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망친 최악의 문화는…” 에타에서 반향 일으킨 성균관대생 글
2023-04-08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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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자가 아니면 결혼 말라'고 부추긴다”
“분수도 모르면서 '건동홍 왜 가냐'는 이들도“

저출산, 학벌 지상주의 등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의 원인이 '평균 올려치기 문화' 때문이라는 대학생의 한탄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논리의 정당성을 떠나 "중산층은 빠듯한 게 아니라 빠듯할 때까지 소비(주택대출+교육비)를 늘려서 실제로 빠듯하다"는 '욕망 과잉' 풍조를 대변한다.
지난해 대학생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성균관대 게시판에 올라왔던 '대한민국을 망친 최악의 문화'라는 글이 최근 에펨코리아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다시 조명되고 있다.
성대 재학생인 A씨는 "페미니즘? 혐오 문화? 다 틀렸다. 문제는 바로 평균 올려치기다"며 "남녀 가리지 않고 남에게 보여지는 게 중요하고 본인들의 주제는 모르고 눈만 높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 부부가 전세나 월세살이로 빠듯하게 결혼생활 시작하는데 옆에서 '수도권 (소재) 자가 (아파트) 아니면 결혼하지 마라'고 염병 떨고 있다"며 "통계가 보여줘도 '내 주변은, 내 아는 언니들은, 내 아는 형님들은…'을 시전하며 알아듣지를 않는다"고 개탄했다.
A씨의 시각으로는 학벌도 마찬가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는 "평균 학벌이 지방사립대인 대한민국에서 상위 5%는 되는 서성한(서강·성균관·한양대) 들어가면 '괜찮게 했네'라고 한다"며 "한국인 태반이 서성한은커녕 건동홍(건국·동국·홍익대)도 못 가는데 건동홍 하면 '거기 왜 가냐?'는 애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대도 공대가 엄청 크니까 대기업 가는 사람 많아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중소기업이나 시원찮은 회사 가는 경우도 많다"며 "저학년생들은 취업난이 풀릴 수도 있겠지만 현재 문과생이나 애매한 스펙 가진 이과생은 좋은 기업 뭇 가는 게 태반이다"고 진단했다.
게시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일정 부분 공감한다는 반응이었다.
"남들 시선 집착하고 급 나누는 문화가 유별나게 강한 듯", "한국은 집단화가 아주 빡센 듯", "인생 자체를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살아가는 경향", "유교의 체면 중시와 높은 학구열이 한몫함" 등 의견이 쏟아졌다.
반면 한 누리꾼은 "한국 길거리 치안이 안전한 것이나 경제적으로 주변 사람들이랑 맞추려는 욕망이 경제발전의 동력 중 하나였다"며 평균 올려치기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1인당으로 따져 세계에서 명품(luxury goods)에 가장 많은 돈을 쓴다는 최근 외신 보도도 글쓴이 주장과 같은 맥락의 산물로 풀이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는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를 1인당으로 환산하면 325달러(약 40만4000원)으로, 중국의 55달러(약 6만8000원)과 미국의 280달러(약 34만8000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모건스탠리는 한국 소비자들의 명품 수요가 사회적 지위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려는 욕구에 의해 주도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