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대박 난 '캔하이볼' 알고 보니…위스키는 안 들어갔다

2023-01-02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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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폭증·우크라 영향
오크칩 넣어 채산성 맞춰

CU는 캔하이볼 ‘어프어프 레몬토닉·얼그레이’ 2종을 출시했다. / CU
CU는 캔하이볼 ‘어프어프 레몬토닉·얼그레이’ 2종을 출시했다. / CU

20·30세대에서 위스키에 탄산수 등을 섞어 마시는 '하이볼'이 인기다. 편의점·대형마트들은 이런 트렌드를 겨냥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기획한 '캔 하이볼'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런데 이들 제품은 채산성 문제로 위스키 원액이 들어가지 않는데도 ‘대박’을 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11월에 나온 CU의 ‘어프어프 하이볼’(500mL)은 출시 1주일여 만에 초도 물량 10만 개가 모두 팔렸다. 가장 잘 팔리는 ‘레몬토닉맛’은 한 달 만에 50만 개 가까이 판매됐다.

앞서 지난해 7월 선보인 홈플러스의 캔 하이볼 4종(500mL) 중 ‘레몬토닉 하이볼’과 ‘얼그레이 하이볼’은 최초 준비한 물량이 한 달 만에 동났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얼그레이·레몬토닉·콜라믹스' RTD 캔하이볼 3종을 출시했다. / 홈플러스
홈플러스는 지난해 7월 '얼그레이·레몬토닉·콜라믹스' RTD 캔하이볼 3종을 출시했다. / 홈플러스

두 유통사가 기획한 이 제품은 일본에서 팔리는 캔 하이볼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차이점은 위스키 원액을 사용했느냐, 아니냐다. 일본에서는 원액이 들어간 제품이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위스키 향을 내는 오크 칩을 대신 썼다.

한국형 캔 하이볼에 위스키 원액이 빠진 이유는 비용 때문이다. 원래 하이볼에는 3년 정도 숙성한 저가 위스키를 사용한다. 하지만 아무리 싼 위스키를 쓰더라도 한 캔에 3000~4000원인 판매가격을 맞추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세계적으로 위스키 소비가 폭증했지만, 생산량은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촉발한 물류난이 아직 풀리지 않은 것도 비용 부담을 키웠다.

국내 위스키 생산 기반도 취약해 캔 하이볼에까지 돌아갈 규모의 생산 물량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한국은 1년의 절반 가까이 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져 서늘한 기후에서 주로 나오는 양질의 위스키를 만들기 쉽지 않다.

다만 캔 하이볼이 국내 주류시장에 안착한다면 '진짜' 위스키를 넣은 RTD 제품도 국내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는 출시 초기 단계인 만큼 대중성에 무게를 두고 제품을 기획했지만, 캔 하이볼이 인기를 얻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을 경우 추후 위스키 원액을 포함한 프리미엄 제품도 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편의점 업계 최초로 RTD 하이볼을 출시한 CU 측은 한국경제에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이번에는 위스키 대신 오크 칩을 사용했지만, 제품 반응이 좋은 만큼 하이볼 관련 제품 라인업 확장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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