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우뚝 서겠다"

2022-05-05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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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우뚝 서겠다"

친환경 유기농 쌀 최대생산지역으로 꼽히는 오창농협을 찾았다. 저탄소 친환경 정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오창을 친환경 농업의 메카로 성장시킨 김영우 조합장을 만나 친환경에 대한 의견과 삶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

농번기인 요즘, 그는 5시 반이나 6시에 집을 나선다. 하루 일과가 일찍 시작되는 농번기는 바쁜 조합원들을 현장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아침 일찍 찾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바쁜 하루 동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침밥으로 든든한 유기농밥상을 거르지 않고 먹는 습관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저는 꼭 아침밥을 먹지요. 유기농 밥상을 먹은 하루는 컨디션이 다릅니다.”

오창지역 토박이, 김영우 조합장은 성공하는 농업인이 되는 게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농업인도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었고, 그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농업학교를 나오고 자연스럽게 농사를 시작했다.

“저는 사람들에게 농업을 권하고 싶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이 농업에 관심이 없고 3D 업종으로 오해하는데,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요. 농업은 본인이 노력하면 도시 근로자보다 몇 배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옵니다.”

농업으로 기본소득이 보장된다면,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다. 또한 귀농귀촌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원생명쌀
청원생명쌀

“국가에서 출산장려정책으로 1년에 40조원을 쓴다고 하는데, 그 돈을 귀농귀촌하는 젊은이들에게 투자한다면 어떨까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면서 여기에서 농사를 짓고 터를 잡은 젊은이들에게 지원금을 준다면 귀농귀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저출산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입니다.”

김영우 조합장은 농사꾼 출신이라, 농업인들의 제일 어려운 부분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가 32년 농사를 짓다가 조합장이 된 이유도 농업 현실이 상당히 안타깝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농민들이 생산에 열중해야 하는데 판매까지 해야 하니까 농사를 짓는 게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조합장이 되어 농업 현실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을 소명으로 여겼다.

농업인 입장에서 제일 어려운 것은 ‘생산’보다 ‘판매’라고 생각해서 ‘농작업 일괄시스템’을 도입했다. 농민들이 농사를 지으면 조합에서 ‘수매-선별-운반-판매-통장입금’까지 해주는 시스템으로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생산에만 열중하실 수 있도록, 선별부터 판매까지 일괄 다 해드리고 있습니다.”

선별작업까지 관여하는 이유는 선별작업이 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제값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농민들이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조합이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조합장이 되고, 1년에 하나씩 특화 사업을 진행했다. 첫해는 감자 특화 사업이었다. 강원도 감자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과 감자 종자 공급협약을 맺고, 씨앗감자를 심는 것부터 파종, 수확, 선별, 농산물 판매까지 농협에서 책임지고 운영했다. 감자선별기기의 경우 약 1억원 정도 가는데, 유기농작물과 일반용으로 2개 설치하였다. 친환경감자와 일반 감자 선별을 따로 구분해야 친환경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구분해서 운영하고 있다.

2년차 특화사업은 마늘, 3년차 특화사업은 콩이었다.

◆친환경 유기농법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이 유기농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오창농협 조합장이 유기농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김영우 조합장이 처음 친환경 유기농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조카의 아토피 때문이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 알레르기 반응은 병원 치료로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조카의 건강이 먹는 것으로 영향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유기농법을 시도하게 되었다.

유기농법이 보편화되지 않은 1998년부터 친환경 농법을 시작하였고, 이른 시기부터 관련 경험을 쌓았다. 이후 작목회 사무국장을 하면서 다른 농가와 노하우를 나누며 친환경 농사를 널리 알렸다. 전체 농산물 중 친환경/유기농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4% 정도인데, 유기농 인증을 받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다.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6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유기농인증을 받으려면 토양 검정서류부터, 농약 잔류검사, 유전자변형농산물 검사 등 320가지 품질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검사는 암행으로 불시에 진행되는데, 인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산과 출하 과정을 인증기관에서 철저하게 검증한다. 덕분에 소비자들은 유기농 표시가 있는 농산물을 안심하고 믿고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저탄소 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유기농법은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합성농약을 쓰지 않는다. 일반농업에 비해서 재배 과정이 까다로운 만큼, 3배 이상의 비용과 노력, 시간이 든다.

제값을 받고 팔기 위해서는 일반 소비자들이 이를 알고 선호해야 하는데, 유기농산물의 높은 가격이 장벽이 되어 투자비용만큼 돌려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공산품이 아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찍어낼 수가 없고 농부의 땀과 자연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잉 생산되면 결국엔 제값을 받지 못하고 헐값으로 판매되는데, 과잉 생산된 부분을 어떻게 소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꾸준히 하고 있다. 현재 친환경 농산물은 학교 급식 등에 들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국방부에도 친환경 농산물을 소비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이런 문제들은 자연히 해결될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일반 농산물은 경매시장이 있지만, 친환경 농산물은 경매시장이 없다. 전문적으로 친환경 농산물만을 취급할 수 있는 경매시장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친환경농산물을 원료화하고 2차 가공하여 상품화하는 것도 새로운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관련 설비에 45억원을 투자하고 준비 중이다. 오창농협은 건강기능식품과 건강식품 제조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국내산 친환경농산물 원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조합장이 되고 많은 사업을 부지런히 꾸준히 벌이면서 주변 직원들은 일을 너무 많이 벌이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단다. 하지만 그는 시작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관리하지 않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고 여긴 것이다.

“사후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열정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옛날 주먹구구식 관리 방식으로는 유지가 어려워요. 꾸준히 품질 관리를 하기 위해 별도 관리 부서를 신설하고 직원을 채용하여 철두철미하게 등록해놓고 관리하고 있어요. 농업이 돈이 되지 않으면 우리 농업인들이 땀 흘리며 노력한 시간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조합장으로서 기억에 남는 순간과 목표  

청원생명쌀자동화시스템
청원생명쌀자동화시스템

2019년에는 오창농협 50주년을 맞아 기념행사를 크게 치뤘다.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은 상당히 어려웠지만, 50주년 행사를 했다는 게 굉장히 자부심을 느끼고 보람을 느꼈다.

“우리 협동조합이 50년을 발판으로 해서 100년, 200년 꾸준히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우 조합장이 생각하고 있는 조합의 역할은 오늘날 농협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원로 조합원 분들에 대한 보답까지 연결되어 있었다.

현재 오창농협의 조합원은 2,300명. 이 가운데 40세 미만 조합원은 45명이다. 53% 과반수 이상이 65세 이상 고령의 조합원이다. 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지금은 홀로 지내시는 분들이 많은데, 모여서 교류하고 같이 아침점심저녁 삼시 세끼를 식사가 가능하도록 유기농 식단을 제공하고, 여가시간을 이용해 ‘바둑교실, 일반 장구, 짚공예’ 등을 배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어르신들이 즐겁고 건강하게 노후를 즐기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다.

“오늘의 오창농협은 초창기 조합원들의 땀과 눈물로 만들어졌어요. 원로 조합원 어르신들의 복리후생을 누가 책임질까요? 저는 그 역할을 우리 조합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령자들이 집 안에 외롭게 머물지 않도록 하고, 지역커뮤니티 활동을 통해 건강관리와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공동체 활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목표이다.

언행일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여기는 그는 <원로조합원을 위한 복지사업>을 조합장으로서 완성시켜야 하는 약속이자, 숙원사업으로 여기고 있었다.

오창지역은 완전한 도시지역이 아니고 농촌지역도 아닌 특징을 가지고 있다. 준조합원 제도가 있는데, 전체 사업 매출액의 70~75%를 준조합원들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준조합원과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우리가 조금 더디 가더라도 사회 일원으로서 같이 길게 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로컬푸드 운동이 우리 사회 모두를 건강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소비자들은 그 지역 농산물의 재배 환경을 잘 알기 때문에 믿고 구입하고, 농가들은 직접 매장으로 가져와서 자기들이 가격을 붙이고 판매하는 것이다. 장거리 운송 과정을 거치지 않아서 신선하고 누가 농사지었는지 알기 때문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 오창농협은 앞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여 로컬푸드 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더불어 친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직까지도 무농약과 유기농에 대한 인식이 많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친환경 농산물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로 여기고 있었다.

그는 “농업농촌이 살아야 우리나라가 삽니다. 농업농촌이 생산한 농산물을 구입해주시고, 특히 유기농산물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home 노해섭 기자 noga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