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로서 문제아 학급의 미래를 낱낱이 알려드립니다” 글, 급속 확산 중

2023-07-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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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출근이 두려울 정도로 피해자 속출”
“결국 정신과 다니며 육아 휴직까지 냈다”

현직 교사가 교권 추락의 실정을 밝혀 충격을 안기고 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한 교사가 추모 메시지를 써 붙이고 있다. / 이하 뉴스1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한 교사가 추모 메시지를 써 붙이고 있다. / 이하 뉴스1

20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현직 교사로서 금쪽이 반의 미래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조회수 8000회를 넘기며 화제가 됐다.

글쓴이는 "현재 교권 추락과 교사를 보호해 주지 않는 제도로 인해 금쪽이(문제아) 속출, 이와 더불어 금쪽이를 키운 학부모들의 갑질로 교육계가 엉망이다"라며 "저는 몇 년 전, 금쪽이에 출연하는 애들이 나아 보일 정도로 심각한 금쪽이 반 담임이었다. 저는 교사에게 갑질하고 학교에 찾아와 몇 시간씩 욕했던 그 학부모 같은 사람이 아닌, 일반 평범한 상식을 가지신 부모님들께 금쪽이로 인한 현실을 말씀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금쪽이가 반에 최소 2~3명씩 있다. 제가 맡았던 초등학생 1학년은 연필로 친구를 찌르거나 물건을 가져가서 부수고 멍이 들도록 때리고 교사에게 욕설하는 아이였다. 문제는 학부모는 절대 인정 안 한다. 교사의 잘못으로 모든 걸 돌린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학부모가 글쓴이에게 요구한 사항들은 그야말로 충격의 연속이었다. 학부모는 ADHD(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를 앓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학교생활과 관련한 모든 것에 간섭했다. 학부모는 아이의 교실 내 자리 우선 결정권, 등하교 시간 결정권 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지각하더라도 전부 출석으로 인정해 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또 학부모들은 자기 아이만 학습지를 못 받았다는 둥 사소한 이유로 교사들을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경찰에 연락하고 신문고에 제보하기도 했다. 그는 "이쯤 되면 교육 활동 불가하고 정신과를 다니며 약으로 버틴다. 교육청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학교는 난리가 난다. 교사는 결국 정신과 다니다가 병가 내고 그 자리에는 기간제 교사가 온다. 문제는 소문이 나서 기간제 교사도 잘 안 구해지며 들어온 사람마저도 못 버티고 그만둔다는 것이다"라며 답답해 했다.

실제 그는 비슷한 사례를 직접 겪은 뒤 정신과에 다니고 병가까지 썼다. 또 아이를 키우면서 쓰지도 않았던 육아 휴직까지 사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학부모의 간섭도 심했지만 문제아들이 다른 아이들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심각했다.

글쓴이는 "매일 출근이 두려울 정도로 피해자가 속출한다. 목 졸림 당한 아이, 맞아서 멍든 아이 등 이 모든 일들이 매일 하루에 다 일어난다. 그런데 교사는 적극적으로 지도할 수도 없다. 금쪽이 부모는 아동 학대법을 매우 잘 알아서 조그마한 것도 다 교사의 잘못으로 몰고 간다. 피해 당한 아이들에게도 실제 교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저는 이 현실이 무서워서 지도도 제대로 못 했다. 한 번은 발로 친구를 걷어차 피 멍 들게 해 놓고 사과하고 싶지 않다는 금쪽이와 상담하다가 수업 종 치고 1, 2분 늦게 들어갔다는 이유로 처음으로 경찰 신고를 당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문제는 이런 일이 한 학년마다 있을 정도로 비일비재하다. 지금 서초구 초등학교 선생님 사건에는 저 같은 선배 교사의 잘못도 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모든 법과 제도가 교사를 전혀 보호해 주지 못하고 모든 활동을 위축시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많아질 거고 이 피해는 모두 선량한 아이들이 보게 될 거다. 더 이상의 교권 추락, 아동학대의 남용, 교사의 손발을 묶는 이 모든 것을 막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home 한소원 기자 qllk338r@wikitre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