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들 예로 들면서 "너는 왜 한국인처럼 안 생겼어?"

2023-08-09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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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드라마 보니 한국인 너처럼 안 생겨”
“이완용도 못 뺏은 나라를 BTS 때문에”

BTS / 빅히트 뮤직
BTS / 빅히트 뮤직

BTS(방탄소년단)를 비롯한 한류 스타들이 한국인에 대한 감성적 이미지를 띄워 놓는 바람에 국적이 오인되는 피해를 봤다는 국내 누리꾼의 하소연 아닌 하소연이 전해졌다. 이른바 '넷플릭스 효과'의 부작용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나한테는 BTS가 이완용이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임 장면. / 디시인사이드
게임 장면. / 디시인사이드

글쓴이 A씨는 "해외 서버의 게임을 하면서 친해진 미국 애들이랑 디스코드(미국 채팅 플랫폼)나 영상 채팅하며 지냈다"며 입을 열었다.

이어 "그 때가 코로나 터지기 전이었는데 한국 이야기하면 미국인 친구들이 가수 싸이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밖에 몰라 아주 신기했다"고 회상했다.

또한 "걔들이 '너희 개고기 먹나?'라거나 오버하면 '정은이 형한테 전화해서 남한에 전술핵 날리게 한다'는 드립을 치면서 유쾌하게 놀았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코로나 터지고 BTS가 뜨고 K-팝, 드라마가 유행하더니 지옥도가 시작됐다고 했다. 미국 친구들이 영상 채팅하면 A씨 얼굴을 보고는 한국인이 아니라고 고집한다는 것.

A씨는 "내가 '한국인 맞다'고 핏대를 높이면 걔들은 '내가 K-드라마 봤는데 한국인은 저렇게 안 생겼다'고 빡빡 우긴다"며 "그러면서 '넌 중국인이다'고 국적을 강제로 바꾼다"고 불평했다.

그는 "내가 인증한답시고 한국어로 떠들어도 '내가 본 한국인 가수들은 목소리가 아주 감미롭던데 너는 중국인이다'는 결론을 내버린다"며 "(매국노) 이완용도 못 뺏은 나라를 BTS 때문에 잃어버렸다. 나라 잃은 설움이 뭔지 똑똑히 알게 됐다"고 푸념했다.

BTS / 빅히트 뮤직
BTS / 빅히트 뮤직

사연을 접한 일부 누리꾼들은 이른바 '국뽕'이 가미된 자기 경험담을 공유하며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뽕은 국가와 필로폰의 합성어로 국가에 대한 자긍심에 과도하게 도취해 있다는 의미다.

누리꾼 B는 "미국 살면서 BTS 덕분에 덕 많이 봐서 대충 무슨 소리 하는지는 알겠다"고 맞장구쳤다.

B는 "미국 유학 시절 대학교 1학년 때는 한국 남자 하면 '오우 강남스타일 아니면 오우 LA 다저스 류현진'이었는데, 군대 다녀오니까 캠퍼스 데이트 계급에서 한국인 남자가 두 세 단계는 승급해 있더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누리꾼 D는 "한국이 아시아 남성 이미지 바꿔주는 1등 공신이다. 그 어떤 아시아 국가도 해내지 못했던 성과다"고 자찬했고, 누리꾼 E는 "유럽에서 '일본인이냐'는 말을 더 많이 들었는데 한국 배우, 가수들이 유명해진 후로는 거의 반반 인 듯"이라고 호응했다.

그 외에도 "외국 어디로 가도 BTS를 비롯한 K-팝 스타들이 그 나라 사람들이 젊은 한국 남성을 보는 암묵적인 시선, 분류, 등급을 최소한 두 단계는 올려줬다", "나보다 어려도 BTS는 형님들이다", "나도 외국 살아서 BTS한테 고맙다" 등 반응이 따랐다.

현빈 인스타그램
현빈 인스타그램

A씨의 예는 넷플릭스 효과의 부작용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한국의 거리에서 마주친 한국인들은 드라마 속 캐릭터와는 외모나 성향이 전혀 다르다.

지난해 미국 CNN은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에 빠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여성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현실에서 마주한 한국 남성들은 환상과는 거리가 있었다고 사례를 들어 조명했다. 한국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과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일부 남성들을 본 서양 여성들이 실망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home 안준영 기자 andrew@wikitree.co.kr