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에 못 보던 ‘섬’이 나타났다… 알고 보니 전설처럼 전해지던 그 섬이었다
2023-02-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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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이 소유했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섬
지난여름 홍수를 계기로 다시 나타난 저자도

한강에 못 보던 섬이 나타났다. 서울환경연합에 따르면 1970년대 한강 개발 사업으로 골재 채취가 이뤄지면서 사라진 저자도가 50여년 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저자도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성동구 옥수동 사이에 있다. 정확히는 옥수동 강변북로 아래에 있다.
저자도는 이름난 섬이었다. 조선 시대 때 풍광이 좋아 왕실이 소유했을 정도였다. 15세기 문신 강희맹은 “봄꽃이 만발해 온 언덕과 산을 뒤덮었네”라며 저자도의 비경에 감탄했다. 유명 화가인 정선과 김석신이 저자도 풍경을 화폭에 담기도 했다. 백사장이 넓어 기우제, 출정하는 병사들의 전송 행사를 여는 곳으로도 이용됐다.
강남구 디지털강남문화대전에 따르면 조선 전기에 저자도는 태조 이복형제인 의안대군(義安大君) 이화의 소유였다. 이후 세종 때 왕실 소유로 바뀌었다. 세종이 정의공주에게 하사하고, 공주는 아들 안빈세에게 저자도를 내려줬다. 안빈세는 섬을 얻은 것을 기념해 화공에게 저자도도(楮子島圖)를 그리게 했다. 10여 가구의 농가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다.저자도는 조선말에 철종의 부마 박영효에게 하사됐으며 1914년 일제가 경성부(京城府)의 행정 구역을 개정할 때 경기도 고양군으로 이속(移屬: 다른 기관이나 조직체로 옮기어 속하게 함)됐다. 면적도 꽤 됐다. 1925년 을축대홍수로 상당 부분이 유실됐는데, 당시 저자도의 전체 면적이 36만평(120만㎡)이었다.
이렇듯 제법 유명한 섬이었던 저자도는 압구정 택지를 조성하는 데 사용하기 위해 흙과 모래를 파내는 바람에 1972년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여름 폭우가 부른 홍수로 다시 등장한 저자도는 흙더미나 갯벌처럼 보인다. 하지만 왜가리, 민물가마우지 등 새들에겐 소중한 쉼터다. 지난해엔 한강 상류에 주로 서식하는 큰고니가 발견되기도 했다. 한강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라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셈이다.
서울환경연합은 습지로서의 가치에 주목한다. ’습지의 날‘인 2일 서울환경연합은 ’습지의 날, 서울시에 바란다‘란 논평을 발표해 서울시에 “지난여름 큰물이 난 뒤로 저자도의 생김이 꽤 도드라졌다. 1968년 폭파돼 사라졌다가 스스로 복원해 도심 속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처럼, 저자도가 잘 지켜질지 주목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환경연합은 “되살아난 습지 저자도를 잘 지켜내 지구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되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한 줄기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