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민족문예와 사상> 문학상에 김영곤 시인, 신인문학상에 왕영식 시인 당선

2021-12-0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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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민족문예와 사상>(구 대한문학·발행인 김서종)이 올해 2021년 혁신호 기념으로 마련한 제

왼쪽부터 문학상 수상자 김영곤 시인, 신인문학상 수상자 왕영식 시인
왼쪽부터 문학상 수상자 김영곤 시인, 신인문학상 수상자 왕영식 시인

계간 <민족문예와 사상>(구 대한문학·발행인 김서종)이 올해 2021년 혁신호 기념으로 마련한 제1회 ‘민족문예와 사상’ 문학상과 ‘신인문학상’의 수상자가 결정되었다.

민족문예와 사상에 의하면 제1회 <민족문예와 사상> 문학상에 시인 김영곤 씨의 <활터에서・1>외 1편이 선정되었으며, 제1회 <민족문예와 사상> 신인문학상에는 왕영식 씨의 <하루의 시작> 외 2편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고 2일 민족문예와 사상 관계자가 5일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모두 전북 출신으로 중앙지 신춘문예 당선자들로 이준섭 시인(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부분 당선, 부안 출신), 김수엽 시인(199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부문 당선, 완주 출신), 김유석 시인(198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부분 당선, 김제 출신)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였다.

이번 문학상은 <민족문예와 사상> 2021년 봄호부터 가을호에 발표된 시와 산문들을 심사 대상으로 삼았다. 장차 <민족문예와 사상> 전년 겨울호에서 당해 가을호까지 게재된 시와 산문의 작품들을 놓고 심사를 진행한 것이다.

심사위원들에 의하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다섯 분의 시들을 오랜 시간에 걸쳐 토의한 끝에 결국 다수결을 통해 김영곤 시인을 수상자로 결정하였다고 밝혔다. 심사위원들은 김 씨의 작품, <활터에서・1>, <활터에서・2>는 “중년에 이른 화자의 회의적 방황 심리를 그리며 도회 풍경을 배경 삼아 덧없이 지내온 자신의 생을 반추하면서, 자아가 처한 오늘에 관하여 고뇌하는 게 엿보이며, 여기에는 은근히 시대적 비판의식도 곁들어 있다”고 했다. 이어 “오늘에 대한 회의를 절망으로 침윤시키지 않은 채 ‘멀리 들녘에 우뚝 선 내일의 과녁판’을 내다보려는 그 희망찬 의지가 돋보인다. 본시 ‘내일’이라는 것 자체가 그 속성이 불투명과 불확실로 규명되는 미지의 것이기에, 인간은 늘 그 ‘내일’에 속는 일을 인생살이의 불가피한 숙명으로 감내한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 기약 없는 내일을 향한 희망을 저버리지 않는다. 희망 고문의 가혹성 속에서도 그 내일을 향해 또다시 기약 없는 활을 당겨야 하는 것이다. 막연한 내일로부터 아무런 보장이 주어지지 않을지라도, 내일 자체를 향한 희구 그 자체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설사 그 내일이 또 우리를 속이며 우리네 삶을 부질없게 만든다 할지라도 말이다. 다른 젊은 시인들의 톡톡 튀는 시적 재치에 비하면, 김영곤 씨의 시 세계는 너무 진지하여 구태의연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일의 과녁’을 향하여 묵중한 ‘활’을 들어 조준하는 문사의 시적 진지함이 아직은 그 어떤 경박함보다도 이 시대에 더욱 절실히 요망되는 특성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인상의 경우 “‘하루의 시작’은 아침이 아니라 곧 야간작업에 임하는 저녁이다. 그런데도 노동에 관한 구차한 신세타령이나 그 야간작업을 요구하는 사회 현실에 대한 짜증 섞인 비판보다는 오히려 열정과 여유의 설계를 얽어내는 낙낙한 마음 자세가 명확하다. 이를 현실의 몰이해로 보아야 할지 아니면 현실의 고단함을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로 보아야 할지는 앞으로 이 시인이 열어가는 시적 세계가 알려줄 것이다. 그 밖의 시편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소박한 삶의 진솔한 표출 능력이다. 그의 목소리는 삶과 괴리되어 있지 않다. 시인이 자기 목소리를 갖는 일은 시인이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 솔직한 인간이어야 한다는 아주 중요한 사실에서 첫발을 뗀다. 일상에서 시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는 안목으로, 비시적인 하찮은 것들을 시화시키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유년 시절의 회억을 다룬 <흑석골>연작은 유년의 삶을 잘 끌어내어 유년과 성년의 시선을 잘 융합시킨다. 시란 자기 넋두리가 아니다. 과거의 회억이 자체의 감상적 추억으로만 그치면 퇴행의 회로망에 갇히기 쉽다. 항상 과거는 현재와의 접목에서 그 생명을 길어낸다. 과거를 배경으로 한 시가 특히 현재와 교류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지 못하면, 즉 시가 현재 또는 현장성이 없으면, 죽은 시가 되는 것이다. 또한 현대시에 있어서 진부한 상투어들은 치명적으로 작용한다. 왕 씨는 이상의 사항들을 잊지 않으면서 부단한 시적 매진에 정진을 더하리라 믿는다. 예술이란 끝도 없는 경지를 향한 어리석을 정도의 광기에 의해서만 성취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김영곤 씨는 “날씨가 차가운 탓인지 움직임이 느린 별들은 하나씩 벌판을 지나 바다로 풍덩 풍덩 빠져들고 있다”라며 “자신은 어릴 때부터 무언가를 끄적거리길 좋아했다. 어느 한 사물을 바라볼 때면 긴 시간 상념에 젖었던 기억이 갑자기 뇌리에서 떠오른다. 눈망울에서는 사물의 관조를, 손에서는 펜촉의 요정이 이제야 상승의 빛을 발하는지 감히 지면을 통해 적어 본다”고 소감을 적었다. 김 씨는 이어 “미력한 작품을 선정해주신 심사위원과 민족 문예와 사상 관계자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특히 아내와 아들딸에게도 그동안 아빠를 무언으로 이해해주어 고맙고, 자신을 아껴준 선후배 동료들에게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씨는 1954년 정읍 출생으로 1991년 한국자유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며, 2010년 첫 시집 <내게 사랑을 묻다>를 발간함으로써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왕영식 씨는 “늦게나마 시 강좌를 들어보자고 더듬더듬 낯선 첫걸음을 떼며 전북문학관 정문으로 들어서던 지난 봄날이 생각난다”라며 “여태껏 가보지 못한 새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 열리는데, 나의 발걸음이 오늘처럼 변함없이 초심을 잃지 않기를 기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걸음마를 떼며 서로를 이끌어주신 시 동인 <휘파람>의 문우들과 기쁨을 나누고 싶고 새 살을 떼어내는 마음으로 글 밭을 열심히 갈아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왕 씨는 1960년 전주 출생으로 전북대학교를 졸업하고 시문학 동인 <휘파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시상식은 오는 11일(토) 오후 2시 전주 풍남호텔 컨벤션 홀에서 열리며, 수상자에게는 각각 상패와 상금이 주어진다.

home 이상호 기자 sanghodi@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