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에서 대체 무슨 일이… "정말 불쾌하고 창피하다" 직원들 줄퇴사

2023-03-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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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 당한 자, 저역량 성과자 낙인“
팀에서 경고 세 번 받으면 퇴사 권고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 뉴스1
서울 강남구 토스뱅크 본사에서 직원들이 드나들고 있다. / 뉴스1

은행과 증권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는 핀테크 기업 '토스'(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에서 지난달 직원 여러 명이 한꺼번에 회사를 관뒀다. 퇴사자들은 회사가 제대로 된 기준도 없이 사실상 사직을 권고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토스에서 자발적 퇴사 당했다는 글쓴이 A씨가 "현재 토스에서 논란이 되는 권고사직 이슈가 당사자들의 문제로 마무리되는 것 같아 불쾌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자발적 퇴사 당한 토스 직원의 항변 / 이하 블라인드
자발적 퇴사 당한 토스 직원의 항변 / 이하 블라인드
자발적 퇴사 당한 토스 직원이 올린 휴직 동의서
자발적 퇴사 당한 토스 직원이 올린 휴직 동의서

A씨는 "왜 자발적 퇴사 당한 모든 대상자가 징계 또는 저역량 성과자로 낙인찍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내부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더 잘 알고 있지 않나"고 물었다.

그가 첨부한 휴직 신청 및 동의서를 보면 제목은 휴직이지만 세부 조항에는 '자발적 의사로 사직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명목은 자발적이나 실상은 자유의사에 의한 사직이 아닌 강제 축출된 것으로 보인다.

동의서에는 '본인의 휴직 및 사직과 관련한 회사와의 의사소통 내용 등을 제3자에게 공개하거나 발설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서약서를 쓴 이후로 퇴직 절차에 대해 발설한 적이 없다"며 "하지만 토스에서는 이 이슈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 사실을 먼저 발설할 뿐만 아니라, 퇴사 당사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들이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왕 발설하실 거라면 권고사직 사유가 경영진과의 의견 불일치 및 이로 인한 업무 불이행 등이라고 명확하게 말씀해주시면 안 되겠느냐. (그렇게 하기는) 부끄러우신 거냐"고 꼬집었다.

토스는 지난달 한 개발팀 직원 45명 중 6명이 한 번에 퇴사하면서 권고사직 논란이 불거졌다. 퇴사자들은 개인별 업무성과를 측정하는 인사 평가 시스템 없이, 동료 간에 이뤄지는 정성 평가에 의존했다고 주장한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 뉴스1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대표. / 뉴스1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과의사 출신 이승건 대표가 2011년 설립한 토스는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파격적인 입사 조건을 제시해 업계의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혁신적인 시스템이 무색하게 수년 전부터 퇴사자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업계는 '개인성과' 중심의 평가가 아닌 '팀원 내부 의견' 중심의 평가를 직원 줄 퇴사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는다. 팀 내부적으로 '모 직원과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접수되면 일종의 경고와 같은 '스트라이크'를 해당 개인에게 날린다. 스트라이크를 세 번 받은 직원은 퇴사를 권고받는다.

하지만, 대법원 판례상 근무 평가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진행돼야 한다. 이 때문에 평가 항목과 수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채 권고사직을 강요하는 건 불법이다.

게시글에 달린 댓글
게시글에 달린 댓글

게시글을 접한 토스 직원들은 "탈출해야겠다", "이게 자유민주주의에서 있을 수 있는 계약서냐"며 허탈해했다.

동종업계 직원들은 "그래도 같은 IT인으로서 낭만이 있는 회사로 생각했는데", "이런 식으로 월급 주고 내보내는구나", "너무 하네", "저긴 가면 안 되겠다", "드림 회사였던 게 창피하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논란에 대해 토스 측은 SBS에 "개인별 성과 측정 기준이 없는 건 사실이지만, 동료 평가가 매우 세분돼 있고 이를 통해 합의 하에 퇴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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