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다방 더클래식] 영화 음악의 거장, 영화 '스타워즈'의 작곡가 존 윌리엄스

2022-04-19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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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죠스', '스타워즈', '해리포터'의 작곡가
향후 지휘자와 클래식 음악에만 전념

“세상 모든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선 것을 받아들여라”

한 시대 오피니언 리더들의 고민과 고뇌의 장을 현재로 옮겨, 의견을 나누고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제비다방'은 1930년대 구한말 지식인들의 고뇌와 토론의 장이었던 시인 이상의 다방 이름에서 가져왔습니다.

"클래식은 삶을 변화시킨다"

'제비다방' 첫 번째 시리즈는 <더 클래식>입니다. 프라이부르크 국립음악대학원을 졸업하고 뮌헨 국립 오페라단 전속 솔리스트를 거친 클래식 음악 전도사 안우성 지휘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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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이 대중음악과 구분되는 점은 무엇일까? 어떤 클래식 애호가들은 클래식 음악은 통속적이고 오락적이지 않은, ‘수준 높은 음악’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는 어불성설이다. 수준이 높다는 말엔 대중음악에 비해 우월하다는 함의가 있는 것일 텐데, 우월함의 기준은 저마다 제각각 다를 테니 말이다.

작품의 구조나 형식, 내용과 역사성에 기준을 두고는 음악의 장르를 구분 지을 수 있겠지만 그중 무엇이 더 수준 있다거나 우월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이런 통념은 도리어 클래식 음악은 통속적이고 오락적이지 못한, 그저 ‘지루하고 재미없는 음악’이라는 선입견만 낳을 뿐이다.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져 가고 있는 요즘, 그 경계를 넘나들며 최근 클래식 필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클래스 있는’ 작곡가와 음악이 있다.

90세의 노신사가 빈 필하모닉의 지휘 단상에 올라선다. 그의 지휘봉과 함께 빰 빠빠 빰 빰 빠빰 으로 시작되는 영화 '스타워즈'의 메인 테마가 울려 퍼지자 관객들은 열광한다.

이하 유튜브 '제비다방'
이하 유튜브 '제비다방'

2021년엔 베를린 필과, 올해는 2020년에 이어 두 번째로 빈 필하모닉을 지휘한 노신사는, 바로 영화 '스타워즈', '해리포터'의 작곡가이자 또 현대 음악가이자 지휘자인 존 윌리엄스다.

윌리엄스는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미국 CBS 라디오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연주자였기에 음악적인 환경에서 자란 그는 6세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 18세가 되던 1950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UCLA)에 입학해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음악 작곡가인 마리오 카스텔누오보테데스코를 사사한다.

유튜브, '제비다방'

1952년 그는 미 공군에 입대해 군악대의 음악을 편곡하고 지휘했으며 한국전쟁에 참전한 이력도 있다. 전역 후 그는 뉴욕의 줄리아드 음악원에 입학해 러시아 출신 피아노 교수인 로지나 레빈에게 1년간 피아노를 사사한다.

졸업 후 뉴욕의 클럽에서 재즈 피아노를 연주하던 그는, 자신의 재능과 열정이 연주보다는 작곡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자연스레 영화 음악과 인연을 맺는다.

그의 첫 영화 음악은 26세였던 1958년 ‘대디-오(Daddy-O)’라는 경주용 자동차 코미디 영화였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1967년 영화 ‘인형의 계곡’으로 아카데미 음악상 후보에 오르고 2년 뒤인 1969년엔 ‘굿바이 미스터 칩스’와 ‘리버스’ 두 작품으로 아카데미 음악 상 후보에 오르며 할리우드의 주류 음악가로 등극하게 된다. 그리고 39세가 되던 1971년, 그는 거장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이 솔로를 담당한 영화 ‘지붕 위의 바이올린’으로 첫 번째 아카데미 음악상을 수상하게 된다.

1974년에는 거장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슈거랜드 익스프레스’란 작품에서 첫 작업을 시작해 이후 ‘죠스’ ‘ET’ ‘쉰들러 리스트’ ‘쥬라기 공원’ 등 스필버그의 거의 모든 작품의 음악을 담당했다.

또 다른 거장 감독 조지 루커스를 만나면서 그는 영화 ‘스타워즈’로 1978년 아카데미상과 그래미상 모두를 거머쥔다. 이 작품에서 그는 레아 공주의 테마로 현악기와 관악기를 사용하고, 악당 다스베이더의 등장에는 호른을 위주로 한 금관악기를 사용했는데, 이는 바그너가 오페라에서 등장인물에게 특정 선율을 부여해 암시와 감정의 증폭을 일으켰던 클래식 기법인 ‘유도동기(Leitmotif·라이트모티프)’를 도입한 것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영화들인 ‘인디아나 존스’ ‘슈퍼맨’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해리포터’ 등의 음악도 모두 그가 남긴 작품인데, 그는 자신의 모든 영화 음악에 전자 음악이 배제된 관현악만을 고수하고 있다.

또 한편으론 클래식 작곡가이기도 한 그는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 튜바 협주곡 등 18곡의 협주곡, 오케스트라와 목관 앙상블을 위한 곡 10개의 작품, 솔로 첼로를 위한 3곡 등 실내악 7곡을 썼으며 그 유명한 1984 LA 올림픽의 주제곡, 1988 서울 올림픽, 1996 애틀란타 올림픽,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주제곡도 작곡했다.

2020년 1월에는 가장 권위 있는 오케스트라인 빈 필하모닉과 자신의 작품들을 자신의 지휘로 연주하기도 했는데, 이 연주 실황은 2020년 가장 많이 팔린 오케스트라 앨범이 되었다. 2021년에는 역시 자신의 지휘로 베를린 필하모닉과 공연했고 2022년 3월 12일에는 오스트리아 빈의 무지크페어라인에서 존 윌리엄스의 음악(The Music of John Williams)이란 타이틀로 빈 필하모닉을 지휘하기도 했다.

이날 콘서트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가 협연자로 등장해 존 윌리엄스가 그녀를 위해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2번 등을 연주하기도 했다. 존 윌리엄스는 올해를 끝으로 더 이상 영화 음악은 작곡하지 않고 지휘와 클래식 음악 작곡에 전념하겠다고 선언했다. 올해로 90세가 되는 그는 현재 첼리스트 요요마를 위한 곡과 자신의 첫 피아노 협주곡을 작곡 중에 있다.

순수 예술과 대중 예술의 정의를 내리기란 쉽지 않다. 다만 고급 예술이라고 치환해본다면 필자는 ‘시대의 교양 있고 수준 있는 사람들이 향유하는 예술’이라고 말하고 싶다. 클래스 있는 작곡가가 만든 영화 음악을 클래스 있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면 한 번쯤 들어볼 만하지 않은가?

지휘자 안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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