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되고 싶다면 올해 시험 치러야 한다' 말까지 나오는 이유

2023-01-2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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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오는 그대로인데 지원자는 반토막”
“명문대 출신 응시생도 자취 감춰”

공시족을 소재로 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 '혼술남녀'
공시족을 소재로 한 tvN 드라마 '혼술남녀' / '혼술남녀'

공무원 인기 하락으로 공무원 준비생(공시생)이 줄면서 직격탄을 맞은 서울 노량진 학원가가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공무원 시험(공시) 경쟁률이 역대 최저일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가 합격의 최적기라고 유혹하며 수험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최근 공시 전문 온라인 카페에 '2022년 공무원 학원은 역대급 불황을 겪었습니다'라는 글이 올라와 에펨코리아 등 다른 커뮤니티에 공유됐다.

에펨코리아
에펨코리아

유명 공시 학원 강사인 글쓴이 A씨는 "공무원 학원이 불황을 겪었다는 것은 그만큼 공시를 준비하는 인원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체감상 절반 정도로 줄어든 것 아닌가 싶은 정도다"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이번 국가직 티오(채용 인원)는 크게 줄지 않았다. 지방직도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본다"며 "응시 인원이 줄어든 상황에서 티오에 변화가 크지 않으니 경쟁률은 당연히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과거 쉽게 보이던 소위 명문대 출신 응시생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며 "최근 10여년 간 가장 합격하기 좋은 해가 2023년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주장했다.

진성 지원자 감소로 올해가 공시 합격 최적기이니 학원에 등록해 도전해보라는 뜻으로 읽힌다.

특정 소비자층을 적극 공략하는 ‘핀셋 마케팅’으로 볼 수 있지만, 냉각기에 접어든 공시 학원가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공시족이 주 고객층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뉴스1
공시족이 주 고객층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 컵밥 거리가 한산한 모습이다. / 뉴스1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 취업준비생은 21만명으로 1년 전보다 6만8000명 감소했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지원자가 가장 많은 9급 시험은 물론 7급 시험에서도 경쟁률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2022년도 7급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시험 경쟁률은 42.7대1로, 1979년(23.5대1) 이후 최저였다. 지난해 9급 국가공무원의 실질 경쟁률은 22.5대1로 2001년(19.7대1)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 경쟁률은 필기시험에 응시한 인원을 기준으로 집계됐다.

공시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공무원 임금 인상률이 민간기업에 비해 더디고 공무원 연금 개혁까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공무원 임금 인상률은 지난해의 1.7%에 불과하다.

더 심각한 것은 미래의 중추인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들의 공무원 퇴사가 늘고 있다는 점. 지난해 퇴직 공무원 4만 4676명 가운데 5년 차 이하는 25%(1만 1498명)으로 4년 전(5613명)보다 두 배 늘었다.

home 안준영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