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치킨집 사장이 남긴 글

2022-12-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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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마음을 울린 치킨집 사장의 글
“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여러 네티즌의 마음을 울리고 있다.

익명의 글쓴이가 작성한 '가난한 집안에서 빨리 철든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글이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Ralf Geithe-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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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온라인에 빠르게 퍼진 이 글은 전날 오전 네이트판에 처음 올라왔다.

치킨집을 운영한다는 글쓴이 A 씨는 가게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의 사연을 알리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경제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 3학년생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하고, 번 돈을 전부 집안 살림에 보탰다는 내용이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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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주고 싶어도 행여 어린 마음에 상처를 남길까 하는 걱정에 쉽사리 도와주지도 못했다는 A 씨는 아르바이트생을 볼 때면 이유 모를 죄책감과 슬픔에 빠진다고 했다.

그는 글에서 "그 나이에 나는 아침마다 밥 한술 먹이려는 엄마에게 잠투정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학원을 몰래 빠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기 위해 알바하겠다고 나서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도 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그래서 그 애를 보고 있으면 가끔은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또 가끔은 슬퍼진다"고 말했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Rawpixel.com-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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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조금은 철없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면서 "열심히 사는 그 아이들을 동정하는 건 아니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의 삶을 동정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슬퍼진다"고 토로했다.

이어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 게 아니라 태어나 지금 이 세상을 사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A 씨가 올린 이 글은 많은 네티즌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네티즌은 자신도 아르바이트생과 같은 경험을 한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고 고백하는가 하면 A 씨가 말한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한다는 뜻을 전했다.

네티즌은 "너무 슬프다. 힘든 집에서 커서 빨리 철드는 건 부유한 집 아이가 단정한 거랑 느낌이 다르다", "왜 아이들이 일찍 철이 들어야 하며, 어른들은 왜 어른 흉내를 내고 있는 걸까. 정말 너무 속상하고 슬픈 현실이다", "저 또한 그랬던 과거가 미안해지네요", "너무 일찍 철들어버린 아이들, 사장님 모두 앞으로 좋은 일 행복한 일 많아지길 기도하겠습니다", "불쌍한 삶이 아니라 대단한 삶이라 생각한다", "글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네요. 모든 분이 항상 건강하고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라고 했다.

다음은 글쓴이 A 씨가 12월 1일 오전 네이트판에 올린 글 전문

엄마가 하시는 치킨집에 알바생이 두 명 있다.

한 명은 평범한 집안이지만, 한명은 평범하지 않다.

평범하지 않은 알바생은 이 좁은 동네의 가게 사장님들 사이에선 유명하다.

아버지가 안 계시고 어머니가 작은 가게를 하시는데 형편이 어렵다는 것, 그리고 무리하게 일을 한다는 것 때문이다.

평범한 집안 알바생은 가족끼리 여행 다니고 외식하는 게 일상이다.

사장님 "OO식당 가보셨어요? 어제 부모님이랑 갔다 왔는데 거기 진짜 맛있어요" "아빠가 사주셨는데 어때요? 예쁘죠?"

이 평범한 얘기들에 나는 미소 짓는다.

그리고 평범하지 않은 얘기들에 나는 웃지 못한다.

"사장님 월급 절반 가불받을 수 있을까요? 동생 학원비가 밀렸어요" "어머니가 일하다가 다치셔서 병원에 가셨대요"

떨면서 말하는 이 친구를 데리고 급하게 병원으로 뛰어갔다.

거기엔 지쳐 보이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다. 언제나 씩씩했던, 아니 씩씩해지려고 했던 그 아이는 내 앞에서 울었다.

병원비는 내가 냈다. 어머님이 내 손을 잡으며 "꼭 갚겠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그래서 "아드님이 일을 잘 해줘서 저희가 더 고맙다"고, "항상 도움받고 있으니 천천히 갚으셔도 된다"고 했다.

그 애는 자기가 갚겠다고 했다. "이번 달 월급도 가불받아간 애가 어떻게 갚을 건데~" 장난스럽게 묻자 그 애는 일을 더 하겠다고 했다.

학교도 졸업 안 한 애가 일하는 시간을 어떻게 더 늘리겠다는 건지 나는 더 이상 웃지 못했다.

중3 때 전단으로 첫 알바를 시작해서 그 이후로 번 돈은 모두 집에 가져다줬다고 한다.

힘들지 않냐고 했더니 엄마랑 동생이 힘든 게 더 싫다고 했다.

자신이 너무 어릴 때부터 엄마가 고생하는 걸 봤다고, 빨리 어른이 돼서 엄마를 호강시켜드리고 싶단다.

신메뉴가 나올 때면 그 친구의 여동생을 가게로 불러낸다. 맛 평가를 부탁한다는 핑계로 치킨을 먹인다.

평소에 집에 한 마리씩 가져가라고 해도 안 가져가니까 이런 핑계로 불러낼 수밖에 없다. 그 애 동생은 치킨을 정말 좋아한다.

동생은 가게에 올 때면 오빠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자기도 뭘 거들겠다고 나선다. 오빠는 그런 동생에게 절대 일 시키지 않는다.

한 번은 둘이 수학여행 문제로 싸우기도 했다.

오빠는 돈 걱정하지 말고 수학여행 보내줄 테니 가라고 하고, 동생은 재미없다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오빠는 그래도 가야 한다고 했고, 동생은 "오빠도 수학여행 안 갔잖아!"라고 했다.

그 애는 멋쩍은 얼굴을 했다.

엄마는 수학 여행비를 대신 내주고 싶어 했고 나 또한 마찬가지였지만, 동정으로 비춰질까 봐 걱정됐다. 애들이 상처받을까 봐.

고민 끝에 남자친구랑 큰오빠를 불렀다. "주말 중 하루 날 잡아서 친구들이랑 우리 가게에서 모임 하면 안 돼? 서비스 많이 줄게"라며 꼬셨다.

남친은 고맙게도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는 회사 사람들까지 데려왔다.

그 친구는 쉬는 날이었지만 단체 손님이 있다고 와달라고 했다. 폭풍 같은 5시간이 지나고 돌아가는 그 친구에게 20만 원을 주며 오늘 고생한 보너스라고, 너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그리고 10만 원은 여동생 수학여행 가는데 예쁜 옷 한 벌 사주라고 따로 챙겨줬다. 안 받겠다고 극구 사양하길래 안 받으면 해고하겠다고 협박했더니 마지못해 받아 갔다.

동생이 나에게 항상 챙겨줘서 감사하다고 문자를 보내왔다.

그 아이들 나이에 나는 아침마다 밥 한술 먹이려는 엄마에게 잠투정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 반찬을 해주지 않으면 삐지기도 했고, 용돈을 올려 달라고 시위하기도 했다.

학원을 몰래 빠지기도 했고, 좋아하는 아이돌 콘서트에 가기 위해 알바하겠다고 나서다 병원비가 더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그 애를 보고 있으면 가끔은 과거의 내가 부끄럽고 또 가끔은 슬퍼진다.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조금은 철없이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열심히 사는 그 아이들을 동정하는 건 아니다. 감히 내가 뭐라고 다른 사람의 삶을 동정하겠는가.

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아이들을 보면 슬퍼진다.

무조건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할 게 아니라 태어나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아이는 아이답게, 어른은 어른답게

home 김혜민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