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적: 도깨비 깃발' 대사 다 잡아먹는 안타까운 음향을 어찌하면 좋을꼬 (리뷰)

2022-01-18 17:22

add remove print link

설 극장가 잡기엔 역부족...영화 '해적2' 음향만 신스틸러?
볼거리 충분하지만 음향은 아쉬워

리드미컬한 액션 장면마다 등장하는 음악. 음악에 가려진 배우들의 목소리. 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이하 해적2)은 대사 전달력을 약화시키는 음향 효과와 배경음의 사용으로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한다.

영화 '해적2' 스틸 / 이하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해적2' 스틸 / 이하 롯데엔터테인먼트

'해적2'는 고려 말, 조선 초를 배경으로 해적들의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강하늘, 한효주, 이광수, 권상우 등 화려한 스타 군단에 약 200억 원의 제작비를 들인 블록버스터로 개봉 전부터 영화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영화는 우무치(강하늘)가 중심이 된 고려 장수의 무리와 해랑(한효주)을 위시한 해적단이 만나 함께 고려 왕실의 숨겨진 보물을 찾는 여정을 흥미롭게 그린다. 대형 고래, 펭귄 떼 등 CG로 구현한 장면들은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아쉬운 건 음향이다. 해적이라는 특성상 영화는 줄곧 바다를 배경으로 한다. 때문에 파도 소리, 바람 소리 같은 음향 효과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 같은 소리들이 극에 잘 녹아들지 못했다는 느낌이 러닝타임 내내 든다.

특히 액션신에서는 음향 효과와 배경음이 지나치게 커져 배우들의 대사를 잡아먹는다. 거센 풍랑 속에서 해적단이 서로 지시를 주고받고 대응하는 장면에선 이들의 대사를 이해해야 그 다급함이 잘 전달될텐데, 목소리가 효과음에 묻히다 보니 정신 없고 빨리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기만을 기다리게 된다.

바다에서 솟구치는 불기둥과 번개가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번개섬의 매력을 한껏 즐기기엔 소리가 주는 방해감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비주얼만 봐도 느낄 수 있듯 '해적2'는 보는 즐거움에 큰 초점을 둔 영화다. 설 명절을 앞두고 개봉하는 만큼 연령불문 가족들과 함께 극장에 가서 즐길 만한 무해하고 쾌활한 작품이다.

다만 강렬한 캐릭터 성격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웃음에 집중하다 보니 흐름이 다소 엉성하게 느껴질 순 있다. '어떻게 모험을 하게 됐는가'보다는 '일단 모험 자체를 유쾌하게 그리겠다'는 쪽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 부분에 터지는 로맨스도 다소 뜬금없게 느껴지는 이유다.

126분. 12세 관람가. 26일 개봉.

home 정진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