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직원들, 이수만에게 눈 돌린 이유… 계약 종료해도 10년간 500억 가져간다

2023-02-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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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라인파트너스 이수만과 계약은 부당하다며 계약 원문 공개
이수만, 계약에 따르면 계약 종료해도 10년간 500억 원 수취

최근 김민종이 '이수만 퇴진은 부당하다'는 사내 메일을 돌려 한차례 논란이 일었던 SM 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창업주이자 전 총괄 프로듀서 이수만이 '황제 계약'을 진행했다고 얼라인이 밝혔다. 얼라인은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 자산운용이다.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난해 8월 2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LIVE 2022 : SMCU EXPRESS @HUMAN CITY_SUWON’(에스엠타운 라이브 2022 : 에스엠씨유 익스프레스 @휴먼 시티 수원)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이수만 프로듀서가 지난해 8월 20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SMTOWN LIVE 2022 : SMCU EXPRESS @HUMAN CITY_SUWON’(에스엠타운 라이브 2022 : 에스엠씨유 익스프레스 @휴먼 시티 수원)에서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하 뉴스1

얼라인은 9일 이수만이 사후 계약을 통해 오는 2092년까지 에스엠 음원 수익의 6%를 로열티 명목으로 수취하는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얼라인이 공개한 계약 원문에 따르면 <라이크기획 프로듀싱 라이선스 계약 별지 2>의 '계약 종료 후 정산에 관한 약정'(이하 사후정산 약정)에 의해 이수만 개인의 계약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이 밝혀졌다.

사후정산 약정에 따라 이수만은 사실상 아무런 용역에 대한 의무 없이 기존 발매된 음반 음원 수익에 대해 2092년까지 로열티 6%를 수취한다. 매니지먼트 수익에 대해서는 로열티 3%를 2025년까지 수취하게 되어 있다.

즉, 첫 3년간 400억 이상, 향후 10년간 500억 이상이 지급될 것으로 얼라인은 추정했다.

앞서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으로 회사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지나치게 저평가돼 주주의 손실이 크고 에스엠의 이익을 라이크기획이 과하게 착복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얼라인은 주주 제안 등 주주행동주의를 통해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조기에 종료했다.

그러나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사후정산 약정에 따라 음원 수익 등 에스엠의 순수익을 이수만이 그대로 가져가는 구조가 되면서 얼라인은 이는 부당한 '황제 계약'이라고 판단해 계약 원문을 공개한 것이다. 또한 얼라인은 필요한 경우 추가적인 소수주주권 행사 관련 원문도 공개할 생각임을 밝혔다.

얼라인은 "에스엠 이사회가 (이수만의 개인 계약 등) 사후정산 약정을 이행하는 것은 이사로서의 선관주의 의무와 충실의무 위반의 임무해태, 공정거래법상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지원행위, 업무상 배임의 법령위반 행위 등에 해당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회사에 심각한 손해가 생길 것으로 보고 '위법행위 유지청구'를 통해 1월30일까지 에스엠 이사회에 해당 정산 약정의 이행 중지를 공식 요구한 바 있다"고 알렸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2021년 1월 1일 오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컬처 휴머니티 'Culture Humanity' 콘서트에서 화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가 2021년 1월 1일 오후 온라인 중계로 진행된 SM타운 라이브 '컬처 휴머니티 'Culture Humanity' 콘서트에서 화상으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에 뉴스1은 9일, 얼라인 측이 계약 원문을 공개한 이유는 '소액주주 결집'을 통해 혹시 모를 경영권 분쟁의 '표 대결'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고 보도했다.

최근 SM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로 떠오른 카카오가 지분을 장내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 경쟁에 나서더라도 현재 16%(희석 기준)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 이수만과의 경쟁에서 힘에 부칠 수 있다.

따라서 얼라인 측은 에스엠의 모든 주주가 이번 소수주주권 행사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위법행위 유지청구 원문을 공개해 이수만이 에스엠과 맺고 있는 계약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소액주주의 결집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수만 SM 대표가 2017년 3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열린 바다의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다.
이수만 SM 대표가 2017년 3월 23일 오후 서울 중구 중림동 약현성당에서 열린 바다의 결혼식에 참석해 그의 앞날을 축복하고 있다.

증권가는 경영권 분쟁이 현 경영진과 카카오 측의 승리로 마감되어야 회사의 밸류에이션과 주가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이수만 총괄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이익 수취가 회사엔 악재였다는 것이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 주주가치 개선을 위해서는 경영진 측의 승리가 유리하다"면서 "장기적 주주가치 상승을 위해서는 거버넌스 개선과 안정적인 음악 제작 체제를 통한 이익 및 주주환원 강화 방안을 발표한 경영진 측의 승리가 필요하다"고 얼라인 측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회사의 성과를 주주 및 임직원들과 나누지 않았고 충분히 고칠 기회가 있었음에도 수많은 골든 타임을 놓쳐 왔던 것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home 박귀정 기자 story@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