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무원이 말하는 공무원 절대 하면 안되는 이유

2022-06-0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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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가면 절대 공무원은 안 해”
NO 워라밸·박봉·폐쇄 문화·쥐꼬리 연금

정부세종청사 출입문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 음식을 받아 가고 있다. / 뉴스1
정부세종청사 출입문에서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맞춰 배달 음식을 받아 가고 있다. / 뉴스1

한때 '신의 직장'이라 불렸던 공무원의 인기가 추락하고 있다. 2030 인구 자체가 줄어든 탓도 있지만, 박봉에 일도 힘들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MZ 세대들이 꺼리고 있는 거다. 이런 가운데 현직 공무원의 자조 섞인 고백서가 관심을 끈다.

최근 패션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 디젤매니아에 '웬만하면 공무원 하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왔고,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로 확산했다.

흙수저에다 할 줄 아는 게 공부 뿐이어서 공무원이 됐다는 글쓴이 A씨는 "직렬 by 직렬(직렬에 따라 차이가 남)이긴 하나 다시 돌아가면 절대 공무원은 하지 않을 것이다"고 단언했다.

그 이유로 A씨는 6가지를 꼽았다.

이하 에펨코리아
이하 에펨코리아

NO 워라밸

A씨는 2015년 7급으로 입직해 지금까지 4개 부서를 거쳤다. 그중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 지켜지는 부서는 단 한 군데였다. 이 부서는 1년 이내에 없어질 부서라 워라밸이 묵인됐다고 했다.

제일 빡셌던 부서는 오전 7시 출근에 밤 9시 퇴근이었다. 한 달에 4번 정도 주말 출근했고 한 달에 2번씩 숙직(24시간 근무)을 섰다. 당시 불면증, 우울증. 알코올 중독을 달고 살았다고 했다.

A씨는 "이때는 거의 달마다 80시간 이상 잔업을 했다"며 "주변에서 나보다 힘든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대기업 XX 직원인 친구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박봉

A씨는 2015년 7급으로 입직 당시 초과 근무를 빼면 세후 190만원을 받았다. 초과 근무는 일한 시간만큼 시간당 1만원 정도 탔다.

2022년 올해 기준으로는 초과 근무 10시간 포함해 세후 258만원이 통장이 찍힌다. 만일 9급으로 시작했다면 더 적은 월급을 받게 된다.

A씨는 "대학 동기 중에 나보다 못 버는 사람은 우정 공무원 등 다른 직렬 공무원밖에 없다"며 "구로디지털단지 중소 IT기업에 다니는 고졸에 자격증 하나도 없는 친구도 나보다 더 잘 번다"고 박탈감을 표출했다.

급수가 올라가면 월급이 팍팍 뛸까? A씨에 따르면 꼭 그런 것도 아닌 듯하다.

A씨 옆자리 6급(1996년 임용·50대 중반)은 평달 세후 340만원 정도 받는다. A씨 상사인 5급 사무관(1996년 임용·50대 중반)도 그 정도 손에 쥔다.

A씨는 "내가 연말정산 해드려 정확하게 안다"며 "6급 26년 차라면 보너스 다 포함해 세전 연봉 7600만원 선이다"고 했다.

6급 26년차라면 50대 중반 나이다. 대기업에선 임원이나 고참 부장급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다.

NO 인수인계

업무를 누구 하나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전임자가 없다. 전임자는 이미 전출 부서에 자기 업무를 배우러 갔기 때문.

A씨는 "옆자리 직원에게 뭐 물어보려면 꾸준히 술 사고 점심에 커피 사고 아침에 휴지통 비워줘야 한다"고 한탄했다.

폐쇄적 조직 문화

퇴근 후 집 태워주는 건 기본에 회식은 새벽 4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A씨는 주말에 이삿짐 옮기기, 농사 돕기 등 별일 다 해봤다고 털어놨다.

6급만 달면 일 안 하기

5급은 결재 외엔 아무것도 안 하고, 6급도 승진 욕심 있는 사람들만 열심히 한다. 40대 후반~50대 6급들은 7~9급이 하는 업무의 '반의반의반의반…' 정도 한다는 게 A씨의 분석이다.

거지같은(?) 공무원 연금

A씨는 "연금 개혁을 몇 번 해 박근혜 정부 이후에 들어온 사람들은 한 35년 뼈 빠지게 일하면 180만원 정도 받을 수 있다"며 "차라리 연금 안 받고 내 힘으로 재테크하고 살겠다"고 푸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공무원의 유일한 장점은 잘리지 않는다는 것인데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대한민국 공무원도 잘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나"며 공무원 시험 도전을 신중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