어넘어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고 유네스코 세계 정치선거 유산으로 지정될지도 모를 일이다.

거짓말이 생활화된 후보는 말이 자주 바뀐다. 거짓말의 심각성을 전혀 알 리 없다. 오히려 거짓말로 듣는 국민을 비난하고 훈계하기도 한다. 이기적인 뇌를 가졌다. 거짓이란, 간교와 음흉과 불륜과 사기와 뇌물과 발뺌과 남 탓의 그 모든 악의 판도라가 가득한 상자다.

비록 같은 편이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놓여있을지라도 후보 간 올바른 검증은 피 튀겨야 한다.

피를 뽑고 포를 뜨고 뼈를 발라서라도 정직하고 깨끗한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야당의 캠프는 여당의 거짓말 후보를 공격하기 위해 수집한 정보자료는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 뻔하다. 만에 하나 죽 쒀 개 주는 꼴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우리는 그러한 상황을 역대 선거에서 심심치 않게 지켜봐 왔다.

나는 민주당 권리당원이자 국민의 한 사람이다. 노무현, 문재인의 사람 중심의 정치 철학은 옳았고 그들의 가치를 계승발전 시킬 후보가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는 유권자다. 거짓말과 간교함의 갑옷을 입은 후보가 민주당 대권주자로 나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들의 거짓은 쉽게 동요하고 변절하면서 결국은 우리 등 뒤에 분명 칼을 꽂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민주당 대선 경선은 ‘정직함’과 ‘거짓말’의 진실게임에 맞춰져야 한다. 다소 지겹더라도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흠집 많고 송사가 대추나무 연 걸리듯 하는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개그 프로에서나 보는 광경이다. 그러나 아직 기회는 있다. 거짓말을 거둬들이고 국민과 당원에게 용서를 구하는 일이다. 많은 말 가운데 유독 거짓말은 주워 담기 힘들다는 것도 잘 안다.

그렇지만 대권 후보로 나설 정도의 그릇이라면 자신의 거짓말을 소환해 반성과 성찰의 기회로 삼아야 진정한 대인이다. 제명을 다 하지 못하고 지는 낙엽이 되지 않으려면 온갖 거짓과 추문을 훌훌 털어버리는 일이다. 일개 권리당원의 충언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검은 비 그치고 바람 제법 차가워질 때쯤이면 탁한 강물도 정화될 것이고 가을 바람에 한 잎 두 잎 낙엽도 질 것이다, 거짓말 후보들이여,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처럼 처량하게 거리에 나뒹구는 결말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박기복 영화감독>

전라남도 화순 출신

-서울예술대학 극작과 졸업

-현, (주)무당벌레 필름 대표

-2019년. 제10회 한국지역발전문화대상 수상

-2019년 중편영화 “낙화잔향-꽃은 져도 향기는 남는다- 38분” 감독/작가.

-2018년. 장편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감독/작가.

-2010년. 한-일 공동제작 영화 / 방송 / 24부작 웹 드라마 <피그말리온의 사랑> 극본

-2003년. 영화 <강아지 죽는다> 공동각본.

-1995년.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공모 <화순에는 운주가 산다> 우수작 당선

-1991년. 전남일보 신춘문예 희곡 <추억의 산 그림자> 당선

-1990년. 전남대학교 오월문학상 시 부문<애인아 외 1편> 우수작 당선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