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를 타선이 하나도 없다…노희경 작가의 가슴을 후벼파는 명대사 10선

2023-02-18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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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은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속 대사
노희경 작가가 대체 불가한 문장을 쓸 수 있었던 이유

말이 난무하는 시대에 작가들은 인생에 꼭 필요한 말만 선물처럼 남겨준다. 그들의 말은 일상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가 최악의 순간에 불현듯 생각난다. 노희경 작가의 대사가 그렇다.

노희경 작가 / 뉴스1
노희경 작가 / 뉴스1

텔레비전, 라디오, 극장, 휴대전화. 이것들은 일상을 공백 없이 번잡하게 채우지만, 어찌 보면 소음 공해다. 궁지에 몰린 누군가에게 사실 가장 필요한 말은 허를 찌르는 한마디다.

영화 속 명대사는 강렬하게 삶을 관통한다. 드라마 속 명대사는 불현듯 떠올라 삶을 반추하게 한다. 이를 듣는 사람들은 그걸 엮어,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든다. 노희경 작가는 그 생태계에 사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위에 표지판을 세운다.

그는 한때 성장 과정을 회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그 모든 회의를 문장의 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내가 만약 가난을 몰랐다면 인생의 고단을 어찌 알았겠는가. 내가 만약 범생이였다면 낙오자들의 울분을 어찌 말할 수 있었겠으며, 실패 뒤에 어찌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 나는 작가에겐 아픈 기억이 많을수록 좋단 생각이다. 아니 작가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에게나 아픈 기억은 필요하다. 내가 아파야 남의 아픔을 알 수 있고, 패배해야 패배자의 마음을 달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의 책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에 나온 말이다.

노희경 작가는 장르를 과감하게 넘나들며 수많은 작품을 완성했다. 그 결과 모든 작품을 전혀 다른 인격체의 사람이 쓴 것처럼 만들었다. 그의 작품엔 웬만하면 '실언'이랄 게 없다.

말이 범람하는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노희경 작가의 명대사를 꼽아본다.

1. <꽃보다 아름다워>

고두심이 기억을 잃어가며 가슴이 아프다고 빨간 약을 바르는 명장면 / 이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고두심이 기억을 잃어가며 가슴이 아프다고 빨간 약을 바르는 명장면 / 이하 유튜브 '옛날티비 : KBS Archive'

그날 언니는 식장에 서서 마음속에 세 가지 다짐을 했다고 한다. 첫째, 사랑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기. 둘째, 사랑을 받으려고 구걸하지 않고 먼저 주는 사람이 되기. 셋째, 지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사람에게 한없이 감사하고 감사하기.

2. <굿바이 솔로>

'굿바이 솔로' 속 한 장면
'굿바이 솔로' 속 한 장면

내가 원하는 걸 하는 게 사랑이 아냐. 그가 원하는 걸 해주는 거 그게 사랑이지.

우린 남에게보다 늘 자신에게 더 가혹하다. 당연히 힘든 일인데 자신을 바보 같다고, 미쳤다고 미워하고. 남들도 욕한 나를 내가 한 번 더 욕하고. 그것도 모자라 누군가는 가슴에 누군가는 몸에 문신을 새기기도 한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면서 우리가 얻으려 하는 건 대체 뭘까? 사랑? 이해? 아니면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것?

3. <괜찮아, 사랑이야>

'괜찮아 사랑이야' 스틸컷 / 이하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괜찮아 사랑이야' 스틸컷 / 이하 SBS '괜찮아 사랑이야' 공식 홈페이지

사막에서는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두었다가 아침에 끈을 풀어놓지.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아. 묶여있던 지난밤을 기억하거든.

우리가 지나간 상처를 기억하듯 과거의 상처가 현재 우리의 발목을 잡는다는 얘기지.

정신과 의사들은 말합니다. 우리들 모두 환자다, 감기를 앓듯 마음의 병은 수시로 온다. 그걸 인정하고 서로가 아프다는 걸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세상은 지금보다 좀 더 아름다워질 것이다.

배우 공효진
배우 공효진

더 많이 사랑해서 약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약자가 되는 거야. 내가 준 것을 받으려고 하는 조바심. 내가 사랑했으므로 행복했다, 괜찮다, 그게 여유지.

4.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노희경 작가 / 뉴스1
노희경 작가 / 뉴스1

그대여, 이제 부디 나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라. 사랑에 배신은 없다. 사랑이 거래가 아닌 이상, 둘 중 한 사람이 변하면 자연 그 관계는 깨어져야 옳다. 미안해할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한 게 후회로 남으면 다음 사랑에선 조금 마음을 다잡아볼 일이 있을 뿐, 죄의식은 버려라. 이미 설레지도 아리지도 않은 애인을 어찌 옆에 두겠느냐.

마흔에도 힘든 일을 비리디 비린 스무 살에, 가당치 않은 일이다. 가당해서도 안 될 일이다. 그대의 잘못이 아니었다. 어쩌면 우린 모두 오십보백보다. 더 사랑했다 한들 한 계절 두 계절이고, 일찍 변했다 한들 평생에 견주면 찰나일 뿐이다. 모두 과정이었다. 그러므로 다 괜찮다.

5. <그들이 사는 세상>

배우 현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속 한 장면 / 유튜브 'KBS Drama Classic'
배우 현빈,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속 한 장면 / 유튜브 'KBS Drama Classic'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인생이란 놈은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서 절대로 우리가 알게 앞통수를 치며 오는 법은 없다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 말라고.

어머니는 또 말씀하셨다.

그러니 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아직 너무도 젊은 우리는 모든 게 다 별일이다.

6.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배우 송혜교·조인성,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속 한 장면 / 유튜브 'sbs drama'
배우 송혜교·조인성,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속 한 장면 / 유튜브 'sbs drama'

사람이 사람한테 해줄 수 있는 건 용서가 아니라, 위로야.

7. <우리들의 블루스>

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tvN '우리들의 블루스' 공식 홈페이지

가끔 너무 가난이 싫어서 괜히 울컥하긴 했어도 그때 나 니들하고 놀 때 곧잘 웃기도 했어, 그치? 지금처럼 재미없고, 퍽퍽한 모습은 아니었어.

노희경 작가는 지난 1995년 MBC 베스트극장 '세리와 수지'로 데뷔했다. 이후 특유의 문체와 냉정하면서도 따뜻한 시각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왔다.

대표작으로는 KBS 드라마 '굿바이 솔로', '그들이 사는 세상',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에세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등이 있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